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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리스트 타협' 한가닥 가능성…한미일 외교수장 회동

등록 2019.08.0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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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국 외교수장 방콕 회담 앞두고 美 '중재' 카드

각의 결정 이후 한미일 회동에 회의적인 시선

확전은 일본에도 부담…외교적 해법 찾을 수도

【방콕(태국)=뉴시스】최동준 기자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돈 쁘나뭇위나이 태국 외무장관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8.01. photo@newsis.com

【방콕(태국)=뉴시스】최동준 기자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돈 쁘나뭇위나이 태국 외무장관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8.01. [email protected]

【방콕=뉴시스】김지현 기자 = 2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열릴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이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촉발된 한·일 갈등에 소강 국면을 가져올지 주목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오후 4시30분(현지시간) 센타라 그랜드 호텔에서 강 장관, 고노 외무상과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을 갖는다. 이에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미·일 외교장관회담,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별도로 한다.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 오후 방콕 센타라 그랜드 호텔에서 태국 외교장관과 양자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과 일본 사이에 지난 몇 주 동안 고조된 갈등을 완화할 방법을 찾길 매우 희망한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내일 두 나라와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이 함께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찾길 바란다"고 말해 미국이 양국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는 북미 비핵화 협상 상황을 언급하며 "이런 부분에서 한국과 일본은 긴밀하게 협력한다"면서 "그들은 모두 굉장히 중요한 관계"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오전 각의에서 안보상 우방국에 대해 수출심사를 완화해주는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방콕(태국)=뉴시스】최동준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일 오전(현지시간) 태국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양자회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19.08.01. photo@newsis.com

【방콕(태국)=뉴시스】최동준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일 오전(현지시간) 태국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양자회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19.08.01. [email protected]

전날 방콕에서 강경화 장관은 고노 외무상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이 양국관계에 가져올 파장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화이트리스트 제외 관련 절차 중단을 강력하게 촉구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또 "일본에서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이 내려질 경우, 한국으로서도 대응 조치를 강구할 수 밖에 없다"고 못 박았다. 특히 "한·일 안보협력 틀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앞서 청와대는 일본의 추가 경제보복 방침이 굳어진 지난달 중순께 "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재검토 할 수 있다"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자 미 국무부는 지소미아가 유지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즉각 밝혔다.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이 깨지길 원하지 않는다는 신호였다.

한국과 일본이 지소미아 체결 후 북한 핵·미사일 관련 2급 이하 군사기밀을 공유할 수 있게 됐다. 미국으로서도 한미, 미일 동맹을 잇는 연결고리이자 대중국 견제전략의 상징으로 유효하다. 실제 미국 정부는 지소미아가 한·일 갈등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길 바라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방콕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한·일 외교장관을 만나 해법을 찾도록 촉구하겠다"고 말한 것은 미국 정부가 한·미·일 외교장관이 한 자리에 집결하는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회의를 앞두고 중재 가능성을 띄운 것으로 해석됐다.

【방콕(태국)=뉴시스】최동준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일 오전(현지시간) 태국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양자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2019.08.01. photo@newsis.com

【방콕(태국)=뉴시스】최동준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일 오전(현지시간) 태국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양자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2019.08.01. [email protected]

AP통신 등은 미국 정부가 한국과 일본에 무역 문제 관련 협상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분쟁 중지 협정(standstill agreement)'을 제안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본에는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한국에는 강제징용 기업 자산 매각을 중단할 것을 각각 요청했다는 것이다. 한·미·일이 수출규제 관련 협의의 틀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미국 정부가 중재안을 제시한 사실이 없다며 보도를 반박했지만, 미국 정부가 한·일 갈등 해소를 위해 모종의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인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1일 국회에서 "미국이 중재라는 용어는 쓰지 않았지만, 원만하게 사태가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역할을 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이 한일갈등 국면의 중대 변곡점이 되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일본 각의가 2일 오전에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을 내리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이 됐다. 한·미·일 외교수장이 각의 결정 이후에 모인다는 것만으로도 3자 회동이 한일관계에 변수가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본으로서도 확전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는 점에서 아직 외교의 공간이 남아있다는 관측도 있다. 자유무역질서에 위배되는 수출규제 단행, 동북아 안보구도를 흔드는 지소미아 폐기는 역내 안보·경제 협력에 일대 파란을 가져올 수 있다. 이 때문에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 이목이 쏠린다.

한편, 강 장관은 이날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 참석, 일본 수출규제의 부당성을 알리는 여론전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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