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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민이식위천(民以食爲天)

등록 2024.10.25 11:57:59수정 2024.10.25 14: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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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뉴시스] 문예성 기자= 17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카스 구시가지의 한 노천 술집 앞에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춤을 추고 있다. 중국어로 ‘카스고성’이라고도 불리는 구시가지는 카스 내 3.6㎢의 지역으로 위구르족 주민들이 2000년 넘게 모여 살면서 이슬람 문화와 전통을 보존한 곳이다. 위구르족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신장에서는 물론 전국적으로 인기 있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2024.10.20 sophis731@newsis.com

[카스=뉴시스] 문예성 기자= 17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카스 구시가지의 한 노천 술집 앞에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춤을 추고 있다. 중국어로 ‘카스고성’이라고도 불리는 구시가지는 카스 내 3.6㎢의 지역으로 위구르족 주민들이 2000년 넘게 모여 살면서 이슬람 문화와 전통을 보존한 곳이다. 위구르족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신장에서는 물론 전국적으로 인기 있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2024.10.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문예성 기자 =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신장위구르자치구 정부가 공동주관한 ‘글로벌 미디어 서밋’ 참석을 계기로 최근 중국 소수민족 화약고로 불리는 신장자치구의 주요도시인 우루무치와 카스(카슈가르)를 방문했다.

신장자치구는 티베트자치구, 네이멍구자치구와 함께 중국의 '3대 소수민족 화약고'로 불리며, 3곳 가운데서도 한때 분리독립 움직임이 가장 강력한 곳으로 알려졌다. 2020년 실시한 전국인구조사에 따르면 자치구 전체 인구 약 2585만명 가운데 위구르족 인구는 1162만명으로, 전체 44.96% 차지하고 한족은 1092만명으로 42.24%를 차지한다. 나머지 소수민족은 331만명으로 12.8%를 차지한다.

2009년 7월 5일 신장자치구 성도(省都) 우루무치에서는 위구르족이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소요사태가 발생했다. 중국 정부 기관이 발표한 사망자만 최소 197명이고, 약 1500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1989년 '톈안먼 민주화운동' 이후 중국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소요 사태로 기록되기도 했다.

그 이후에도 신장에서 다양한 극단적인 분리독립 운동이 일어났고, 시진핑 지도부가 집권한 이후 신장에 대한 감시와 통제는 한층 강화됐다. 미국 등 서방이 위구르족 인권문제를 이유로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그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정치적 민감성 때문에 중국 당국이 신장지역, 특히 ‘위구르족의 고향’으로 불리는 카스 취재를 허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그곳에 도착한 이후 소수민족 주민들이 자유와 인권이 탄압받고, 처참한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를 찾으려 했다.

그러나 카스 인근 마을 '파하타이커리향(鄕)'에서 만난 40대 위구르족 가장은 당국의 ‘신농촌 정책’으로 살림살이가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말했고, 사람들의 얼굴에서 여유와 만족감을 볼 수 있었다.

중국 정부가 과거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강압적인 통제 이른바 '채찍 정책'에 치중했다면 지금은 상대적으로 다양한 '당근 정책'을 펴는 것으로 보였다.

[서울=뉴시스] 국제부 문예성 기자.

[서울=뉴시스] 국제부 문예성 기자.

중국은 카스에서 위구르족 주민들이 수천년 모여 살아온 구시가지를 '국가급 관광지'로 지정하고 열악한 환경을 개선했다. 주민들에게 새로운 삶의 터전을 선물했고, 남아도는 농지는 경험있는 전문팀에 맞게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게 했다. 여러 나라가 국경에 접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 자유무역구를 설립, 무역을 활성화시켰다. 

소수민족 주민에게 ‘경제 발전’의 실리를 제공하자 분리독립 움직임이 완화됐던 것이다.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삼는다, 즉 백성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먹고 사는 문제임을 뜻하는, 사기(史記)에 나온 문구 '민이식위천(民以食爲天)'이 떠올랐다. 이곳에서도 '민이식위천'이 작동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이런 이유로 신장자치구 1인자인 마싱루이 당서기가 200명이 넘는 외신 기자에게 “신장을 직접 돌아보고 진실한 상황을 체험해 보고, 신장 발전과 진전의 '증인'과 '전파자'가 돼 달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만 다양한 민족을 '하나의 중화민족'으로 통일하는 것을 진정한 ‘민족 화합’으로 볼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신장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감시통제와 당근책들이 균형을 유지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사안이다.

14억 인구를 다스리는 중국의 의사결정자는 '백성은 물, 임금의 배, 물은 배를 뜨게 하지만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공자의 '군주민수(君舟民水)' 교훈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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