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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문턱도 넘지 못한 황교안의 '영입 1호'…리더십 타격

등록 2019.10.31 15: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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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 희생 아이콘' 박찬주 영입 공 들였지만 결국 좌절

黃 "영입 취소가 무슨 말인가? 정말 귀한 분" 애써 부인

김세연 "공관병 갑질 행태 면죄부 받는다는 건 어려워"

신상진 "가랑비에 옷 젖는다…리더십에 흠 가지 않을까"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회의실에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안경을 만지고 있다. 2019.10.31.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회의실에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안경을 만지고 있다. 2019.10.3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총선에 대비해 영입하려던 '인재 1호'로 박찬주 전 제2작전사령관(예비역 육군대장)을 낙점했지만 당 내 거센 반발에 의해 보류되면서 리더십에 흠집을 남겼다.

당은 31일 황교안 체제에서 첫 인재 영입대상자로 8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황 대표가 직접 대전으로 내려가 입당을 설득할 만큼 공을 들였던 것으로 알려진 박 전 대장은 논란 끝에 최종 명단에서 배제됐다. 박 전 대장 아내가 공관병 갑질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다, 박 전 대장 역시 인사청탁과 관련해 벌금형을 선고받은 점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 최고위원들이 '박찬주 불가' 쪽으로 의견을 모아 이례적으로 당대표에게 반기를 든 것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권 심판의 상징성 있는 인물로 내세울 수 있지만 세대교체 요구나 시대적 화두인 '공정'과는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황 대표가 1차로 영입한 인재 중에는 당 지지세가 약한 청년과 여성이 포함된 점이 눈에 띄지만 공통적인 영입 코드는 대체로 '반문(反文)'으로 귀결된다.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은 1991년 걸프전과 2003년 이라크전에서 여성 종군기자로서 명성을 쌓았지만, 박근혜 정부 당시 기자 해직 등 노조탄압 논란을 일으켰던 김재철 MBC 사장의 최측근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적폐'로 몰려 불명예 퇴직했다.

백경훈 청사진 대표는 조국 장관 임명을 반대하는 집회에 연사로 올랐다가 YTN 변상욱 앵커으로부터 '수꼴'이라는 조롱을 당했다.

김성원 전 두산중공업 부사장은 퇴사 당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모순을 지적하는 편지를 남긴 바 있고,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 초기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신고리5·6호기 건설 공론화를 이끌어냈다. 윤창현 교수는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한국당 내 '2020 경제대전환위원회'에 참여했다.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회의실에서 제1차 자유한국당 영입인재 환영식에 참석해 영입인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IT 금융경영햑과 교수, 김성원 전 두산중공업 플랜트 EPC BG장, 나경원 원내대표, 황교안 대표, 백경훈 청년이여는미래 대표, 양금희 여성유권자연맹회장,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 2019.10.31.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회의실에서 제1차 자유한국당 영입인재 환영식에 참석해 영입인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IT 금융경영햑과 교수, 김성원 전 두산중공업 플랜트 EPC BG장, 나경원 원내대표, 황교안 대표, 백경훈 청년이여는미래 대표, 장수영 정원에이스와이 대표,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 2019.10.31. [email protected]

이러한 '반(反)문재인' 인사들의 영입은 총선 전략의 역점을 '반문' 세력 규합에 두고 있는 황 대표의 의중과도 맥을 같이 한다.

특히 '영입 1호'로 명단에 올려졌던 박찬주 전 대장의 경우, 보수 진영에서 문재인 정권 '적폐 몰이'의 대표적 희생 아이콘으로 보고 있는 만큼 총선 내내 표적수사 피해자로 부각할 경우 한국당의 정권심판론에 힘이 실릴 수도 있다. 

황 대표는 이런 점을 고려해 영입에 욕심을 냈지만 결과적으로는 당 지도부의 반발로 무산됐다.

