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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포렌식 후 무관정보 폐기하지 않은 것은 위법"

등록 2024.04.26 12:00:00수정 2024.04.26 14: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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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렌식 후 무관정보 저장…별개 사건에 증거 활용

대법 "위법수집 증거로 증거능력 인정 안돼"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하종민 기자 = 검찰이 대검찰청 서버에 무관정보를 계속 보관하면서 영장 없이 탐색·복제·출력해 취득한 증거는 위법수집 증거로 증거 능력이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지난 16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검찰 수사서기관 A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방법원으로 환송한다고 26일 밝혔다.

대법원은 "이 사건 휴대전화에서 탐색·복제·출력된 이 사건 증거와 이에 따라 수집된 2차적 증거들은 위법수집 증거로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며 "그럼에도 제2차 압수 이후에 수집된 증거들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 수사서기관이었던 피고인 A씨는 시청 안전건설국장 B씨로부터 수사과에서 진행 중인 수사를 지방선거에 영향이 없도록 선거 이후로 지연시켜 달라는 내용의 부정청탁을 받았다.

또 A씨는 B씨로부터 친형의 고소 사건 진행 경과를 확인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검사 수사지휘서의 내용을 알려줌으로써 수사기관의 범죄 수사 기능에 장애를 초래할 위험이 있는 수사기관 내부의 비밀을 누설한 혐의도 받았다.

다만 이번 사건에서는 수사 과정에서 취합한 증거의 증거능력이 쟁점이 됐다. 시청 국장이었던 B씨는 별도의 사안으로 검찰수사를 받으며 압수수색 영장에 따라 휴대전화 포렌식을 당했고, 검찰은 해당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대검찰청 통합디지털증거관리시스템(디넷, D-NET)에 저장했다.

이후 검찰은 디넷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탐색하던 중 우연히 A씨와 B씨 사이에 여러 차례 통화한 녹음파일 등 이번 사건 공소사실 혐의와 관련된 전자정보를 발견했다.

검찰은 녹음파일을 발견한 이후 영장 없이 약 3개월 동안 해당 파일을 대검찰청 서버에 그대로 저장한 채로 보관하면서 이를 탐색·복제·출력해 A씨의 범죄사실 혐의와 관련된 증거를 수집했고, 또다른 두 번째, 세 번째 영장을 발부 받아 해당 녹음파일을 증거로 확보했다.

1심과 2심에서는 해당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서울=뉴시스] 대검찰청.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대검찰청. (사진=뉴시스DB) [email protected]

다만 대법원은 검찰이 수집한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며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은 무관정보인 이 사건 녹음파일 등을 발견한 무렵부터 제2영장의 발부를 청구하기까지 약 1개월 동안 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채 녹음파일 등에 기초하여 증거를 수집하는 등 영장 없이 수사를 계속했다"며 "또 제2영장을 집행하지 않은 채 제3영장을 집행한 날까지 약 2개월 동안 녹음파일 등을 탐색·복제·출력을 하면서 수사를 계속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2영장을 발부 받기까지 약 1개월이라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 것은 오로지 무관정보를 기초로 한 이 사건 수사를 위한 것이었다고 보인다"며 "이 사건 녹음파일 등은 영장주의와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방대한 녹음파일을 개별적으로 청취해 그 내용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소요돼 영장을 발부 받기까지 시간이 지체됐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이는 정당한 사유가 되지 못하고, 달리 영장 청구 자체를 지체할 만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수사기관이 대검찰청 서버에 무관정보를 계속 보관하면서 영장 없이 탐색·복제·출력해 취득한 증거는 위법수집 증거로 증거 능력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면서 관련 정보를 디넷에 저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인 바 있다.

검찰은 디넷에 저장된 무관정보에 대해 "검찰은 현재 확립된 대법원 판결에 따라 디넷에 보관된 전부이미지(유관+무관)는 '증거의 무결성, 동일성, 진정성 등 증거능력 입증'을 위한 경우 이외에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해당 사건을 수사할 당시에는 전부이미지(유관+무관), 선별이미지(유관)에 대한 등록 및 폐기 절차가 구체적, 개별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았다. 현재는 '유관정보 탐색 및 선별'을 종료한 후 디지털증거의 증거능력 입증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전부이미지를 보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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