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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스트리밍' 누누티비 검색량 20배 폭증…속 타는 OTT

등록 2023.03.13 15: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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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 공개 후 '누누티비' 검색량 전월 대비 최대 2250% 늘어

누누티비 지속 성장에 OTT업계 피해 커…협의체 구성·형사고소

[서울=뉴시스] 영상물 불법 제공 사이트 '누누티비'. 넷플릭스 '더 글로리', 티빙 '아일랜드', SBS '모범택시' 등 드라마 콘텐츠를 불법으로 스트리밍하고 있다. (사진=누누티비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영상물 불법 제공 사이트 '누누티비'. 넷플릭스 '더 글로리', 티빙 '아일랜드', SBS '모범택시' 등 드라마 콘텐츠를 불법으로 스트리밍하고 있다. (사진=누누티비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 파트2를 무료로 볼 수 있는 영상물 불법 제공 사이트 검색량이 20배 가까이 폭증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이 정체기인 상황에 업계는 이용자들이 구독을 해지하고 불법 사이트로 시청하는 추세가 커지는 걸 우려하고 있다. 피해가 커지자 업계는 불법 사이트 운영 업체를 형사 고소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섰다.

13일 검색어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영상물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 관련 검색량이 1달간 20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더 글로리' 파트2가 공개된 지난 10일 오후 5시 기준에는 검색량 상승률이 2250%를 보인 바 있다. 지난달 10일 오후 5시와 비교했을 때 검색량이 22.5배 늘었다는 뜻이다. '더 글로리' 파트2를 넷플릭스 대신 누누티비로 시청하려는 이용자가 몰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누누티비'는 OTT 드라마·영화뿐만 아니라 지상파·종편·케이블방송 주요 프로그램, 영화까지 무료로 제공하는 영상물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다. 이 사이트는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추정되는 곳에 서버를 두면서 도메인 주소를 지속적으로 바꿔 단속을 피하고 있다.

누누티비 내 '더 글로리' 파트2 조회수는 편당 200만~300만회로 이미 주말 사이에 많은 이용자가 '더 글로리'를 불법으로 시청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 성남에 사는 직장인 이모(29)씨는 "기존 OTT 화질과 별 차이가 없고, 구독료도 들지 않아 최근 넷플릭스 구독을 해지하고 누누티비로 '더 글로리' 파트2를 몰아봤다"고 말했다.

누누티비로 피해를 보는 곳은 넷플릭스만이 아니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카지노' 파트2도 누누티비에서 볼 수 있는데, 편당 조회수가 약 380만회에 달했다.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의 지난달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약 208만명이다. 이를 감안하면 '카지노'를 디즈니플러스로 시청한 이용자보다 누누티비로 시청한 이용자 수가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업계, 계정 공유 유료화 등 수익 개선하다 이용자 누누티비로 넘어갈까 우려

[서울=뉴시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대로 OTT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웨이브, 티빙 CI. (사진=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웨이브, 티빙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대로 OTT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웨이브, 티빙 CI. (사진=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웨이브, 티빙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불법 사이트 성행은 OTT업계 수익 확대에 악영향을 끼친다. 가뜩이나 현재 OTT 시장은 정체기를 겪고 있어 유료 구독자 수 확보가 절실하다. 유료 구독자를 확보하려면 킬러 콘텐츠가 필요한데, 고품질 콘텐츠 제작에는 천문학적인 투자비가 필요하다.

이에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는 투자비 확보를 위한 수익 개선책으로 각각 계정 공유 유료화와 구독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한 가구 안에 살지 않는 자에게 계정을 공유할 시 수수료를 부과하는 정책을 올해 더 많은 국가에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뉴질랜드, 스페인, 캐나다, 포르투갈 등 4개국에 계정 공유 유료화를 실시했고 이달 중 대상국을 확대할 계획이다.

디즈니플러스도 현재 10.99달러(한국 기준 9900원)인 월간 구독료를 올릴 전망이다. 로버트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 콘퍼런스에서 "비용을 합리화해야 한다"며 디즈니플러스 구독료 인상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러한 수익 개선책은 OTT 구독자들의 구독 유인을 떨어뜨릴 수 있다. 구독자들이 구독을 해지하고 불법 사이트 이용으로 넘어갈 수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최근 넷플릭스 20~50대 이용자 1000명을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72.7%가 넷플릭스 계정 공유 유료화에 부정적이었다. 특히 공유 계정을 쓰고 있는 이용자 중 62.8%는 계정 공유 유료화 시 넷플릭스 이용을 끊겠다고 답했다.

또 현재 넷플릭스 이용 요금이 비싸다고 답한 응답자는 66.5%에 달했다. 결국 계정 공유 유료화를 시행하거나 구독료를 인상할 경우 '탈구독'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누누티비 등 불법 스트리밍 경로는 OTT 구독 해지 요인으로 작용될 수 있다. 경기 고양에 사는 대학생 김모(27)씨는 "한국에 계정 공유 유료화를 시작하면 계정 공유 끊고 누누티비로 콘텐츠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누누티비 존재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도 전혀 모르던 건 아니다. 다만 해외 서버를 두고 있어 수사를 요청해도 쉽게 잡히지 않는다는 점, 공개적인 대응이 되려 누누티비를 홍보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그동안 지켜보고만 있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음악을 돈 주고 산다는 개념이 자연스레 정착하면서 불법 개인 간(P2P) 음원 공유 서비스가 줄었듯, 그동안 OTT에도 이용자들이 불법 사이트 대신 제 돈 주고 콘텐츠를 시청하는 인식이 자리 잡길 기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OTT 콘텐츠를 시청하는 소비자 중 '누누티비'를 모를 사람이 없어질 정도로 영향력이 커지자 업계도 대응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에 티빙, 웨이브, KBS, CJ ENM, JTBC, 한국영화영상저작권협회 등이 최근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를 발족해 누누티비를 고소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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