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동 할머니, 사흘째 애도 행렬…서지현 검사가 상주
배우 권해효·이제훈·조희연 교육감 등 조문
1일 오전 발인…서울광장→日대사관 행진
【서울=뉴시스】박미소 수습기자 = 3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고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에 시민들이 놓고 간 선물이 놓여있다. 2019.01.31. [email protected]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배우 권해효씨는 이날 오후 4시16분께 빈소를 찾았다. 권씨는 27년째 종로구 구(舊) 일본대사관 앞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진행되는 수요집회에서 사회를 보는 등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검찰 내 성추행을 폭로해 '미투' 운동의 시발점 역할을 한 서지현 검사는 이날의 상주 역할을 맡아 조문객을 맞았다. 서 검사는 전날 밤에도 빈소를 찾아 '어떤 폭력과 권력에도 굴하지 않으신 담대한 용기와 고귀한 인간 존엄의 정신을 여전히 기억하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기며 국내 미투 운동의 원조 격인 김 할머니를 추모했다.
배우 이제훈씨도 오후 4시55분께 담담한 표정으로 입장해 김 할머니의 영정에 인사했다. 이씨는 일본군 성노예 피해 할머니들의 2007년 미국 하원 의회 공개 청문회 증언을 다룬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 출연했다. 빈소가 마련된 첫날인 지난 29일에는 같은 영화에서 피해 할머니 '나옥분'을 연기한 배우 나문희씨도 조문을 왔다.
오전에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 간 일본군 성노예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벌인 관부재판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 '허스토리’에 출연한 배우 김희애씨와 감독 민규동씨가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이날 빈소를 찾아 "김 할머니는 성노예 피해자이자 여성운동가, 평화운동가였고 전시 성폭력이 없는 새 세상을 꿈꾸는 운동가였다"며 "미래의 학생들이 그 위대한 뜻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불꽃처럼 살았던 할머니가 따뜻한 봄바람을 기다리며 훨훨 나비처럼 날아가셨으면 한다"고 애도했다.
언론을 통해 김 할머니의 별세 소식을 접한 시민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인천에서 온 이모(56)씨는 "뉴스를 보고 김 할머니의 소식을 알게 됐다"며 "나와는 관계도 없는 분이지만 같은 시대를 산 사람으로서 찾아오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 추운 날 멀리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1947년 귀향해 1992년까지 자신의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했을 할머니의 고통을 헤아릴 수도 없다. 아직까지 할머니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김병문 수습기자 =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복동 할머니 빈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을 기다리고 있다. 2019.01.30. [email protected]
정의기억연대에 따르면 빈소가 마련된 지난 29일 1500여명, 30일 1700여명이 김 할머니를 찾아 애도의 뜻을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어린 자녀들의 손을 잡고 온 부모들, 다양한 시민사회단체에서도 발걸음을 했다.
김 할머니의 오랜 동료인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와 길원옥 할머니도 친구의 마지막을 배웅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 할머니의 발인은 오는 1일 오전 6시30분께 엄수된다. 빈소가 있는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출발해 오전 8시30분부터는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행진을 시작한다. 청소년 및 대학생들이 김 할머니의 생전 메시지를 담은 만장을 들고 거리로 나설 예정이다.
오전 10시30분 김 할머니의 도착지는 수요집회가 열리는 구 일본대사관 앞이다. 김 할머니는 생전 서슬퍼런 눈으로 지켜봤던 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영결식을 마무리한 뒤 충남 국립 망향의 동산에 안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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