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 6개월]K뷰티 아성 흔들···'포스트차이나' 찾는 뷰티업계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 당국의 보복 여파로 부진을 겪고 있는 국내 뷰티업계는 베트남 등 동남아와 러시아, 유럽 등으로 수출선을 다변화하며 한한령의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2분기 실적이 크게 줄었다.
전체 화장품 수출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1월 34.2%에서 6월 31.9%로 떨어졌다. 중국 관광객이 줄어들고 수출도 주춤해 화장품업계의 올 2분기 합산 매출액은 전년동기에 비해 6.7%, 영업이익은 34.2%, 순이익은 32.2% 각각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에 17.8% 감소한 1조4130억원, 영업이익은 57.9% 줄어든 1304억원을 각각 나타냈다. 주력 계열사 아모레퍼시픽의 2분기 연결기준 매출 역시 17% 줄어든 1조2050억원, 영업이익은 58% 줄어든 1016억원을 각각 나타냈다. 중국 당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면세 채널과 관광 상권 매장 위축 등이 주된 원인이었다.
잇츠한불 역시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1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이니스프리 매출은 12% 감소한 3518억원, 영업이익은 40% 줄어든 685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에뛰드는 역시 매출이 1399억원으로 16%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83억원으로 66% 줄었다.
에스쁘아는 온라인 채널 판매 확대로 매출은 28% 늘어난 223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적자 폭은 확대됐다. 토니모리는 2분기 매출 493억9800만원으로 13.55%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3억5200만원으로 88% 줄었다. 에뛰드 역시 올 2분기에 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화장품 외에도 생활용품, 음료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 LG생활건강은 사드 여파 속에서도 선방했지만 화장품 부문의 타격은 있었다.
LG생활건강의 화장품사업 부문 2분기 매출은 4.7% 줄어든 7812억원, 영업이익은 2.7% 줄어든 1487억원으로 사드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우리 정부의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 후 중국의 무역 보복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관측되면서 화장품업계는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고, 러시아·유럽 등으로 수출을 다각화하는 등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올해 상반기 매도가능금융자산과 금융기관예치금을 매각해 1678억원을 조달했다. 금융업계는 아모레퍼시픽이 경기도 용인시 소재의 토지와 건물을 매각하는 등 매도가능금융자산 등을 처분해 현금유동성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아세안·북미·유럽 등지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브랜드 설화수는 지난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백화점 '갤러리 라파예트'에 한국 브랜드로서는 유일하게 단독 매장을 내고, 유럽진출의 포문을 열었다.
'뷰티의 성지'로 불리는 갤러리 라파예트 본점은 프랑스 현지 고객뿐 아니라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관광 명소다. 설화수는 한국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만 제공되는 보자기 포장을 라파예트 매장에서도 진행, 한국적 감성이 담긴 특별한 서비스로 프랑스 고객을 공략할 방침이다.
아모레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말레이시아에 새로운 생산기지를 건립하고 있고, 올 하반기에는 중동에 법인을 설립한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지난 5일 창립72주년 기념식에서 "고객중심의 대원칙을 우직하게 지켜 나간다면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진정한 원대한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라며 "'처음처럼'의 자세로 생각하고, 도전해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LG생활건강 역시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궁중한방브랜드 '후'의 경우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는 베트남에서 최고급 브랜드 화장품 분야 선두를 달리고 있다.
'미샤' 브랜드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섰다. 에이블씨엔씨는 이를 통해 ▲노후 점포 개선 ▲연구·개발(R&D) ▲주요 해외 거점국가의 유통채널 강화 등에 활용할 방침이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유상증자로 확보된 금액과 사내 유보금을 투자해 보수적인 경영 기조에서 벗어나 회사 경쟁력을 적극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소비자들의 반한감정이 폭발한 3~4월 이후부터 국내 화장품 업계가 상당한 매출 타격을 입고 있다"며 "중국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어 수출 다각화 등으로 활로를 찾으며 장기전에 대비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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