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AI서비스 개발자"…잇단 오픈플랫폼에 AI생태계 확장될까?
SK텔레콤, 개발 문턱 낮춘 오픈플랫폼 '누구 디벨로퍼스' 오픈
카카오, 12월에 '카카오 디벨로퍼스 사이트' 오픈 베타 공개
【서울=뉴시스】‘누구 디벨로퍼스’ 웹사이트에서 직접 ‘누구 플레이’ 제작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국현 기자 = 국내 인공지능(AI) 플랫폼들이 잇따라 개발도구를 공개하고 나섰다.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손쉽게 AI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문턱이 낮아지는 셈이다. 치열해지는 AI 플랫폼 경쟁에서 개발자는 물론 이용자들을 자신의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려는 포석이다. 업계에서는 플랫폼 개방을 통해 AI생태계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
17일 SK텔레콤은 기업과 개인 개발자 등 누구라도 AI '누구' 서비스를 간편하게 개발할 수 있는 웹사이트 '누구 디벨로퍼스'를 오는 24일 오픈한다고 밝혔다. 누구 디벨로퍼스는 서드 파티가 직접 AI 서비스를 제작할 수 있는 '누구 플레이 키트'와 사용자 그룹 및 전용 디바이스를 관리할 수 있는 '누구 비즈'로 구성된다.
누구 디벨로퍼스의 개발 툴은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 환경으로 마우스와 키보드 조작만으로 누구 플레이를 제작할 수 있다. 개발자들은 회원 가입 후 플레이를 개발할 수 있으며, 유해서비스·금칙어 포함 여부, 발화 테스트 등의 심사 과정을 거쳐 배포·운영하게 된다.
특히 디벨로퍼스는 사용자의 발화부터 응답까지 전 과정을 처리하는 엔진을 포함하고 있다. 각 기술에 대한 개념적 이해만으로 서비스를 제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누구 플레이를 만드는 '플레이빌더'는 케이스별 응답을 직접 작성할 수 있고, 원하는 경우 즉각 변경이 가능해 사실상 실시간 대응이 가능하다.
SK텔레콤은 지난 6월부터 누구 오픈 플랫폼 베타 버전을 기반으로 편의점 CU·워커힐호텔 비스타 등과 협력을 통해 맞춤형 AI서비스를 개발한 바 있다. 당시 전국 100개 매장에 '누구'를 도입하고 매장 운영 관련 200여가지 질문에 대답하는 시스템이 도입됐는데 기획자가 서비스를 개발할 정도로 쉽다는 것이 SK텔레콤의 설명이다.
이현아 SK텔레콤 AI기술 유닛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서비스 질을 유지하며, 좋은 서비스를 빠르게 개발하는 것"이라며 "기존의 복잡한 프로세스를 통합 도구로 제공해 효율화했고, 고도화 및 확장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했다. 다양한 B2B 제휴업체들을 쉽게 수용해 다양하고 풍부한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SK텔레콤 이현아 AI기술 유닛장이 ‘누구 디벨로퍼스’의 구조와 기술적 특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제공) [email protected]
카카오는 누구나 카카오i 환경에서 개발할 수 있도록 '카카오i 오픈빌더'의 오픈 플랫폼화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12월에는 '카카오 아이 디벨로퍼스' 사이트를 오픈 베타로 공개할 예정이다. 이는 AI 기술 및 카카오톡 접점이 필요한 파트너나 개인에게 제공되는 개발 플랫폼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플랫폼을 통해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로 카카오톡 플러스친구에 적용할 수 있는 챗봇을 만들거나 스마트스피커 카카오미니에 활용되는 음성형 서비스를 손쉽게 만들 수 있다"며 "AI기술을 통해 생활의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기존 서비스가 쉽고 빠르게 AI시대에 맞게 모습을 바꿀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KT는 지난 6월 일반적인 코딩 능력이 있으면 AI 음성인식 단말을 만들 수 있는 하드웨어와 AI소프트웨어 모듈을 공개했다. 이어 9월에는 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포털 사이트인 'API링크'를 오픈했다. API는 개발자들이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도록 소스 코드를 모아 놓은 것을 말한다.
삼성 '빅스비' 역시 다음달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릴 삼성개발자컨퍼런스에서 '뉴 빅스비'의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와 SDK(소프트웨어 개발자 키트)를 공개할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AI 업체들의 행보는 더 빠르다. 아마존은 일찌감치 독점보다 오픈 소스 전략을 통해 인공지능 시장을 선점했다. 지난 2016년 아마존은 누구든 알렉사의 기능을 다룰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개발자 도구인 '알렉사 스킬 키트(SDK)'를 공개했다. 구글 역시 지난 2016년 12월 어시스턴트 개발자 플랫폼인 '액션 온 구글'을 공개했다. 시장분석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AI 스피커 시장에서 아마존이 41%, 구글이 27.6%로 상위권을 점유하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일상 생활에서 많이 이용하고,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많아지면 AI 플랫폼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며 플랫폼 공개가 잇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제휴사와 파트너사를 위주로 하다보니 한계가 많은 상황이다. 플랫폼이 오픈되면 서비스가 빠른 시간에 늘어날 수 있고 AI가 일상 생활에 들어가는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스타트업이나 1인 개발자들에게도 많은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며 "아이디어가 있지만 못했던 개발자들이 AI 개발도구를 활용하고, 이용자 혜택으로 돌아가면 결국 AI 활성화로 이어지며 파이가 커질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플랫폼 오픈보다는 개발자와 이용자들이 실제로 어떤 혜택을 볼 수 있는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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