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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사망 보복 수위는?…고민하는 미 정부 [이-팔 전쟁]

등록 2024.01.30 10:26:26수정 2024.01.30 11: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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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제재·사이버 공격은 효과 거의 없어

이란 내 목표 공격 방안 확전 우려 크지만

확전 말라는 메시지와 함께 공격할 가능성

[AP/뉴시스] 요르단 북동부 소재 군사 기지 '타워22'의 2023년 10월 위성 사진. 2024년 1월28일 "이란 지원 무장 조직의 드론 공격으로 이 기지에서 미군 3명이 사망하고 30여 명이 부상했다"고 미군은 말했다. 2024. 01. 30.

[AP/뉴시스] 요르단 북동부 소재 군사 기지 '타워22'의 2023년 10월 위성 사진. 2024년 1월28일 "이란 지원 무장 조직의 드론 공격으로 이 기지에서 미군 3명이 사망하고 30여 명이 부상했다"고 미군은 말했다. 2024. 01. 30.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요르단 주둔 미군이 이란 배후 민병대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사건에 대한 보복 수위를 결정하느라 미 정부가 고심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정부는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전부터 유사시 보복 계획을 논의해왔다. 그러나 보복 수단들마다 충분하지 못하거나 수반되는 위험이 너무 크다는 문제점들이 부각돼 왔다.

최근 시리아, 이라크, 예멘 등지에서 지속해온 두더지잡기 식의 보복은 민병대의 공격 능력을 차단하는데 실패해 왔다.

민병대에 드론과 미사일을 지원한 이란 내 세력을 직접 응징하는 것은 큰 위험이 따른다. 이슬람혁명수비대 주요 인물들이 보복 대상일 수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시리아와 이라크에 머물고 있다. 미국의 보복 수위에 따라 전쟁이 확산하고 이란의 핵개발이 가속화될 수 있다.

중동 확전 피하기 더 이상 힘들어지나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까지 극력 피해온 일을 해야만 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당국자들은 중간적 수준의 보복이 가능하며 보복과 함께 이란에게 보복을 감내하되 상황을 악화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고 말한다. 2020 이란 쿠드스군 지도자 카심 술레이마니를 살해했을 때도 미국은 이란에 상황을 악화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 성공한 적이 있다.

그러나 4년 전에 비해 이번에는 정치적 압박, 군사 행동, 중동 상황의 취약성 등 모든 면에서 차이가 크다. 다만 경제난에 처한 이란도 직접 전쟁을 일으키진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국제투자회사 칼라일 그룹에서 일하는 예비역 해군 제독 제임스 스타브리디스는 “미군과 네이비 실 대원의 희생에는 강력한 보복이 불가피하다”면서 “모든 민병대를 여러 차례 폭격하되 이란에 ‘더 이상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란 지도부가 한발 더 나갈 경우 이란의 무기 생산 시설, 해군 자산, 정보 자산을 직접 공격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강력한 사이버 공격도 함께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란과 이스라엘이 전쟁하는 경우에 대비해 이란의 미사일 기지와 공군 기지를 타격하고 이란의 대공 방어와 통신 및 전력을 파괴하는 사이버 공격 방안을 마련해두고 있다. 이 방안은 이란 핵 합의와 함께 보류된 상태다. 이스라엘은 이란 나탄즈와 포르도우의 핵 농축시설에 대한 공격을 연습해왔다.

이란 직접 공격은 전면전으로 이어질 우려 커

이들 방안들은 그러나 이란과 전면전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미국이 결국 승리하겠지만 이스라엘이 입을 피해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 보복 계획을 철회했다.

미치 맥코넬 상원 공화당 원내 총무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응이 너무 무르다면서 이란 대리인이 아닌 이란이 직접 “큰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존 코린 공화당 상원의원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와 핵프로그램 담당자들을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란 최고지도자를 공격하라는 주문도 있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효과가 클 수 있지만 트럼프조차 재임 때 확전을 우려해 꺼렸던 방안들이다.

미 정보 당국은 이란이 미군을 공격한 민병대에 무기, 자금, 정보를 지원했지만 이번 공격을 하도록 주문했다는 직접 증거는 없다고 밝힌다. 이란도 공격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란도 “민병대 이란 지시 안 받는다” 거리 두기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기자회견에서 민병대가 이란의 “지시를 받지 않으며” 독자적으로 활동한다고 밝혔다.

미 외교협회(CFR)의 이란 전문가 레이 타케이는 “이란의 민병대를 통한 전쟁 전략의 근본적 문제는 이란에 대한 직접적 보복 가능성까지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미 정부의 중간적 보복 대응 수단이 고갈되고 있다.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는 더 이상 강화하기 어려운 한편 이란 대리 세력들을 직접 공격하는 방안은 이들을 미국의 공식적 상대로 부상하게 만들 수 있다.

이란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은밀하게 진행할 수 있으나 실제 이란에 큰 타격을 가하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다. 주요 네트워크에 접속하기가 힘들고 네트워크에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히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은 15년 전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의 핵농축 시설을 사이버 공격해 핵프로그램을 1~2년 가량 늦춘 적이 있다. 그러나 완전히 무력화하지는 못했다.

선거를 앞두고 2개의 전쟁을 치르는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또 하나의 전쟁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미국을 공격하는 민병대와 이란의 관계를 끊는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목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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