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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비를 맞는 사람'...노회찬 '편히 쉬소서'

등록 2018.07.26 20:5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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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뉴시스】김기진 기자 = 26일 고(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경남 창원시 성산구 지역구 사무실에 노 대표가 평소 좋아하던 '함께 맞는 비' 표구가 사무실 한 켠에 걸려 있다. 2018.07.26.   sky@newsis.com

【창원=뉴시스】김기진 기자 = 26일 고(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경남 창원시 성산구 지역구 사무실에 노 대표가 평소 좋아하던 '함께 맞는 비' 표구가 사무실 한 켠에 걸려 있다. 2018.07.26.     [email protected]

【창원=뉴시스】김기진 기자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입니다"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 사무실에 걸어 놓은 '함께 맞는 비'라는 내용의 글귀다.

 26일 고인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지역구 경남 창원시 성산구를 찾았다.

 김영훈 정의당 노동본부장이 고인의 영정과 함께 빈소인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을 출발, 노 의원이 살던 경남 창원시 성산구 반림동 자택에 도착한 시간은 이날 오후 4시 30분.

 이 집은 노 의원이 지난 2016년 4·13 총선 전 부터 전세로 머물던 59㎡(20평)짜리 작은 아파트다.

 김 본부장은 고인의 영정을 들고 텅 빈 안방과 거실을 돌고서 인근 반송시장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고인은 생전에 창원에 내려오면 지역구 식구들과 함께 이 곳 반송시장에 들러 떡볶이와 막걸리를 기울이며 지역 현안에 대해 열띠게 토론했다고 한다.

 인근 상인은 "노 의원은 털털한 양반이다. 족발,오뎅,떡볶이 등 가리지 않고 사서는 시장상인들과 소탈하게 근황을 묻곤 했다"며 아쉬워했다.

 반송시장에서 지낸 노제(路祭)상에 올린 막걸리와 과일 등은 시장상인회가 고인을 위해 마지막으로 올렸다.

 시장상인들은 눈물을 글썽이며 삼삼오오 짝을 지어 고인의 영정에 술을 올리고 절을 하곤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다.

 한 상인은 "참 황망하다. 소탈하게 살던 양반이 여기까지 와서 시장 상인과 노동자들을 위해 마지막까지 애를 썼는데 이렇게 가다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어 반송시장에서 노제를 마치고 고인의 영정은 성동조선 노동자들이 농성을 하고 있는 경남도청 앞 농성장을 찾았다.

35도가 웃도는 폭염속에서도 농성장 천막속의 성동조선해양 노조원들은 고인을 뜨겁게 맞이했다.

 이 천막 농성장은 고인이 지난 14일 농성 중인 성동조선 노조원들을 찾아 '고생한다'며 등을 두드리던 그 장소다.

 또 고인은 미국으로 출장 가기 전인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성동조선 회생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도 노조원들과 함께 참석했다.

 영정은 이어 민주노총 경남본부 사무실에 들러 간단한 제사를 지냈다.

이 자리에서 류조환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여기가 보이십니까? 노 의원님. 노 의원님이 어렵게 예산을 확보해서 이제부터 민주노총 경남본부 건물을 공사하려고 합니다. 좋은 날을 못 보시고 가는게 너무 안타깝습니다"라며 "고인을  애타게 불렀다.

또 고인은 자신의 지역구 사무실과 정의당 경남도당을 마지막으로 찾아 사무실 관계자와 당직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창원=뉴시스】김기진 기자 = 26일 고(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경남 창원시 성산구 지역구 사무실에 노 대표의 명패가 덩그라니 놓여 있다. 2018.07.26. sky@newsis.com

【창원=뉴시스】김기진 기자 = 26일 고(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경남 창원시 성산구 지역구 사무실에 노 대표의 명패가 덩그라니 놓여 있다. 2018.07.26.  [email protected]

고인의 영정은 오후 7시부터 열린 추모제에 참석하기 위해 성산구 중앙동 문화광장의 시민분향소로 이동했다.

이 자리에는 여영국 정의당 경남도당 위원장, 윤소하 정의당 국회의원, 김영만 6·15 공동선언실천 경남본부장,박종훈 경남교육감, 허성무 창원시장 등이 참석해 시민들과 함께 고인의 뜻을 기렸다.

 여영국 정의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추모사에서 "모든 사람이 양심을 어기고 사는데 양심과 싸워서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는 양반이 노회찬 의원이었다. 양심이 그렇게 목숨보다 소중했냐"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노 의원의 친구들은 금관악기로 노 의원의 영정을 향해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마지막 연주를 했다.

시인 김유철 씨는 노 의원에게 마지막 시를낭독했다.

"민중의 대변자, 누구보다도 부지런했고 강했던 인간 노회찬, 이렇게 가시나요. 고맙습니다. 편히 쉬소서"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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