당 안팎에서는 황 대표가 야심차게 준비했던 인사 영입 작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총선을 불과 6개월 남겨놓고 공천권을 가진 당대표 리더십에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황 대표가 공천권을 고리로 내년 총선을 통해 당을 완전히 장악하려던 계획이 시작부터 잡음을 일으키면서 당 내 입지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당 일각에서는 '황교안 체제'를 불안하게 바라보면서 보수대통합에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내년 총선에서 자멸할 수밖에 없어 서둘러 비대위 체제를 가동해야 한다는 의원들도 적지 않다. 혁신 공천을 위해 당대표가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도 심심찮게 거론될 만큼 황 대표의 입지는 아직 불안정한 편이다.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회의실에서 제1차 자유한국당 영입인재 환영식에 참석해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에게 당점퍼를 입혀주고 있다. 2019.10.31.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회의실에서 제1차 자유한국당 영입인재 환영식에 참석해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에게 당점퍼를 입혀주고 있다. 2019.10.31. [email protected]

한국당은 당헌·당규상 당권·대권이 분리돼있어 황 대표가 차기 대권에 도전하려면 대선 1년 6개월 전인 내년 8월에는 물러나야 한다. 당대표직을 내려놓게 되면 힘이 급속도로 빠질 수 있어 당 장악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황교안의 사람'을 영입해 주요 당직에 배치해야 하지만 '1호 인재' 영입부터 차질을 빚게 됐다.

황 대표는 박찬주 전 대장 영입 취소 여부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영입 취소가 무슨 말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정말 귀한 분"이라고 강조했다.

또 최고위원들의 반발에 대해 "저는 그렇게 듣지 않고 의견을 나눴다"며 "저는 저대로 인재영입위원장과 협의해가면서 필요한 경우 제가 판단해서 좋은 분을 모시고 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채널, 최고위원도 마찬가지고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의견이 새로 나오는 것을 갈등이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은 늘 좋은 현상"이라고 부연했다.

그럼에도 당 내에서는 황 대표가 주도하는 인재 영입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의원들이 많다. 

김세연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촐연해 "(박찬주 전 대장 영입이) 부적절했다고 표현하기보다는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더 좋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며 "박 전 대장이 전역 과정에서 대단히 모욕적인 일들을 겪은 것은 사실이고 또 적폐 몰이의 대상으로 몰렸던 정황들이 뚜렷이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관병 갑질 행태까지 면죄부를 받는다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다만 "앞으로 보류가 될지 취소가 될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하겠지만 일단 1차 발표에서 제외되었다는 것은 그래도 당의 판단 능력이 아직 살아 있다는 점에서 그나마 안도할 만한 대목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영입 인사들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제1차 영입인재 환영식'에 참석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2019.10.3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영입 인사들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제1차 영입인재 환영식'에 참석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2019.10.31. [email protected]

최근 표창장 수여, 가산점 논란에 이어 인재영입마저 잡음을 일으키자, 당 내에서는 지도부의 소통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상진 의원은 YTN 라디오에 출연해 "최근 표창장 수여, 패스트트랙 가산점 등 당의 의사결정에 좀 신중치 못한 부분들이 자꾸 튀어나오는 부분에 대해서 점검을 하고 들여다봐야 하지 않겠나"라며 "조국 사태로 인한 한국당 지지율이 올라야 정상인데 오히려 더 안 오르고 있는 것은 당 운영을 잘못해서 그런 것 아니냐. 이런 데 대한 국민들의 걱정과 지지층의 우려가 아주 많다"고 전했다.

신 의원은 "(황 대표의) 리더십에 큰 타격이라고까지 생각은 하지 않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작은 문제들이 쌓여서 결국은 당 운영에, 대표의 리더십에 흠이 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며 "하나하나 결정에서 많은 의견을 듣고 신중한 결정이 당 지도부에서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덧붙였다.

신보라 의원은 페이스북에 "우리 당도 '감수성위원회'가 필요하다. 특히 이제 전국민적 공감대를 이뤄내야할 총선가도에서는 액션과 메시지 하나하나가 중요하다"며 "자유한국당 컨텐츠가 젊은세대의 감수성이 충분히 고려되어 나와야 한다. 그래야 덜 실수하고, 더 참신할 것"이라고 사실상 지도부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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