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방 결산] 윤, 체코선 '원전 동맹'·국내 '생태계 복원'… '원전 르네상스' 선도
우선협상 선정 두달만에 체코 공식방문
"한-체코, 원전 동맹으로…'팀 체코리아'"
체코, 제3국 추가 진출 언급…'EU교두보'
원전 수주, 국내 원전생태계 복원 '쐐기'
TIPF 체결, 첨단산업·인프라·공급망 확장
[프라하=뉴시스] 조수정 기자 = 체코를 공식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현지시각) 프라하 체코 정부청사에서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와의 공동 언론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9.20. [email protected]
[프라하·서울=뉴시스] 박미영 김지훈 김승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2박4일의 체코 공식 방문을 통해 글로벌 원전시장 진출 교두보 확보에 주력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로 국내 원전 생태계 복원에 시동을 걺과 동시에 해외 진출 경로를 넓힘으로써 '원전 르네상스' 흐름에 앞장서겠다는 구상이다.
윤 대통령은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 초청으로 19~21일 체코를 찾았다. 지난 7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2개월 만에 체코 땅을 밟고 한수원 최종 선정을 직접 호소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또 제조업 위주였던 양국간 기존 경제협력에 원전 분야 협력을 더하고, 나아가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를 체결해 첨단산업·과학기술·교통·공급망 등 전 분야로 양국간 협력 분야를 확장했다.
한수원 최종 지지 견인…'글로벌 원전 동맹' 구축 추진
또 양국이 처음부터 끝까지 원전을 함께 짓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른바 '원전 동맹(nuclear energy alliance)'으로 나아가자고 역설했다. '팀 체코리아(Czech-Korea)'라는 표현도 썼다.
윤 대통령은 발전용 터빈 기술보유 기업 두산스코다파워를 찾아 "팀 코리아는 50년 이상 원전을 안전하게 건설하고 운영해왔다"며 "'온 타임, 온 버짓' 약속을 지키는 최적의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체코에 새로 짓는 원전은 한국과 체코가 함께하는 원전"이라며 "원전 건설 뿐만 아니라 운영, 정비, 핵연료, 방폐물 등 원전 생태계의 전 주기에 걸쳐 두 나라가 함께 협력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2025년 3월 한수원 최종 계약자 선정을 사실상 확신하는 기류다. 체코 측이 확답을 하지는 않았지만, 대통령·총리 발언을 통해 한수원과의 계약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수차례 언급됐다. 두코바니의 성공을 전제로 테믈린 원전 2기 추가 수주 가능성까지 여지를 뒀다.
페트르 파벨 대통령은 "한수원의 두코바니 신규원전 사업 최종 수주에 낙관적"이라고 밝혔다. 최종 변수인 웨스팅하우스사의 지식재산권 분쟁 문제에 대해서는 "성공적으로 해결되리라 믿고, 어떤 나쁜 시나리오도 물론 고려하고 있으나 그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체코 측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유럽 제3국 원전 시장으로의 추가 진출 가능성을 힘주어 언급했다. 체코와의 원전 협력이 성공하면 이를 교두보 삼아 유럽연합(EU) 시장으로 본격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파벨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네덜란드,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폴란드 등 유럽 국가들의 원전 개발 계획을 언급한 데 이어 비즈니스 포럼에서도 "체코는 'EU 시장의 교두보'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첨단산업 발전을 위한 안정적 에너지원일 뿐 아니라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까지 충족하는 원전이 다시 전세계의 각광을 받고 있다는 '글로벌 원전 르네상스'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나아가 한미 동맹관계에 기반한 한미 글로벌 원전 동맹을 구축하는 한편, 체코를 교두보 삼아 유럽 시장 진출 기회도 노림으로써 1000조원 규모의 글로벌 원전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내 원전 생태계 재건"…해외 수출 확대·국내 공사재개
[플젠=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체코 플젠 산업단지 내 두산스코다파워 공장에서 페트로 피알라 체코 총리와 함께 터빈 블레이드에 서명 뒤 미소짓고 있다. 2024.09.20. [email protected]
윤 대통령이 체코를 공식 방문하면서까지 원전 사업 수주를 직접 추진하는 이유는 국내 원전 생태계 재건을 확실하게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국내 원전산업을 고사시켰다는 문제의식을 가져온 윤 대통령은 집권 이후 탈원전 폐기 정책을 강하게 추진했다.
