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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혐오 부추기는 정치" 정면 비판…노영민·임종석도 가세

등록 2019.05.13 18:2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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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치권 과거에 머물러 있어"…사실상 한국당 비판

"촛불 이전과 달라진 게 없어…낡은 이념 잣대 버려야"

한국당 연일 '좌파독재' '달창' 등 발언 염두에 둔 듯

노영민 "냉전 색깔론 폄훼, 국론 분열 시도에 맞서야"

임종석 "공안검사 시절 인식서 한 걸음도 진화 못해"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영상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9.05.13.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영상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9.05.1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최근 장외투쟁을 통해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자유한국당을 작심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정치권이 과거에 머물러 있어서 매우 안타깝다"고 에둘러 표현했지만 사실상 문재인 정부를 '친북 좌파 세력'으로 규정하며 연일 험악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당을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에서 "대립을 부추기는 정치로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며 "막말과 험한 말로 국민 혐오를 부추기며 국민을 극단적으로 분열시키는 정치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공수처법 등의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당을 지목한 것으로 해석된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최근 공개 석상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자를 비하하는 '달창(달빛창녀단)'과 '문빠(문재인 빠돌이·빠순이)' 등의 표현을 쓴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 대통령은 또 "세상은 크게 변하고 있지만 정치권이 과거에 머물러 있어서 매우 안타깝다"며 "촛불 이전의 모습과 이후의 모습이 달라진 것 같지 않다. 분단을 정치에 이용하는 낡은 이념의 잣대는 그만 버렸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한국당이 최근 현 정부를 '친북 정부', '좌파 독재 정권'으로 규정하고 비판 수위를 높이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표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지난 7일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문재인 정권은 좌파독재를 완성하고 연장하기 위해서 브레이크 없는 무리한 질주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겨냥해  "한국당은 우리나라를 세워 온 사람들이다. 지금 좌파는 돈을 벌어본 적이 없다. 임종석 씨가 무슨 돈을 벌어온 사람이냐. 정상적으로 일해 정상적으로 돈 번 사람들이 거의 없다"고 공격했다.

또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는 최근 "김정은의 대변인", "김정은의 수석대변인" 등의 표현을 써가며 문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기도 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한국당이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공세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점도 문 대통령 발언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최근 대북 식량 지원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 5당 대표 회담을 제안했지만 한국당은 '현 정부가 북한에 굴종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며 응하지 않고 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평화라는 인류 보편의 이상, 민족의 염원, 국민의 희망을 실현하는 데 여와 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평화가 정착되고 한반도 신경제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는 번영의 한반도는 우리 모두의 희망이다. 그 희망을 향해 정치권이 한 배를 타고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노영민 비서실장도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색깔론'과 '국론 분열 시도'에 강한 분노를 표시했다.

노 실장은 "아직까지 냉전 시대의 낡은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우리의 노력을 색깔론으로 폄훼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는다"며 "이럴 때일수록 분열과 갈등의 씨앗이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솔선수범해 혁신의 고삐를 바싹 죄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국론을 분열시키려는 시도에 맞서 역사는 후퇴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국민 통합과 민생 안정을 위해 뚜벅뚜벅 당당히 걸어나가야 할 것"이라며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변화와 개혁을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황 대표를 도마 위에 올렸다.

임 전 실장은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진화하는데, 아직도 좌파 우파 타령을 하고 있다"며 "(황 대표가) 공안검사 시절 인식에서 한 걸음도 진화하지 않고 오늘을 살아간다는 게 그저 놀랍기만 하다"고 했다. 황 대표는 임 전 실장이 1989년  '임수경 방북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구속되던 당시 주임검사였다.

임 전 실장은 이 사건에 대해 "1989년, 평양축전에 임수경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대표로 보낸다. 그런데, 그냥 우리가 가겠다고 한 게 아니라, 조선학생위원회 명의로 초청장이 왔다"고 돌이켰다.

이어 "그 초청장을 북한 적십자사를 통해 남한 적십자사로 보내고, 남한 적십자사는 통일원(지금의 통일부)에 전달한다"며 "그리고 통일원에서 전대협에 (초청장을) 수령해가라고 연락을 해서 받아오게 된다. 그 뒤는 많이들 아시는 내용"이라고 적었다.

그는 "제가 기소될 때, 죄목 중에 지령수수가 있었다. 초청장 형식을 빌은 지령수수였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이가 없습니다만 당시 공안검사들이 그런 일을 서슴지 않았다"며 "닥치는대로 잡아 가두고 고문하고 간첩을 조작했던 일들을 조금도 부끄러위 하지 않는 사람들은 대체 어느 별에 사는 사람들일까"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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