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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아킬레스건' 유통한 일당 검거…6500명 이식받아

등록 2023.11.16 12:00:00수정 2023.11.16 12:4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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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품의 절반 두께…병원 400여곳 납품해

건강보험 요양급여 100억여원 부당 수급

의사 리베이트 정황…"고의성 입증 못해"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박명운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국제범죄수사2계장이 16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서 식약처 미승인 인체조직(일명 반쪽 아킬레스건) 수입·유통 피의자 등 85명 검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11.16. mangusta@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박명운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국제범죄수사2계장이 16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서 식약처 미승인 인체조직(일명 반쪽 아킬레스건) 수입·유통 피의자 등 85명 검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11.1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남희 기자 = 경찰이 '반쪽짜리 아킬레스건' 인체조직을 병원에 유통하고 요양급여 100억여원을 받아 챙긴 일당을 검거했다. 해당 조직을 이식받은 환자는 6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국제범죄수사계는 16일 인체조직법, 의료기기법, 의료법 위반 및 형법상 배임수증재 등 혐의로 피의자 85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인체조직 납품업체가 정품의 절반 정도 두께에 불과한 얇은 미승인 아킬레스건을 병원에 유통한 것으로, 리베이트 및 대리수술 정황까지 드러나며 수사가 확대됐다.

경찰은 지난 6월27일과 28일, 10월27일 세 차례에 걸쳐 인체조직 납품업체 일당 32명(대표 26명, 영업사원 6명)과 의사 30명, 간호사 22명, 의료기관 종사자 1명을 송치했다.

납품업체 일당은 지난 2012년 3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승인을 받지 않은 반쪽짜리 아킬레스건 6770개를 미국에서 수입해 병·의원 400여곳에 납품한 혐의를 받는다.

[서울=뉴시스] 김남희 기자 = 정상 아킬레스건 인체조직 모형. 인체조직 납품업체 일당은 정상 아킬레스건을 세로로 나눈 절반 크기의 '반쪽 아킬레스건'을 국내에 유통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3.11.16. nam@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남희 기자 = 정상 아킬레스건 인체조직 모형. 인체조직 납품업체 일당은 정상 아킬레스건을 세로로 나눈 절반 크기의 '반쪽 아킬레스건'을 국내에 유통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3.11.1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들은 반쪽 아킬레스건이 기존에 식약처 승인을 받은 인체조직인 것처럼 속여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100억원 상당의 요양급여를 부당하게 수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명운 국제범죄수사2계장은 "아킬레스건이 냉동 포장 상태로 수입돼 육안상 구별이 힘든 점을 이용했다"며 "코로나19 사태 전 아킬레스건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시기에 반쪽짜리 아킬레스건을 국내에 공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쪽 아킬레스건을 이식받은 환자는 전국에 6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건강보험공단에 해당 환자들의 명단을 보냈고, 공단은 업체 상대 민사소송 및 환자 통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시술했을 땐 "그런 조직이 들어가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취지의 의사 소견을 받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파열된 인대를 대신해서 아킬레스건이 들어가는 만큼 최대한 튼튼해야 하는데 기능상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경찰은 지난해 2월 건강보험공단의 수사 의뢰를 받은 후 인체조직 수입업체 2곳을 압수수색해 반쪽 아킬레스건이 사용된 조직이식 결과기록서를 확보했다.

[서울=뉴시스]'반쪽 아킬레스건' 납품업체 측에 의사가 보낸 리베이트 요구 메시지 (제공=서울경찰청)

[서울=뉴시스]'반쪽 아킬레스건' 납품업체 측에 의사가 보낸 리베이트 요구 메시지 (제공=서울경찰청)

또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의료기관이 인체조직 납품업체 영업사원에게 환자 의료정보 등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영업사원은 의사에게 현금 등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도 적발했다.

이밖에 납품업체 영업사원이 수술실에서 아킬레스건을 환자 치수에 맞게 다듬고, 응급구조사가 간호사 대신 수술실에 들어가 수술 보조행위를 한 의료법 위반 정황도 드러났다.

다만 의사들이 받은 리베이트가 '반쪽 아킬레스건' 납품을 눈 감아준 대가인지는 입증되지 않았다. 납품업체 측도 경찰 조사에서 '의사들이 미승인 아킬레스건을 알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계장은 "일부 의사들이 (반쪽 아킬레스건인 점을) 알고 사용했을 수도 있지만 증거가 명확하지 않았다"며 "명확하게 혐의가 나오는 것만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재발 방지를 위해 식약처에 관리·감독상 문제점에 대한 제도 개선을 요청하고, 반쪽 아킬레스건 수입·납품 업체 및 의사 등에 대한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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