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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물폭탄' 폭우가 인공강우 탓? 미 전문가들은 반대 의견

등록 2024.04.18 09:30:11수정 2024.04.18 09:3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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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씨 파종 "기술로는 하루 1600mm의 폭우 불가능

지구온난화 따른 기상이변으로 해석.."재발 가능성 커"

[두바이=AP/뉴시스]16일(현지시각) 하루 동안 2년 치의 폭우가 내린 아랍 에미리트 연합(UAE)의 두바이에서 한 SUV 차량이 물에 잠긴 도로를 지나고 있다. 2024.4.18.

[두바이=AP/뉴시스]16일(현지시각) 하루 동안 2년 치의 폭우가 내린 아랍 에미리트 연합(UAE)의 두바이에서 한 SUV 차량이 물에 잠긴 도로를 지나고 있다. 2024.4.18.

[서울=뉴시스] 차미례 기자 =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가 16일 하루 동안 2년 치 강수량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침수되고  인접한 오만에서도 며칠 동안 비가 내리면서 홍수로 인해 18명이 숨진 뒤 이번의 기상재난이 두바이 지역의 인공강우 노력 탓이라는 일부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항공기를 이용한 구름씨 파종( cloud seeding )이 이번 폭우의 원인이라는 데 대해 미국의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고 17일 (현지시간) AP통신이 보도했다.

기상학자들은 구름씨 파종으로 비가 내리게 할 수는 있지만 이번에 두바이 일대 전체를 침수시키고 공항을 마비 시킨 것 같은 역대급의 대규모 폭우나 홍수 같은 이변을 일으킬 수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인구 수백 만 명의 대도시인 두바이는 페르시아 만에 접해 습하지만 건조 지대에 속하며 연간 강수량이 90mm 안팎이다.

그런데 16일 새벽부터 시작된 폭우가 하루 종일 계속되면서 밤까지 내린 비가 최소 160mm에 달했다. 통상 18개월~24개월 동안의 강수량이다.

이로 인해 평평한 지역에 대부분 지역이 포장된 상태인 도시 전역이 침수돼 버스와 지하철이 운행을 중단했고 두바이 공항의 침수로 착륙이 금지되면서 세계적인 항공운항의 지장이 뒤따르고 있다.

두바이에서 폭우가 내리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지만 지구촌 전체의 기후 온난화에 따라 앞으로 가뭄과 홍수가 반복되는 일이 잦아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 곳에서는 한 번에 내리는 비가 10~13mm밖에 안되기 때문에 인공강우로 하늘 위의 아주 작은 습기 한 방울까지도 쥐어짜서 비를 내리게 해야 한다.

이런 인공강우는 수 십년 째 시행되어 왔지만 아직도 기상학계에선 구름씨 파종 효과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AP는 보도했다.

미국립 해양대기청(NOAA)의 전 선임 연구원이었던 기상학자 라이언 모우에는 "이번 두바이의 경우는 구름씨 파종탓이 아니라고 거의 확신할 수 있다.  만약 그 때문이라면 그 곳에는 항상 비가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그 처럼 희박한 수증기에서 한번에 160mm의 물폭탄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  그건 영구작동 기술에 가까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기상학자와 기후 학자들은 이런 극단적인 폭우는 보통 인간이 만들어낸 기후변화 탓이며 인재(人災)라고 말하고 있다.

그 증거로는 폭우 6일 전의 기상 예보를 보면 안다.  기상학자 토머 버그는 컴퓨터 모델을 통해서 확인한 결과 아랍 에미리트 지역의 6일전 기상예보에는 기껏해야  몇 cm의 강우량의 예보 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정도는 UAE에서 보통 1년 내내 내리는 비의 양에 해당된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기후학자 마이클 만 교수는 두바이 지역의 저기압대 4개가 열차처럼 줄지어 제트 기류를 따라 이동했으며 이런 대기천의 이동이 페르샤만까지 이어져 이번 폭우로 연결되었다고 말한다.   따라서 인공강우 작업이 원인이라는 분석은 최근의 일기 변화나 기상 예보를 무시한 처사라는 것이다. 

인공 강우를 위한 구름씨는 구름 속에 미세한 물방울이나 뉴클리에이(핵)로 불리는 얼음 입자들이 있어야 비를 내리게 할 수 있다.  인공강우 시행자들은 요드화 은(銀)이나 드라이 아이스 등 촉매제를 구름 속에 쏘아보내 비를 만든다. 

이 방법은 1940년대에 처음 개발되어 1960년대부터 미국 서부지역에서 이용되었고,  대개는 눈을 내리게 할 때 사용했다.

하지만 이런 기술도 맑은 하늘에서 빗물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  폭풍우 구름대 속에 촉매제 입자를 쏘아 보내서 이미 포화상태인 수분 입자가 비로 내리도록 하거나,  자연적으로 내리는 대신에 더 빨리, 많이 떨어지게 할 수 있을 뿐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대기층 안에 구름씨를 쏘아 보내서 비구름이 형성되거나 비가 내리는 인공강우의 성공 사례가 레이다로 포착된 경우는 많다.  하지만 얼마나 효과적인가 하는 정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마우에 연구원은 "대기 기상의 힘은 너무도 크고 복잡하고 혼란스러워서, 기술적으로 구름씨 파종은 이번 폭우와 홍수를 만들어내기에는 너무나 미미한 힘에 지나지 않는다"며 인공강우  원인설을 부인했다. 
 
구름씨를 가지고 늘릴 수 있는 강우량도 아직은 최소량에 불과하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효과가 불확실 한데도 불구하고 미국 서부나 UAE같이 가뭄에 시달리는 지역의 정부들은 아무리 적은 양의 빗물이라도 얻기 위해서 막대한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아시아와 중동지역의 수 십개 국가들도 마찬가지이다.
 
미국 유타주는 콜로라도 강의 물부족 해결을 위해 지난 해 240만 달러를 투자했으며 올해에는 예산을 10배로 늘렸다.

대체로 가뭄이 심하다가 어쩌다 한번씩 측량이 불가능할 정도로 엄청난 폭우와 돌발 홍수를 겪고 있는 중동의 사막 국가들도 빗물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서 거액의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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