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민간 출신 최흥식 금감원장···금융권·조직 혁신 이끌까
관료 영향력 강햐 금융개혁 미지수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11일 취임한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1999년 금감원 설립 이래 첫 민간인 출신 원장이라는 상징성을 갖는다.
최 내정자는 경기고 출신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대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등을 거쳐 한국금융연구원장을 지낸 금융 전문가다. 이명박 정부 시절엔 하나금융지주 연구소 소장과 지주사 사장을 맡았다.
청와대는 "금융분야 주요 직위를 두루 거치며 이론과 실무를 겸비했다"며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맞춰 금감원의 혁신과 변화를 이끌 적임자라고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최 신임 원장은 당장 금융개혁과 감독업무 재편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도 불합리한 검사·제재 관행 혁신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열린 취임식에서 "감독당국의 '권위'와 '위엄'은 금융회사를 윽박지르는 것이 아니라 '전문성'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기존의 권역별 감독을 벗어나기능별·기술별 감독체계로 전환하고 총체적인 리스크 관리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직 쇄신이라는 중책도 떠안았다. 지난해 변호사 채용비리로 홍역을 치른 금감원은 올해 감사원 감사에서 직원들이 차명 계좌로 주식 거래를 하거나 음주운전을 하는 등 부당·불법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외부 전문가 중심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불합리한 인사제도와 업무관행을 손 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 신임 원장이 이날 직원들을 향해 '청렴'을 강조한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개미구멍으로도 둑이 무너진다'는 말처럼 구성원 개개인의 작은 일탈이 조직에는 치명적 위기가 될 수 있다"며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 고쳐나가는고도의 자정능력을 토대로 더욱 공정하고 투명한 조직문화 확립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힘주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금융감독 조직재편도 직면한 과제다. 문 대통령은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을 동시에 관장하는 금융위원회 체제를 바꿔 정책 기능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자는 대선 공약을 내놓았다. 최 신임 원장은 금융감독 개편 분야 전문가로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등 금융감독기구를 금감원으로 통합하는 작업도 맡았다.
금감원 노조와의 갈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금감원 노조는 최 신임 원장이 내정된 지난주 성명을 발표하고 반대의 뜻을 밝혔다. 금융위를 견제하면서 금융개혁과 감독업무를 뚝심있게 추진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우려에서다. 또 최 원장의 하나금융지주 이력을 거론하면서 "(최 내정자가) 과연 금융권 적폐세력을 제대로 청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첫 민간 출신 수장인 만큼 기대와 우려가 상존한다"며 "전문성을 바탕으로 관치금융을 청산할 인물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관료들의 영향력이 강한 금융감독기구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있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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