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수사 방해' 또 사망…검찰 당혹 "안타깝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가 6일 오후 서초동의 변호사 사무실 건물 4층에서 투신,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이날 서울 서초구의 한 병원 응급의료센터에 취재진이 몰려 있다. 2017.11.06. [email protected]
투신 소식 이후 서울고검 차장 병원 급파
직원들 삼삼오오 모여 "안타깝다" 어수선
수사팀 "고인 및 유족에 애도 뜻 표한다"
【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국가정보원 댓글수사를 방해 혐의로 구속 여부 판단을 앞두고 있던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가 투신 사망하자 검찰이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6일 경찰 등에 따르면 변 검사는 이날 오후 2시께 서울 서초동 한 변호사 사무실 건물 화장실에서 투신했다. 변 검사는 건물 4층에서 뛰어내렸고, 투신 직후 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 등 조치를 취했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
이날 오후 3시 본인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던 변 검사는 투신 직전 자신의 변호사와 상담 중 화장실을 가겠다며 사무실을 나온 뒤 갑작스레 투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 검사는 검찰의 '국정원 은폐 TF' 관련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심적 부담을 느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구속영장 심사를 거쳐 구속 여부 판단을 앞두고 있었던 만큼 부담감이 극에 달했을 거라는 게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변 검사는 사법연수원 23기로 울산지검과 서울중앙지검 공안부 부장검사를 역임했다. 2013년 국정원에 파견, '현안 TF'에 소속돼 법률자문을 맡았다. 이후 대검 공안기획관,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를 거쳐 지난 8월 서울고검 검사로 발령 난 상태에서 검찰 조사를 받았다.
투신 소식이 알려진 직후 변 검사가 근무하던 고검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 사건을 이야기했다. 한 고검 관계자는 "사건은 사건이지만 사람 목숨이 좌지우지되는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게 참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다들 탄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6일 오후 국가정보원 댓글수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가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투신한 서울 서초구의 변호사 사무실 건물 화장실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2017.11.06. [email protected]
지방의 한 검사는 변 검사의 투신 소식에 "안타깝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당시 국정원에서 일어난 일은 내가 알지 못하지만 공무원으로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을 것"이라며 "관련 수사가 진행되며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향후 검찰 수사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검찰은 변 검사 등 신병을 확보한 뒤 추가 조사를 통해 사법 방해를 계획, 지시한 '윗선'을 파헤칠 예정이었지만 순탄하지 않게 됐다.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조사 대상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13년 검찰의 국정원 수사를 방해한 것으로 파악된 당시 '현안 태스크포스(TF)' 소속 A변호사는 참고인 조사를 받고 지난달 30일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유서가 발견된 경우도 있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문모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 압수수색 과정에서 유서 등을 발견하고 신변 변화를 우려해 긴급 체포한 바 있다.
이처럼 수사 대상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검찰은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이날 변 검사 투신 소식이 전해지자 강 고검차장은 황급히 병원으로 향했다.
국정원 수사팀도 변 검사의 투신과 관련해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는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 관계자는 "변 검사의 사망과 관련해 고인 및 유족에 대해서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매우 안타까운 심경"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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