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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휴·애런슨 "1940년대 '춘희' 흑백사진, 일 테노레의 시작"[문화人터뷰]

등록 2024.02.17 05:00:00수정 2024.02.19 14: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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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휴 작가 · 윌 애런슨 작곡가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박천휴 작가 · 윌 애런슨 작곡가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1948년 이인선 테너가 진두지휘한 한국 최초 오페라 공연 '춘희' 흑백사진을 보게 됐어요. 거기서 '일 테노레'의 아이디어가 시작됐죠."(작가 박천휴)

작가 박천휴와 작곡가 윌 애런슨은 뮤지컬계에서 '휴&윌 콤비'로 불린다. 두 사람은 미국 뉴욕대 재학시절 처음 만났고, 재미 삼아 함께 곡을 쓰기 시작했다. 2012년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로 정식 협업을 시작했고, 2016년 '어쩌면 해피엔딩'을 통해 특유의 아련하고 따뜻한 감성으로 사랑받았다. 조선 최초의 테너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일 테노레'는 이들이 10년 이상 함께 고민해 탄생시킨 작품이다.

'일 테노레'는 칠흑처럼 캄캄했던 일제 강점기, 꿈을 향해 달려가는 청춘들의 가슴 뜨거운 이야기를 그린다. 조선 최초의 '오페라' 테너를 꿈꾸는 '윤이선', 오페라 공연을 준비하는 독립운동가 '서진연'과 '이수한'을 통해 식민지 청년들의 꿈과 고뇌를 다룬다.

박천휴와 애런슨은 최근 뉴시스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일 테노레'를 구상하기 시작한 건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를 완성하고 난 직후였다"며 "'일 테노레'의 주인공들처럼 저희 역시 '간절하게 이루고 싶은 꿈이 있는데, 세상이 그걸 허락하지 않으면 어쩌지' 걱정하는 게 당연한 나이였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의 키워드는 '꿈의 무게'죠. 한동안 일 테노레의 가제이기도 했어요. 무사히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어려운, 난폭한 세상에서 꼭 이루고 싶은 개인적인 꿈이 생길 때, 그것의 아름다움과 비극을 동시에 담고 싶었어요."
'일 테노레' 1막2장_박은태(윤이선 역), 박지연(서진연 역), 전재홍(이수한 역) 외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일 테노레' 1막2장_박은태(윤이선 역), 박지연(서진연 역), 전재홍(이수한 역) 외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박천휴는 오페라와 클래식 음악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애런슨의 감각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는 뮤지컬을 만들고 싶었다. "오페라라는 소재를 떠올린 건 윌 덕분입니다. 저희 또래 뮤지컬 작곡가 중 윌만큼 정통 오페라와 클래식 음악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이 흔치 않거든요. 윌의 재능을 누구보다 잘 아는 동료로서, 그게 관객분들에 대한 제 의무이기도 하다고 생각했어요."

에런슨은 이 작품을 위해 오랜 기간, 꼼꼼하게 한국의 역사를 공부했다. 그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오리지널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많은 도전들이 있었다"며 "많은 양의 자료조사가 필요했고, 그 시대와 사람들에 대해 많이 공부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역사는 매우 격정적입니다. 비극적이면서 그만큼 불굴의 의지와 영감을 느낄 수 있죠. 그래서 이미 한국 역사를 배경으로 한 수많은 예술작품이 존재하고, 이는 한국인이 아닌 관객들에게도 가치가 있어요. 물론 소재나 배경만 흥미로워서는 안 되죠. 훌륭한 퀄리티의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해요. 지금의 관객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이야기인지 계속 고민했어요."

두 사람은 '일 테노레'를 완성하기까지 무려 4개의 다른 버전을 썼다. 첫 버전은 주인공 이선과 진연이 어린시절 함께 자란 설정이었다. 완성작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을 배경으로 했고, 역사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스토리였다.

에런슨은 "실제 역사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첫 대본에 너무 광범위한 역사적 배경이 들어갔다"며 "이후에 첫 대본에서 좋았던 디테일이나 분위기를 지키며 이야기와 드라마가 더 간결하고 명확해지도록 계속 수정을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일 테노레 공연. 홍광호, 김지현, 신성민 외. 2023.12.23.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일 테노레 공연. 홍광호, 김지현, 신성민 외. 2023.12.23.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일 테노레'는 뮤지컬이지만 극에 등장하는 오페라 스타일 넘버들의 완성도가 높아야 이야기의 설득력이 커진다고 판단, 작곡에 특히 공을 들였다.

에런슨은 "실제 오페라라고 가정하고, 좋은 곡들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며 "19세기 오페라 스타일과 미학을 지니면서 동시에 이 이야기와 캐릭터에 어울리는 감정과 분위기를 지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공연에 포함된 오페라 곡들보다 훨씬 많은 곡을 만들었죠.(웃음)"

박천휴와 윌 애런슨이 만들어낸 '일 테노레'의 넘버들은 작품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18인조 중 12인조가 현악기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연주를 배경으로 '꿈의 무게', '그리하, 사랑이여' 등이 관객을 극에 빠져들게 한다.

"단순히 19세기 오페라 스타일을 구현하는 게 아니라 2023년에 개막하는 창작 뮤지컬로서 '일 테노레'에 어울리면서 독창적인 사운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18인조 오케스트라는 제작사에게도 과감한 규모지만 오페라의 사운드를 구현하기 위해서 꼭 필요했어요. 프렌치호른을 포함한 관악기는 클래식한 요소를 만들면서도 동시대적인 뮤지컬 사운드를 위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죠."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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