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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출연' 사기 수법보니…"재능있다" 사탕발림 현혹

등록 2019.05.0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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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배우라더니…믿다가 뒤통수 맞아"

1700만원 냈는데 출연 성사된 작품 없어

캐스팅 미끼 계약금·수업…사기혐의 송치

【서울=뉴시스】캐스팅을 미끼로 아역배우 지망생 부모들에게 돈을 요구한 A씨와 B씨가 운영하던 매니지먼트사 내부. 2019.05.06(제공=서울 방배경찰서)

【서울=뉴시스】캐스팅을 미끼로 아역배우 지망생 부모들에게 돈을 요구한 A씨와 B씨가 운영하던 매니지먼트사 내부. 2019.05.06(제공=서울 방배경찰서)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배우를 꿈꾸는 딸을 둔 A씨가 B(48)씨의 연락을 받은 것은 2016년께의 일이다. 어린이 드라마에 캐스팅이 됐으니 오디션을 보러 오라는 내용이었다. "갑자기 연락이 왔어요. 지혜(가명)가 마음에 드니 계약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B씨는 당시 서울 서초구 방배동 인근에서 아역배우 매니지먼트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오디션 후 B씨가 내건 조건은 260만원 현장 결제였다.

계약 후 B씨는 "지혜가 연기력이 좀 부족하니 일대일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수강료는 시간당 23만원, 총 20시간에 460만원이었다. A씨에 따르면 B씨는 약속된 20시간을 미처 채우지도 않았는데 또 연기수업을 등록하라고 했다.

"생각해 본다고 했더니 이러더라고요. '어머니 이거 수강인원이 다섯 명 밖에 안되니까 빨리 신청하시는 게 좋아요.' 이 꼬임에 넘어가서 420만원을 내고 또 등록을 했죠." 이후로도 수 차례의 연기 수업료와 댄스 교육비 등 명목으로 A씨가 낸 돈은 약 170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실제로 B씨를 통해 출연한 작품은 사실상 없다. 캐스팅 돼 고사까지 지냈다가도 다른 아역배우에게 역할이 넘어가거나 역할 자체가 사라진 탓이다. 확정이 됐다고 들었는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한 적도 부지기수다. 지혜를 포함한 아이돌 그룹을 만들겠다면서 멤버를 모으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식으로 수개월을 허송세월하게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의심을 하지 않았던 것은 "지혜는 크게 될 수 있으니 걱정 말라. 꼭 성공시키겠다"는 B씨의 약속을 믿었기 때문이다. A씨는 "어쨌든 계속 교육은 받고, 오디션도 보러 다니면서 '이 역할 지혜한테 떨어질 것 같으니 기다려보라'고 했다"며 "선생님들도 수업 끝나고 내게 문자를 보내 '얘는 타고났다’고 하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캐스팅을 미끼로 아역배우 지망생 부모들에게 돈을 요구한 A씨와 B씨가 운영하던 매니지먼트사. 2019.05.06(제공=서울 방배경찰서)

【서울=뉴시스】캐스팅을 미끼로 아역배우 지망생 부모들에게 돈을 요구한 A씨와 B씨가 운영하던 매니지먼트사. 2019.05.06(제공=서울 방배경찰서)

A씨는 "(가정 형편상) 힘들었다"면서도 "애는 하고 싶다고 하는데, 애를 위해서는 내 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애가 그렇게 하고 싶고, 간절히 원한다는데 부모된 입장에서는 능력이 되는 한 하고 싶다는 걸 하게 해주고 싶으니까요. 믿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은거죠."

지혜에게도 충격적인 일이었다. A씨는 "딸이 스트레스를 엄청 받아서 장이 꼬이고 새벽에 응급실도 가는 등 엄청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자기는 그냥 진짜 연기밖에 하고 싶은 게 없는데 왜 이렇게 엄마를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엄마한테 너무 부담을 주는 것 같아서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서울 방배경찰서는 아역배우 전문 기획사라고 홍보한 뒤 가전속 계약을 유도해 아역배우 지망생 15명의 부모에게 등록비 수백만원, 교습비 수천만원 등을 요구한 B씨와 C(48)씨를 사기 혐의로 지난달 17일 검찰에 넘겼다고 6일 밝혔다.

이들은 2016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아역배우 지망생 부모들을 상대로 자신들이 운영하는 업체와 가전속 계약을 맺으면 영화·드라마·광고에 출연하게 해주겠다고 속여 계약금·교습비 명목으로 총 5억원 상당의 돈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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