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잠깐 얘기 좀"…文대통령 즉석 제안에 한일 정상 '깜짝 환담'

등록 2019.11.04 17:26:31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약 11분간 이어진 환담…靑 "우호적이며 진지한 분위기"

경색 양국 관계 개선 청신호 관측…낙관 경계 신중론도

【방콕(태국)=뉴시스】 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오전(현지시간) 방콕 임팩트포럼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전 사전환담을 갖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19.11.4.since1999@newsis.com

【방콕(태국)=뉴시스】 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오전(현지시간) 방콕 임팩트포럼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전 사전환담을 갖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태국(방콕)=뉴시스】김태규 홍지은 기자 = 4일 오전(이하 현지시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 정상회의가 열린 회의장 옆 대기실. 문재인 대통령은 다소 이른 8시 15분께 대기실에 도착해 인도네시아·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 정상들과 짧은 환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대기실로 들어왔다.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를 향해 "잠깐 얘기를 나눴으면 좋겠다"고 깜짝 제안했다. 아베 총리가 이에 응하면서 '즉석 환담'이 성사됐다. 두 정상이 마주앉은 것은 지난해 9월25일 뉴욕 유엔총회에서 한일 정상회담 이후 13개월 만이다.

두 정상은 통역만을 대동하고 하얀 소파에 앉아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다자회의 도중 배석자 없이 두 정상 간에 '풀 어사이드(pull aside)'라는 형식으로 단독 회담이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번 만남은 사전에 의제 조율과 같은 과정 없이 즉석에서 마련된 환담이었다.

출국 직전까지만 해도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번 태국 방문에서 한일 정상이 따로 대화를 나누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한마디는 냉랭하기만 했던 아베 총리의 입을 열게 했다.

환담은 오전 8시35분부터 46분까지 약 11분간 이어졌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환담은 우호적이면서도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10여분 이상 이어진 한일 정상 간 '깜짝 만남'으로 꽉 막혀 있던 양국 소통 채널이 어느 정도 회복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한일 정상은 한일 관계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며 한일 양국 관계의 현안은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한일 갈등 해결을 위한 구체적 방안에 대한 내용까지는 언급되지 않았다. 고 대변인은 "정부의 공식 입장은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 '1+1'이다. 거기에서 공식적으로 더 제안한 것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다만 "필요하다면 보다 고위급 협의를 갖는 방안도 검토해 보자고 제안했고, 아베 총리는 "모든 가능한 방법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도록 노력하자"고 답했다고 고 대변인은 전했다.

고위급 채널 가동에 대해 양국 정상이 공감대를 모으면서, 경색 국면이었던 한일 관계에 청신호가 찾아온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일본 외무성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양국간 문제에 대한 일본의 원칙적 입장을 확실히 전달했다"며 기존의 입장과 변함이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하면서, 섣불리 낙관할 수 없다는 신중한 목소리도 나온다.

고 대변인은 일본 정부의 입장과 관련해 "확인해 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며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방안에 양 정상이 공감대를 가졌고, 대화를 통한 원칙을 재확인했다"고만 했다.

한편 전날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 주최의 갈라 만찬 기념 행사에서 한일 정상은 웃으며 잠깐 인사를 나눴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