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김흥국, 봄바람 타고 다시 '호랑나비야 날아봐'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호랑나비'를 작사·작곡한 이혜민과 함께 새앨범을 발매한 가수 겸 방송인 김흥국이 28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03.01. [email protected]
"새로운 미디어 시대이잖아요. 제가 하는 유튜브는 방송이 그리워서 하는 것이에요. 제가 여전히 살아 있고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죠. 흥미 위주의 짧은 러닝타임 영상을 통해 단발적으로 승부하고 싶지는 않아요. 순식간에 사랑 받고 화제가 되는 것보다 길게 오래 사랑을 받고 싶어서 영상을 만들고 있는 겁니다."
올해가 환갑인 김흥국(60)은 삶을 길게 본다. 1985년 '창백한 꽃잎'으로 데뷔한 이후 가장 큰 고통을 겪은 지난해를 그냥 흘려보냈다. 조바심이 날 법도 하지만 초연의 경지에 이른 듯 하다.
작년 김흥국은 자신이 회장이던 대한가수협회의 내홍으로 곤욕을 치른 데다가, 거국적인 '미투' 바람에도 휩쓸렸다. 그럼에도 대한가수협회장의 임기를 채우는 책임감을 보여줬고, 성폭행 혐의도 무혐의 처분을 받아 짐을 덜었다. 날려버린 시간, 아니 세월이 아까워서라도 서두르는 게 인지상정이겠다. 하지만 급한 기색이라곤 없다시피 하다.
유튜브 방송 '들이대 8090쇼'는 일종의 워밍업 플랫폼이다. "지인들과 함께 입을 푸는 무대에요. 방송을 1년 이상 쉬었으니까요."
탁월한 예능감으로 온갖 TV 프로그램에서 흥을 돋운다고 '흥궈신'으로 통한 김흥국이지만, 연예인도 운동선수처럼 하루하루 꾸준히 단련해야 한다는 믿음이다.
"준비는 다 돼 있어요.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축구를 예로 들면, 축구 선수들도 매일 조금씩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몸이 유연하지 않아요. 방송도 마찬가지입니다. 뭔가 꾸준히 해야 해요. 유튜브는 방송에 적응하기 위한 자기 관리의 하나죠. 제 올해 운수가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더 좋다고 합니다. 멧돼지의 기백이 있다네요. 으하하하."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호랑나비'를 작사·작곡한 이혜민과 함께 새앨범을 발매한 가수 겸 방송인 김흥국이 28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03.01. [email protected]
"이제와 생각해 보니 모든게 부질 없더라"(내 나이 되면 알 거다), "외로운, 외로운 나는 내일이면 떠나가야지"(내일이면) 등 연륜 없이는 체화하기 힘든 노랫말이 뭉클하다.
김흥국은 "나이를 '먹어간다'는 표현보다 '익어간다'는 표현이 맞아요. 뭔가 인생의 맛을 알고 보니, 노래도 익어가는 거죠." 한때 ‘으아~’라는 추임새로 인해 희화화된 김흥국의 모습은 간데없고 달관을 넘어 해탈에 든 것 같은 표정이 눈에 들어온다.
59년생 돼지띠인 김흥국은 올해 '황금돼지해'에 활약이 기대되는 가수로 손꼽히고 있다. 가요계를 넘어서는 깜짝 놀랄 만한 이벤트도 계획하고 있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호랑나비'를 작사·작곡한 이혜민과 함께 새앨범을 발매한 가수 겸 방송인 김흥국이 28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3.01. [email protected]
"우리 또래에 열심히 잘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들도 상당수더라고요. 일반 분들뿐만 아니라 59년생 가수, 코미디언들도 많거든요. 그 분들도 자발적으로 와주셨으면 하죠. 거창하게 환갑잔치는 아니고 서로 회포를 풀고 위로하자는 자리에요. 남은 인생 계속 매년 모이는 것도 생각하고 있죠. 모임 이름도 이미 정했어요. '돼지 우리'로요. 음식은 삼겹살이나 돼지국밥을 같이 먹어야 하지 않겠어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김흥국은 꾸준히 선행도 해왔다. 2000년 김흥국장학재단을 설립, 매년 말 5~20명을 후원해 왔다. 개인적으로 몹시 힘들었던 지난해에도 마찬가지다. 그에게 도움을 받은 학생은 200명이 훌쩍 넘는다.
장학재단을 만들기도 결심한 것은, 인기 절정이던 19년 전 낙산사 홍련암에서다. 6남매 중 막내인 김흥국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등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다. 어머니는 아들이 '호랑나비'로 인기를 얻는 모습을 본 뒤 돌아가셨지만, 고생만 하다가 떠난 양친이 여전히 안타깝기 짝이 없다.
"제가 힘이 있을 때, 인기가 있을 때 조금이나마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어렵게 자랐으니, 어려운 상황에 처한 학생들의 마음을 잘 아니까요. 재단이니 저 혼자 꾸려온 것은 아니에요. 5000원, 1만원이라도 꾸준히 모아주신 분들이 있어 가능했던 거죠. 작년 말에는 (장학금 주는 일을) 건너 뛸까라는 생각도 잠깐 들었는데 그건 아니더라고요. 그간 도움을 준 학생들을 부러 안 만났어요. 20주년을 앞두고 의미가 있으니 한번 모임을 갖고 마음을 다시 다져볼 생각입니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호랑나비'를 작사·작곡한 이혜민과 함께 새앨범을 발매한 가수 겸 방송인 김흥국이 28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3.01. [email protected]
"그런 평가에는 신경도 안 써요"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에요. 그러니, 히트곡을 갖고 있다는 자체가 엄청난 행복이죠. 수많은 가수가 히트곡을 내기 위해 얼마나 고생합니까. 제가 항상 정상에 있으면 후배들이 올라올 수 없죠. 그리고 장르마다 가수의 존재 가치를 인정해줘야 해요."
그러면서 가수들의 연대도 강조했다. 어렵게 살아가는 원로 가수들의 복지에도 힘써온 김흥국은 '어시스트'를 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 대한가수협회장 시절에도 원로 가수 복지를 위해 힘 썼다. "단독 드리블은 위험하거든요. 한평생 노래를 했는데, 어렵게 사는 분들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선후배가 서로 보듬고 가야죠."
김흥국은 한결같다. 자신을 지금까지 대표해온 세 가지 일을 지금도 꾸준히 한다. 아침에 축구, 점심에는 절에 가서 기도, 저녁에는 해병대 모임을 한다. 불교TV BTN '전국 사찰 노래 자랑' MC, BTN 불교라디오 '김흥국의 들이대쇼' DJ이기도 하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호랑나비'를 작사·작곡한 이혜민과 함께 새앨범을 발매한 가수 겸 방송인 김흥국이 28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3.01. [email protected]
김흥국의 대표곡 '호랑나비'의 가사가 이처럼 와 닿은 적이 없다. "호랑나비야 날아봐 / 하늘높이 날아봐 / 호랑나비야 날아봐 / 구름위로 숨어봐."
이재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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