취임 직후인 2022년 6월 이창양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체코로 파견해 '원전 세일즈' 외교를 시작했다. 체코 정부는 2년 만인 지난 7월 원전 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수원을 선정했다.
윤 대통령은 선정 직후 "원전산업이 전반적으로 고사 직전에 몰렸는데, 탈원전 정책을 극복하고 세계적 추세에 따라 다시 원전산업을 회복시켜서 우리 산업과 지역 전체가 큰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체코 정부가 한수원을 최종 계약자로 선정할 경우 예상되는 사업 규모는 약 24조원(4000억 코루나)이다. 체코 측 주장대로 현지 조달 비율을 60%로 본다면, 우리 원전산업은 약 10조원의 계약을 따낸 셈이다.
야권에서 오히려 '수조원대 손실 우려'를 제기하며 철회를 주장하자,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이례적 현지 브리핑을 통해 조목조목 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신한울 3·4호기 건설허가 등 국내 원전산업 복구 흐름과 함께 체코 원전 수주 확정까지 이끌어냄으로써 원전 생태계를 완전히 되살리겠다는 구상이다.
한국이 국내적으로는 탈원전을 추구하면서 해외에는 수출을 타진했다는 국제사회의 의구심을 확실하게 해소하겠다는 의지도 깔려있다.
윤 대통령은 20일 보도된 체코 경제지 '호스포다즈스케 노비니' 인터뷰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은 한국의 원전 생태계 완전 복원을 의미한다"며 "원전 산업이 흔들림 없이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원전산업 지원 특별법'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라하=뉴시스] 조수정 기자 = 체코를 공식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프라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체코 비즈니스포럼에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의 환영사를 들으며 박수치고 있다. (공동취재) 2024.09.20. [email protected]
한-체코 TIPF 체결…첨단산업·인프라·공급망 전방위 협력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교역과 투자, 첨단산업, 과학기술, 교통, 인프라, 금융 등 원전 이외에 전방위에 걸친 협력을 추진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윤 대통령은 20일 피알라 총리와 회담을 통해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와 한-체코 전략적 동반자 관계 이행을 위한 행동계획(행동계획) 등 9건의 문서를 채택했다.
한국이 유럽 국가 중 다섯번째, 통산 스물다섯번째로 체결한 한-체코 TIPF를 통해 양국은 전 산업 분야에 걸친 포괄적 경제협력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또 양국 산업부간 공급망·에너지 대화(SCED) MOU를 체결함으로써 TIPF의 원활한 이행을 돕고 무역·투자·공급망, 첨단제조, 에너지 등 협력을 논의할 장관급 SCED 및 분야별 국장급 회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양국이 수교 35주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10주년인 2025년을 한 해 앞두고 채택한 '행동계획'에는 정치·안보, 경제·산업·교통, 과학·기술·혁신, 환경보호·기후변화, 문화·교육·관광·인적교류 증진, 동아시아·인도태평양·한반도의 '6대 핵심 분야'별 구체적 협력 방안이 담겼다.
양국 국토부간 체결된 '고속철도 협력 MOU'에는 우리 기업의 체코 고속철 시장 진출 지원 및 유럽 철도시장 수출 판로 개척 내용이 포함됐다.
윤 대통령은 "고속철 프로젝트는 체코가 명실상부한 유럽의 물류 중심국으로 부상하는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며 "한국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고속철 차량을 독자 개발해서 수출한 국가로, 체코의 고속철 인프라 건설과 운영에 한국 기업들이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밖에도 배터리 협력 MOU, 경제혁신파트너십프로그램(EIPP) 협력 MOU,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 MOU, 5자 금융협력 MOU 등 윤 대통령 공식 방문 계기에 총 56건의 MOU 및 문건이 체결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