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캐럴 사라진 제천…겨울비 속 '통한의 성탄'
【제천=뉴시스】고승민 기자 =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 나흘째인 24일 오후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한 유족이 천막에 붙여놓은 고인의 사진과 '미안해, 사랑해' 메세지를 조문객들이 바라보고 있다. 2017.12.24. [email protected]
【제천=뉴시스】이병찬 천영준 기자 =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24일 '통한의 도시' 충북 제천시에는 겨울비와 함께 짙은 슬픔이 내려앉았다. 스포츠센터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애도의 물결이 캐럴을 대신하고 있다.
도시 전체는 깊은 슬픔에 빠졌고 시민들 얼굴은 흙빛으로 변했다. 매년 이맘때 귀를 간지럽히던 '루돌프 사슴코…'는 물론 눈을 즐겁게 주던 현란한 크리스마스 트리도 사라졌다.
각 계의 성탄 축하 메시지 대신 거리를 장식한 건 희생된 고인들의 넋을 애도하는 현수막이다.
합동분향소가 있는 제천체육관에는 조문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현재 시민과 각계 인사 2300여 명이 분향소를 찾아와 헌화했다. 초·중·고교는 겨울방학 전에 계획했던 축제와 갖가지 행사를 내년으로 미뤘다.
제천 지역 교회는 크리스마스이브의 성탄 축하 예배를 대부분 취소했다. 매년 24일 오후 6~10시까지 초·중·고 학생들과 일반인 신도로 나뉘어 다양한 성탄 축하 공연을 선보이는 축제를 열었으나 올해는 하지 않기로 했다.
이 지역 기독교 단체가 제천 시내 차 없는 거리에 열기로 했던 '기독연합 거리공연'도 관람객들에게 나눠줄 핫팩까지 준비했지만 취소했다.
추모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자연스럽게 연말 모임도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때문에 음식점들은 울상이다. 가뜩이나 장사 안된다는 푸념이 나오던 터에 예기치 않은 참사까지 겹치면서 그야말로 '화불단행'이다.
【제천=뉴시스】고승민 기자 =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 나흘째인 24일 오후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조문객이 헌화하고 있다. 2017.12.24. [email protected]
이곳에서 삼겹살을 파는 김모(47)씨는 "성탄 연휴 예약 절반 이상이 취소됐다"고 한숨을 내쉬면서도 "장사는 망쳤지만 그래도 희생자들을 생각하면 살아있는 우리는 행복한 것"이라고 했다.
시민 박모(54)씨는 "스포츠센터 화재로 목숨을 잃은 분들 모든 우리의 이웃이었다"며 "소방당국의 늑장 대응과 건축물 관리자들의 불법 행위 등에 관한 정부 차원의 철저한 진상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 내리는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사이좋게 목욕을 갔다가 한꺼번에 목숨을 잃은 할머니와 딸, 손녀 일가족 등 사망자 19명 영결식이 엄수됐다.
지난 21일 지상 9층, 지하 1층 규모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지상 1층 주차장 천장에서 발화한 불은 삽시간에 건물 전체를 집어삼켰다. 2층 목욕탕에 있던 여성 20명이 숨지는 등 29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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