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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동생 살해 혐의…2심서 징역 30년→10년 감형

등록 2023.01.20 16: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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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살해 직접 증거 없어…유기만 인정"

장애동생 물가에 유기 후 시신 발견

술·수면제 복용하게 해 살해한 혐의

1심 징역 30년서 징역 10년…대폭 감형

뉴시스DB.

뉴시스DB.


[서울=뉴시스] 김진아 신귀혜 기자 = 수십억원대 유산을 노려 지적장애인 동생을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0년의 중형을 받은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대폭 감형됐다.

재판부는 동생을 유기한 정황만으로 살해를 유죄로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해자의 유일한 혈육으로서 치밀하게 유기를 계획했다는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20일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규홍)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고 "이 사건은 범죄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해 (살해) 유죄를 인정한 원심은 잘못이 있다고 보인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기치사에 대해서만 인정해 피고인을 징역 10년에 처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에게 10만원의 추징도 명했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A씨는 재판부 선고 내내 울먹이다 선고를 마친 후 이동하다 주저 앉는 모습을 보였다.

A씨는 지난해 6월28일 오전 1시께 경기도 구리시 소재 하천변에서 술을 마신 동생 B씨를 물에 빠뜨려 죽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0년형을 선고받았다.

A씨는 2017년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 약 34억원에 이르는 상속재산을 대부분 물려받았는데, 이후 동생의 후견인과 상속재산분할·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을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당시 A씨는 B씨와 함께 술을 탄 음료수를 마신 뒤 지인으로부터 사둔 수면제를 약이라고 속여 건넸고, 약을 먹은 B씨가 잠들자 물에 밀어 빠뜨려 살해했다는 게 검찰 측 공소사실이다.

A씨는 사건 당일 오전 2시50분께 동생이 실종됐다며 경찰에 신고했는데 B씨는 강동대교 아래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하지만 경찰은 신고 접수 뒤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B씨 행방을 추적하다 A씨 진술 등에서 수상한 점을 포착하고 긴급체포했다. A씨는 동생과 연락이 끊겼다고 진술한 시간에 실제로는 동생과 함께 차에 타고 이동하는 모습이 발견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7월 1심 판결 이후 A씨와 검찰 모두 불복해 항소했는데,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 전후 정황만으로는 A씨의 직접적인 살해 혐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은 "사건 현장 인근 동선에서 피고인이 주장한 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이것만으로 살인을 인정할 수 없다"며 "피고인이 피해자를 사고 장소로 데려갔다는 것만으로 살인범으로 인정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가 어두운 새벽 안전장치가 없는 곳에서 배회하다 실족했을 가능성도 부인하기 어렵고 평소 복용하던 약 성분이 검출됐지만 이 역시 전문심리위원에 따르면 사체부패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부연했다.

또 "원심에서 진술한 부검의에 따르면 잠든 상태에서 물에 빠졌더라도 허우적거리는 상황이 있다고 했으나 동시에 물에 들어가자마자 신경학적 기제에 의해 바로 사망할 수 있고 외상이 없을 수도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항소심은 특히 경제적 이유로 인해 살인을 범행했다는 검찰 측 공소사실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항소심은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는 부분이 있지만 당시 피고인에게 특별히 경제적인 어려움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 후견인과 소송 중이던 1700만원의 금액도 그 자체로만 보면 크다고 보이지 않아 동기에 대해 법원에 확신을 줄 수 있는 동기가 없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동생을 유기한 행위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했다. 피해자를 두고 갈 경우 물에 빠질 수 있는 등 위험을 인식했지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B씨가 사망에 이르렀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항소심은 "지적장애인으로 법률상 보호의무 있는 피해자에게 술과 수면제를 복용하게 하고 물에 빠질 수 있는 장소에 유기하고 보호하지 않아 사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이는 피고인 역시 예견할 수 있었던 부분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발적인 유기라고 하지만 치밀한 계획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 유기 후 실종신고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당시 동선을 허위로 진술하고 수사기관에 협조하는 척하면서 시신이 발견될 때까지 유기한 곳에 가지도 않은 행위 등을 보면 일반적 유기치사에 비해 죄질이 나쁘고 비난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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