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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경제에 정책개입 중요한 시기…즉각·과감 조치 필요"

등록 2019.09.09 12: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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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KSP 성과공유 콘퍼런스' 참석차 방한…기자회견

"한국, 확장재정 유지할 여력 있어…예산·재정 우호적"

"무역분쟁 향방 예측 어려워…기업들 투자보류 당연해"

"中경제, 불균형·불안감 있어…언젠가 티핑포인트 올것"

"유럽경제, 이미 불황 진입…세계 경제 뇌관으로 작용"

"최저임금 인상, 소비자 지출여력 높여 경제에 긍정적"

"日규제, 이상한 행동…한국, 당연히 스스로 보호해야"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19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 성과공유 컨퍼런스'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마친 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9.09.09.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19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 성과공유 컨퍼런스'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마친 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9.09.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장서우 기자 =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미국 뉴욕시립대학교 교수는 "현재같이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선 단기적·즉각적인 조치를 과감히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9일 '2019 KSP(Knowledge Sharing Program, 경제 발전 경험 공유 사업) 성과 공유 콘퍼런스'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크루그먼 교수는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중엔 우리 모두가 어차피 죽어있을텐데 미래가 무슨 소용이냐'는 말도 있듯 현재 한국은 장기적 전망보단 즉각적인 조치들이 훨씬 더 중요한 입장"이라고 했다.

최근 경기 하강에 대응해 514조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하는 등 확장 재정으로 대응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대응을 묻자 돌아온 답이다. 그는 "한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적으로 확장 기조를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이 있다"며 "예산이나 재정 상황이 우호적"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각 연구기관들이 앞다퉈 하향 조정하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에 대해선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까지 떨어질 수밖에 없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며 "직접적으로는 국제 교역 관계에서의 방해 요소들이 이유일 것이고 간접적으로는 기업 입장에서 불확실성이 너무 커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기업이 직면한 불확실성과 관련해 크루그먼 교수는 "무역 분쟁의 향방을 예측할 수가 없기에 어떻게 투자해야 할 지 방향도 알 수 없다"며 "합리적인 기업이라면 관망세를 유지하며 일단 투자를 보류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모든 국가에서 자본 지출이 약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19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 성과공유 컨퍼런스'에 참석해 기자간담회를 갖고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09.09.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19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 성과공유 컨퍼런스'에 참석해 기자간담회를 갖고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09.09. [email protected]

그는 무역 분쟁의 정도가 심해지면 세계 경제 성장의 큰 틀로 작용해 왔던 세계 공급망(supply chain)이 무너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우려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현재의 공급망이 깨질 것이라 확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한계에 부딪쳤다는 점은 명확하다"며 "글로벌 공급망과 관련된 여러 인센티브(incentive)는 우리가 아는 범위 내에선 완전히 활용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급망이 반드시 붕괴될 거라 예측하진 않지만 무역 전쟁이 더욱 큰 규모로 번지면 완전히 파괴될 가능성은 물론 있다"며 앞서 이날 콘퍼런스 기조발제에서도 강조했듯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블록(block)이든, 중국이 주도하는 블록이든 기존 공급망의 일원으로 남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하며 그것이 보호무역주의로부터의 데미지(demage)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했다.

중국 또 넓게는 아시아 지역에서 경제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그는 부정하지 않았다.

크루그먼 교수는 특히 중국에 대해 "신용(credit)을 통해 경제 성장에 드라이브(drive)를 걸어왔는데, 투자와 소비 등 측면에서 여러 불균형이 있어 불안감이 있는 경제"라며 "정부의 개입으로 경기 불안을 선제적으로 막아 온 것은 사실이지만, 언젠가는 그런 여력이 모두 소진되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가 오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무역 분쟁이 심화되는 것이 그러한 티핑 포인트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19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 성과공유 컨퍼런스'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마친 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9.09.09.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19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 성과공유 컨퍼런스'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마친 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9.09.09. [email protected]

유럽 경제에 대해서도 그는 "이미 경기 불황에 진입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라며 "세계 경제를 파괴하는 커다란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우리가 얻었던 교훈은 위험 요소는 어디서든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눈에 보이지 않는 모르는 곳에서 갑자기 일이 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한국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선 우호적인 입장을 내놨다.

크루그먼 교수는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은 경제에 좋은 효과가 있다. 미국에서도 그렇다"며 "최저임금을 아주 많이 높인다 해도 그것이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은 소비자들의 지출 여력을 높이고, 돈을 더 많이 쓸 수 있도록 이끌어주기에 경제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지금과 같이 세계 경기 전망이 어두워지는 시기엔 무엇보다 정부 예산을 통해 공공 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 훨씬 더 큰 효과를 가져온다"고 했다.

일본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대응 조치로 한국이 소재·부품·장비 산업 등의 국산화, 자립화에 나선 데 대해선 "현재로선 한국은 그것 외엔 다른 대안이 없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일본이 이상하게 행동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한국으로선 당연히 스스로 보호하는 정책을 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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