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에 반기든 조현아…한진家 '남매의 난' 벌어지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법률대리인 통해 입장 발표
"조원태, 가족간 공동경영 협의 무성의·지연으로 일관"
공정위 동일인 지정 과정서 불거진 불화설 수면 위로
【서울=뉴시스】왼쪽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2019.05.08.(사진=한진그룹 제공)
[서울=뉴시스] 고은결 기자 = 3세 경영에 돌입한 한진그룹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취임 반 년 만에 '형제의 난'의 위기에 처했다. 그동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조원태 회장이 선친의 유훈과 달리 그룹을 운영해 왔으며, 가족 간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한다"고 공격에 나선 것이다.
지난 4월8일 별세한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이 조현아 전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 자식들에게 유언으로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나가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동 경영 논의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하며 갈등을 빚은 것으로 풀이된다.
◇조현아 "조원태, 가족 간 협의에 무성의" 공격 나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은 23일 '한진그룹의 현 상황에 대한 조현아의 입장'이란 제목의 자료를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는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원은 "조 전 부사장은 작고하신 고(故) 조양호 회장님의 상속인 중 1인이자 한진그룹의 주주로서, 선대 회장님의 유지에 따라 한진그룹을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고, 이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대 회장님은 생전에 가족들이 협력해 공동으로 한진그룹을 운영해 나가라고 말씀하시는 등 가족들에게 화합을 통한 공동 경영의 유지를 전하셨다"며 "또한 선대 회장님은 임종 직전에도 3명의 형제가 함께 잘 해 나가라는 뜻을 다시 한 번 밝히시기도 하셨다"고 강조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조원태 회장이 선친의 유훈에 거스르며 공동 경영 방안에 대한 논의에 무성의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나갔다. 조원태 회장은 조양호 전 회장이 별세한 이후 보름 여 만인 4월24일에 회장직에 올랐다.
법무법인 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원태 대표이사는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으며 지금도 가족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그 결과 한진그룹은 선대 회장님의 유훈과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원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원태 회장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한 것과 조 전 부사장의 복귀와 관련해 가족 간 어떠한 합의도 없었는데도 불구, 마치 대외적인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됐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원은 "조 전 부사장과 법률대리인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사전 협의도 하지 않고 경영상의 중요 사항들이 결정되고 발표됐다"고 비난하며 "이에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의 주주 및 선대 회장님의 상속인으로서 선대 회장님의 유훈에 따라 한진그룹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수면 위로 불거진 불화설…조양호가 우려한 '남매의 난' 벌어지나
조 전 부사장의 이같은 입장 발표에 재계에선 한진그룹이 또 한 번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을 빚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한진그룹 2세들이 벌였던 '왕자의 난'에 이어 3세들 간 '남매의 난'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지적이다.
조양호 전 회장은 가족들에게 유언으로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나가라"는 남겼다고 한다. 이는 생전 자신이 겪었던 형제 간 갈등을 걱정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2002년 한진그룹 창업주 조중훈 선대회장의 별세 이후, 한진가 2세들은 경영권을 놓고 형제 간 다툼을 벌인 바 있다.
한진그룹 3세들의 불화설은 지난 5월 공정위의 동일인 지정 과정에서 비롯됐다. 당시 한진그룹이 공정위에 동일인 관련 자료를 내는 과정에서 가족 간 이견이 존재했으며, 상속 계획은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며 갈등설이 불붙었다. 한진그룹은 조 회장이 동일인이 됐을 경우 형성될 지배구조와 관련한 자료를 내면서도 조 회장을 동일인으로 변경한다는 신청 서류는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자간담회 중 조원태 회장의 발언,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 복귀가 이어지며 불화설도 조금씩 수그러들었다. 조 회장은 지난 6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 기간 중 진행된 대한항공 기자간담회에서 "선대회장께서 평소에 말씀하셨던 내용이 '가족 간 화합에서 회사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지분 상속과 관련해 "가족과 많이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현민 전무가 '물컵 갑질'로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 지 14개월 만인 지난 6월에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경영에 복귀하며 삼남매의 경영승계에 대한 잠정 합의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기 시작했다. 아울러 조 회장이 지난달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가진 특파원들과의 기자간담회에서 "아버님 뜻에 따라서 맡은 분야를 충실하기로 셋이 합의했다. 때가 되고 준비가 되면 그렇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한진그룹의 분할 경영 체제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에 보다 힘이 실렸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이 갑작스러운 입장 발표를 통해 조 회장에 대한 반기에 나서며, 불화설이 현실화됨과 동시에 향후 공동 경영 논의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갈등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그룹 측은 "아직 정확한 내용을 파악 중"이라며 공식 입장을 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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