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비핵화 가능할까③] 핵 기술자만 수천명…전업·해외이주로 '미래 핵' 해결 안돼
무형의 '미래 핵'…지식통제하기 어려워
핵은 특수분야…조속한 대응방안 마련
【서울=뉴시스】지난해 9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평양 목란관연회장에서 핵과학자와 기술자들을 위한 6차 핵실험 성공 자축 연회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사진은 금수산태양궁전 앞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핵과학자, 기술자들과 기념촬영하는 모습. 2017.09.10.(사진=조선중앙TV 캡처) [email protected]
신문은 북한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핵개발에 관여한 최대 수천 명에 달하는 기술자를 해외로 보내는 한편 핵개발 관련 자료도 폐기하라고 압박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북한 측은 핵개발 데이터 폐기에는 애매한 태도를 취했지만 핵기술자 이주에는 난색을 표시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은 그동안 스스로 주장하는 '국가핵무력완성'을 '과거 핵'(이미 만들어진 핵물질·핵탄두)과 '현재 핵'(핵시설)을 통해 증명해왔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미래 핵(향후 핵·미사일 실험)'이다.
북한 전역에 퍼져 있는 핵시설 인프라와 핵물질 등은 실질적으로 완전한 폐기가 어렵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가 '형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는 얼마든지 접근과 폐기가 가능하다. 하지만 '무형(無形)'의 '미래 핵'은 그와는 전혀 성질이 다르다.
특히 미래 핵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연구인력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을 확실하게 통제하는 것이야말로 비핵화의 성공과 직결된다고도 말한다.
북한의 핵 관련 인재 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현재 북한의 핵 분야 정예과학자만 200~300명이 포진해 있고, 핵 관련 산업 기술자·노무자들까지 모두 합하면 적게는 7000~8000명에서 최대 1만5000명까지도 추산하고 있다.
서균렬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이 사람들의 기억을 모두 지워버리지 않은 한 핵은 영원히 산다"며 "김정은 위원장 혹은 먼 미래 그의 후계자더라도 (과학자들이 있는 한) 3개월이면 핵으로 재무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울=로이터/뉴시스】 조선중앙통신이 2일 우라늄 농축공장을 비롯한 모든 영변 핵 시설을 재가동한다고 북한 원자력 총국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08년 6월 27일 북한 핵 냉각탑 파괴 모습.
앞서 북한은 지난달 20일 남북 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북부핵시험장을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미래 핵'(향후 핵·미사일 실험)에 대한 일종의 '모라토리움'(동결)을 선포한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인력이 그대로 남아있는 한 일시적인 '중단'에 그칠 뿐이다. 범위를 넓혀보면 이들이 있는 한 핵의 불능화도, 완전한 비핵화도 없다.
이들 과학자·기술자 등 연구인력을 모두 해외로 이주시키고 관리하는 것 역시 '어불성설'에 가깝다. 정예과학자만 200~300명으로 추정되고 관련 기술자들까지 합하면 수천 명으로 그 규모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또 해외이주 이후 인력관리에 실패할 경우, 국제 핵 밀매 시장 등에 이들이 흘러들어갈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파키스탄 핵폭탄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압둘 카디르 칸 박사는 지난 2004년 북한에 핵 기밀을 팔았던 사례가 있다. 국제 무기밀매시장에서는 고농축우라늄을 주출하는 원심분리기가 유통됐다.
【서울=뉴시스】북한 핵시설 현황.
결국 이들이 남한이나 제3국에서 경수로 건설이나 미래형 원자로 설계 등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대응방안을 적극 모색해야할 필요가 있다. 이들의 지식을 통제하고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는 등 구체적인 방법을 선제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서 교수는 "핵 산업에서 다른분야로 투입하기는 어렵다"며 "그 사람들의 살 길을 마련해주지 않는 한 미래 핵을 없앨 수 있는 처방을 찾기가 힘들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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