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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나는 부동자금에, 역대급 토지보상금…집값 영향은

등록 2018.10.29 13:55:47수정 2018.10.29 16: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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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토지매가 전국 3.33% 상승…10년 내 최대

지가 상승배경에 토지보상금 등 부동자금 영향

증시 불안에 부동산으로 자금쏠림 가능성 제기

내년 역대급 토지보상…수도권 집값 영향 불가피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올 연말부터 내년까지 전국에 역대급 토지보상금 약 30조원이 풀려, 막대한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올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 아파트값 급등세는 이제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 모양새지만 돌연 수도권 일대 땅값 불안에 대한 우려가 터져 나왔다. 정부의 수도권 3기 신도시 개발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이 오히려 일대 집값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2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3분기(1~9월) 전국 토지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은 3.33%로, 2008년 3분기 누적(3.93%) 이후 10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서울 주택시장만큼 토지 매매시장이 뜨거운 배경에는 '역대급' 토지보상금이 있다.

 부동산개발정보업체 지존에 따르면 올해 한 해동안 시중에 풀리거나 앞으로 지급될 토지보상금은 16조4000억원으로, 지난 2012년(17조원) 이래 가장 많다. 연말에도 3조7000억원의 토지보상금이 지급될 예정이어서 토지 상승률은 더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집값 급등의 뒷배경에는 늘 '풍부한 유동성'이 있었다.

 지난 1970년대 말과 서울올림픽 직후 1980년대 말에 생긴 부동산 버블은 국내 경제가 중동특수와 국제수지 흑자 등 호황 국면으로 국민 주머니가 두둑하던 시절이다. 외환위기 이후인 2001~2006년에도 저금리로 인한 과잉 유동성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다만 이명박 정부의 경우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토지보상금이 건설사로 흘러들어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평가다.

 최근의 집값 상승 역시 지난 2014년 이후 시작된 초저금리 기조에서 근원을 찾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시중 부동자금은 1117조3565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다.

 부동자금 중에서도 특히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생기는 '토지보상금'은 영향력이 막강하다.

 토지보상금으로 풀린 자금은 상당수 다시 부동산으로 유입돼 주변 부동산 시장을 들썩이게 하기 때문이다. '농지 대토' 수요 때문이다. 대토는 자경농민이 경작상 필요에 의해 종전의 토지를 양도하고 새로운 토지를 취득하는 것을 말한다. 농지 매매 시에도 양도소득세가 발생하지만, 4년 이상 자경농은 양도소득세가 최대 1억원 한도로 감면된다.

 문제는 '재촌' 원칙이다. 양도세 감면을 받으려면 농지로부터 직선거리 20㎞ 이내에 있는 땅을 매수해야 한다. 도시개발 탓에 지역 원주민이 땅도 뺏기고, 세금도 내야하는 부당함을 당하지 않도록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이미 개발사업 발표로 땅값이 오른 상태인데, 땅주인은 보상금을 받아 다시 인근 지역 땅을 사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주변 땅값은 자연 오름세를 보인다. 지존 신태수 대표는 "사업지마다 특성이 다르지만 토지보상을 받는 분의 통상 30% 이상은 대토 수요"라며 "땅을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외지인 등을 제외한 원주민들의 경우 대토 수요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외지인의 경우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재 시중에 부동자금은 많지만 투자할 곳은 마땅치 않은 상황.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수출 경기 위축, 한·미 기준금리 격차 등으로 급속한 자금 유출 등의 영향으로 증시가 폭락 중이다.

 그 결과 부동산 시장은 재조명 받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최근 1개월(9월27~10월25일)간 국내부동산 펀드에 설정액대비 5% 많은 337억원의 자금이 순 유입됐다. 또 해외 부동산 펀드에도 93억원 자금이 몰렸다. 문남중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한 달간 위험회피 성향이 높아지면서 국내 펀드시장에서 안전자산을 분류되는 부동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갈 곳 없는 부동자금이 언제든 주택 등 부동산 시장으로 재유입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 셈이다.

 토지보상은 앞으로 정부의 공급 확대 방침과 맞물려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지존에 따르면 올해 연말까지 전국 16개 사업지구에서 총 3조7307억원이 토지보상 명목으로 지급됐다.

 내년에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개시되면서 역대 최고 토지보상금 지급이 이뤄진 2009년(34조8554억원) 수준을 넘어설 전망이다.

 신 대표는 내년에 3기 신도시 개발 등 수도권 지역 신규 지정 공공택지를 중심으로 최소 약 25조원이 풀릴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내달부터 일산 테크노밸리·방송영상문화콘텐츠밸리(약 1조원)를 시작으로 고양장항지구(약 1조700억원), 김포 풍무지구(약 7000억원) 등 서울과 가까운 일산, 김포 등 지역에 3조원에 육박하는 토지보상금이 집중돼 있어 당분간 부동산 시장에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 대표는 "이들 지역에서 나온 보상금이 남북개선에 따른 기대심리와 맞물려 인근 파주 등 접경지로 유입되고, 3기 신도시 개발이 인근 지역으로 계획이 잡힐 경우 수도권 집값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수도권지역으로의 토지 보상금 쏠림현상도 더욱 심화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토지보상금의 향배에 따라서는 이른바 부동산의 '불의 고리'(진앙지)가 재현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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