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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가족이 노력하면 늦출 수 있어"…손녀딸의 간병기 '롱롱TV'[인터뷰]

등록 2024.02.23 07:01:00수정 2024.02.23 0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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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할머니 간병하는 유튜버 김영롱

"내가 제일 잘하는 건 할머니 돌보기"

"치매→요양원 생각하는 것 안타까워"

할머니의 외향적 성격이 유튜브와 적합

"유튜브 활동이 할머니 우울감 낮춘 듯"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유튜브 채널 롱롱TV 운영자 김영롱이 지난달 26일 서울 성북구 인근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2.23.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유튜브 채널 롱롱TV 운영자 김영롱이 지난달 26일 서울 성북구 인근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2.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아름 리포터 = 중앙치매센터의 대한민국 치매 현황(2022년 기준)에 따르면 국내 65세 인구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다.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치매 유명률은 점차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미디어의 왜곡된 정보 전달과 국민들의 치매에 대한 공포·두려움 등으로 인해 사회적 인식은 제자리걸음이다.

치매는 단기 기억을 없애기 때문에 직전의 일은 잊어도 감정은 남아있다. 치매 환자에게 어떤 감정과 기억이 반복되느냐에 따라서 이른바 '예쁜 치매'와 '나쁜 치매'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미디어에서 소비되는 치매가 '나쁜 치매'의 예시다. 이는 화, 짜증과 같은 감정이 반복돼 욕설, 물건 던지기, 폭행 등으로 발전된 치매 증상이다.

뉴시스가 지난달 6일 만난 유튜브 '롱롱TV'의 김영롱(36)은 미디어에서 다뤄진 극단적인 치매의 이미지는 현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한동안 할머니가 바깥에 못 나가셨는데, 오랜만에 가니까 요양원에 계신 줄 알았다더라"고 회상했다.

이어 "치매는 진행하는 병이기 때문에, TV에 나오는 사람을 못 알아보는 모습이 되기까지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가족들이 최대한 노력하면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과정을 송두리째 없애버리고 치매하면 요양원으로 이어지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올해로 간병 경력 5년 차를 맞은 김영롱은 60대 어머니와 함께 치매를 앓는 노병래(93) 할머니를 간병하는 일상과 치매 정보 콘텐츠 등을 제작한다.

김영롱은 "엄마랑 나랑 거의 4년 가까이 굉장히 힘들어했다. 치매 어르신이 하시는 실수들 있지 않냐. 기저귀 실수나 의심 증상 이런 것 때문에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너무 힘들던 와중에 나도 모르게 내가 '나중에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뭘 하고 싶다' 이런 리스트를 생각하고 있더라"고 털어놓았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유튜브 채널 롱롱TV 운영자 김영롱이 지난달 26일 서울 성북구 인근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2.23.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유튜브 채널 롱롱TV 운영자 김영롱이 지난달 26일 서울 성북구 인근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2.23. [email protected]

당시 김영롱은 무의식중에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의 임종을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인지한 순간 충격을 받고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리고 이때 유튜브를 시작해보자고 생각하게 됐다.

그는 "그때 마침 '내가 잘하는 게 뭐지' 이런 생각을 할 때였다. 친구랑 얘기하던 중 '나는 잘하는 게 할머니 돌보는 것밖에 없다'라고 말했더니, '너 그거 잘하는 거 맞아'라는 친구의 대답이 돌아오더라. 그게 어떻게 잘하는 일인지 되물었는데도, 아무도 못 하는 거라고 맞다고 했다"면서 "할머니를 즐겁게 돌볼 겸 남들도 유튜브에 자기가 잘하는 거 올리는데 나도 한 번 재미있게 올려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김영롱은 유튜브 활동을 결심한 여느 때 할머니 앞에 카메라를 놓고는 예상치 못한 감정을 마주했다고 전했다. 그는 "충격받았다. 이러면 안 되겠다 하고 한 번 카메라를 (할머니) 앞에 놓았는데, 내가 까먹고 있던 우리 할머니 모습이 나온 거다. 할머니한테 '하고 싶은 말 해 봐, 자기소개해 볼까?' 이러니까 할머니가 말을 너무 잘하더라. 그리고 막 웃고 '이걸로 나 찍으면 나 죽은 다음에 이거 보면서 추억하려고?' 이런 거 물어보시더라. 그때 내가 놓친 게 치매 환자 노병래 할머니로만 보고, 우리 할머니, 여자 노병래는 내가 완전히 놓치고 있었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또 크리에이터 활동에 대해 "만약 할머니가 카메라를 아주 싫어하셨다면 시작하지 않았을 거다. 너무 좋아하시고 말도 더 잘하게 돼서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손녀 김영롱이 제안한 할머니의 유튜브 활동은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터닝포인트가 됐다.

김영롱 모녀와 할머니가 자주 찾는 뇌신경외과 전문의는 '노병래 할머니의 유튜브 활동이 치매에 도움 됐다'고 자문했다. 그러면서 자존감과 인지 능력의 상관관계를 주장했다. 이는 자존감이 높은 상태에서 인지검사, 우울감인지 검사를 하면 점수가 굉장히 높게 나오는데 반면 자존감이 떨어지고 우울감이 높은 상태에서 인지 검사를 하면 인지력이 굉장히 떨어지게 나온다는 것이다. 노병래 할머니 경우, 유튜브 활동이 할머니의 우울감을 낮추고 자존감을 올려준다는 점에서 치매에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김영롱은 "우리 할머니에게만 해당하는 거일 수 있다. 할머니는 원래 말하시는 걸 굉장히 좋아하셨고, 외향적이다"며 "그래서 (유튜브 활동이 할머니에게) 좋게 작용한 것 같다. 카메라로 자신을 찍고 사람들이 본다는 게 할머니 성격에는 잘 맞는 대처였다. 표현이 많아지고, 긍정적인 마음과 자존감이 올라갔다"고 부연했다.

◎튜브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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