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프로젝트' 양종욱 "공동창작, 상상치도 못한 결과물 만들죠"
【서울=뉴시스】양종욱, 연극 창작집단 '양손프로젝트' 대표 겸 배우. 2017.05.11. (사진 = 두산아트센터 제공) [email protected]
이들의 작품 속에서 인물들은 강렬한 드라마가 똬리를 튼 딜레마에 빠져있다. 비행기 추락사고로 가족을 잃은 러시아인 아버지가 실수를 한 항공 관제사를 살해하는 '마이 아이즈 웬트 다크', 여우를 한 번도 보지 못했음에도 여우가 있다고 조작하는 이야기를 통해 빅 브라더, 권력의 치졸함 등을 다루는 '폭스 파인더'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두산아트센터에서 만난 양손프로젝트의 양종욱(38) 대표는 "개인이 겪게 되는 큰 갈등의 상황에 관심을 갖고 주목한다"고 말했다.
"양손프로젝트는 인물이 그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 관계 속에서 어떻게 괴로워하는지에 대해 주목하려고 해요. 그런 것들이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결부되면서 더 큰 고민이 되지 않나 생각하죠."
두산아트센터 '두산인문극장 2017: 갈등'의 세 번째 공연 프로그램으로 14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에서 선보이는 '죽음과 소녀' 역시 양손프로젝트 기량의 정점에 있는 작품이다. 이달 2일 개막했는데 일주일 전부터 15회가 전석 매진, 화제가 됐다.
2012년 두산아트랩에서 워크숍으로 처음 선보였다. 같은 해 11월에 본 공연되며 주목 받았다. 이후 2014년 재공연을 거쳐 올해 4번째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서울=뉴시스】양종욱, 연극 창작집단 '양손프로젝트' 대표 겸 배우. 2017.05.11. (사진 = 두산아트센터 제공) [email protected]
빠울리나의 남편인 '헤라르도'는 어느 날 차 고장으로 길가에 서게 된다. 우연히 의사 '로베르또'의 도움으로 집에 온다. 빠울리나는 그러나 의사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자신을 고문한 이라 확신한다. 그를 감금하고 폭력을 가한다. 변호사이자 인권위원회 위원인 남편은 법과 인권을 내세우며 빠울리나와 충돌한다.
이전까지 '죽음과 소녀'에서 헤라르도는 양손프로젝트의 맏형인 손상규(40), 로베르또는 양종욱이 연기해왔다. 평소 손상규는 뜨겁고, 양종욱은 차가운 질감의 연기를 선보였는데 두 사람이 캐릭터의 정서와 언어를 소화하는 온도 차이만으로도 '죽음과 소녀'는 전혀 다른 작품이 됐다.
"신선한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같은 멤버들이 만든 같은 공연이기는 하지만 관객분들이 다르게 감각하기를 원했죠. 연기를 하다보면 자신의 배역 프레임으로 작품을 바라보게 되는데 이번에는 다른 면이 보이고 들리면서 흥미로웠어요."
양손프로젝트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미니멀리즘이다. 테이블 5개와 의자 2개가 무대 소품이 전부인 '죽음과 소녀'에서 테이블은 쓰러지는 등의 작용을 통해 다양한 사운드 플랫폼으로 자연스럽게 변환된다. 흰 테이블 색깔은 조명의 반사판이 되기도 한다.
【서울=뉴시스】양종욱, 연극 창작집단 '양손프로젝트' 대표 겸 배우. 2017.05.11. (사진 = 두산아트센터 제공) [email protected]
"'죽음과 소녀'는 연습 당시 연습실에 테이블 하나가 있어 사용했어요. 이후 여러 개를 붙여 길게 늘이는 등 다양한 설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죠. 팀원들과 브레인 스토밍을 하는 과정에서 드라마를 발견해요."
2011년 홍대 앞 산울림소극장에서 열린 '단편소설 극장전'에서 일본 전후문학을 대표하는 다자이 오사무의 '황금풍경' '축견담' '직소'를 하나의 연극으로 엮은 '개는 맹수다'를 전후로 문학을 자양분으로 삼은 팀이 되기도 했다.
소설 속 대화뿐 아니라 지문까지 양손프로젝트의 배우들의 입을 통해 발화될 때, 그것은 생생한 무대 장치로 탈바꿈된다.
"문학에서 흥미로운 연극성이 발견이 될 때 재미가 있어요. 희곡을 무대화하는 것보다 소설 텍스트를 무대화하는 작업을 할 때 공간이나 시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느낌이 있죠."
【서울=뉴시스】연극 '죽음과 소녀', 연극 창작집단 '양손프로젝트'. 2017.05.11. (사진 = 두산아트센터 제공) [email protected]
양손프로젝트 팀원들이 구상한 것을 실제적인 테크닉적으로 구현하는 무대미술가 여신동과 작업을 하거나 박지혜 연출이 국립극단 젊은연출가전에 초청되면서 팀 자체가 다른 형태의 작업을 선보이는 등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이 팀의 가장 특징은 작업 형태가 항상 열려 있다는 것. 공연마다 객석에 앉아 메모를 하는 박지혜 연출이 작품의 맥락을 만들어가지만 기본적으로 네 사람의 의견이 일치해야 다음 순서로 나아간다. 무엇보다 결정된 것 하나 없이 차곡차곡 작업을 해나가는 팀이라 스트레스가 상당할 법하다.
양종욱은 "작업할 때마다 고생은 하지만 팀원들과 함께라면 잘 헤쳐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요. 개별적으로 '나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 넷이서 테마를 갖고 경험을 이끌어내면 할 수 있다'는 믿음이요. 생각들이 다 섞여서 상상하지도 못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순간이 좋아요"라고 말했다.
양손프로젝트는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작년에 프랑스에서 현지 작가인 모파상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모파상 단편선-낮과 밤의 콩트'를 선보여 호평 받았다.
【서울=뉴시스】왼쪽부터 양종욱, 박지혜, 손상규, 양조아, 연극 창작집단 '양손프로젝트'. 2017.05.11. (사진 = 두산아트센터 제공) [email protected]
그간 한국 공연의 해외 진출이 전통, 퍼포먼스 위주였던 데 반해 '여직공'은 드라마 연극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저희는 한국 연극이라는 카테고리에 포함될 수밖에 없어요. 한국에서 연극학교를 나왔고 한국에서 보고 들은 것이 인풋으로 쌓였죠. 그러다보니 한정된 시각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외국 페스티벌에서 다양한 형식과 관점의 공연들을 보면서 저희의 한계점이 존재하는 것 같았고. 아직 방법이나 노하우에 대해서는 공부하는 단계지만 재미있고 신선하게 관객들을 계속 만나고 싶어요.
팀으로는 이례적으로 두산아트센터 창작자육성 프로그램 아티스트로 지원을 받고 있는 양손프로젝트는 올해 여름에 별도로 신작 워크숍을 갖는다.
"현재 고민들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 작업을 통해서 찾아가고 있어요. 어떤 형태의 작업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프로덕션을 해보자는 생각이죠. 두산아트랩처럼 중간 단계를 거치는 작품인데 소수의 관객만 우선 만날 듯해요."
특정한 계획을 구체화하거나 목표로 삼지 않았어도 관객들이 지지를 보낼 수 있는 양손프로젝트는 하나의 믿음과 브랜드가 됐다. "불안할 수 있고 구체적이지 못하고 선명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항상 가능성이 많이 열려 있어 늘 설레고 새로워요."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