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보복' 공언한 이란…중동서 미사일 최다보유(종합)
이란, 현역병 52만명…자원병·해외무장세력도 보유
중동 내 탄도미사일 최다 보유국…최대사거리 2000㎞
드론·사이버전 등 비대칭전력도 무시 못 해
[포트웨인=AP/뉴시스]4일(현지시간) 미 인디애나주 포트웨인의 앨런 카운티 법원 앞에서 포트웨인 평화주의 운동가들이 전쟁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0.01.05.
[서울=뉴시스] 이재우 김난영 기자 =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 폭살 이후 이란이 '피의 보복'을 공언하면서 그 군사력에도 관심이 쏠린다. 미국에 비해 열세로 평가되지만, 이란은 미사일과 드론, 사이버전 역량 등 상당한 비대칭 전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병 52만여명…친이란 해외 무장세력도 육성
영국 런던 소재 싱크탱크 국제전략연구소(IISS)가 지난해 발간한 '밀리터리밸런스 2019'에 따르면 이란의 현역병 규모는 52만3000여명으로, 정규군 35만명에 이란혁명수비대(IRGC) 15만명 등이 포진해 있다. 이는 중국과 인도, 북한, 러시아, 파키스탄, 한국에 이어 세계 8위 수준이다.
아울러 영국 BBC에 따르면 IRGC는 해군 병력 2만명도 산하에 거느리고 있다. 이들은 국제적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에서 활동하며 유사시 해협 봉쇄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6월 오만만 선박 피격 당시에도 IRGC 해군 경비정이 목격됐었다.
사망한 솔레이마니가 이끌었던 IRGC 쿠드스군 병력도 이란의 주요 전력으로 평가된다. 쿠드스군은 5000명 상당으로 그 수는 적지만, 최고지도자 직할부대로써 IRGC를 위한 해외 비밀 작전을 수행하는 등 최정예 임무를 맡는다. 자금과 무기, 군사훈련 지원 등을 통해 중동 각지에 친이란 무장세력을 키워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헤즈볼라의 경우 이란의 지원에 힘입어 중동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비국가 행위자'가 됐다.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하시드 알 아사비(PMF)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수니파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퇴출시키는데 일조하면서 이라크의 합법적인 준군사조직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밖에도 지난 1979년 이란혁명 이후 창설된 준군사조직 바시즈민병대 역시 IRGC의 지휘를 받는 이란 주요 군사력에 포함된다.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지시로 창설된 바시즈민병대는 현재는 젊은 이란 자원병들로 꾸려져 현지 보안 및 사회 단속, 질서유지 등 준경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중동 내 탄도미사일 최다 보유…이스라엘·유럽 타격 가능
병력 외 무기 분야에서 이란은 중동의 '탄도미사일 강국'으로 평가 받는다. 특히 지난해 11월 미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정보국(DIA) '이란 군사력' 보고서에 따르면 탄도미사일은 이란의 전력 주축으로 꼽힌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근거리(CRBM)·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비롯해 이란 국경에서 2000㎞까지 타격 가능한 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을 상당량 보유했다. 이스라엘과 유럽 남동부까지 타격 범위에 둘 수 있는 것이다. DIA는 이란을 중동에서 가장 많고 다양한 탄도미사일을 보유한 국가로 분류했다.
특히 MRBM의 경우 북한의 노동미사일 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DIA는 보고서에서 "액체연료 추진형 샤하브 3이 이란 MRBM 전력의 중심"이라며 "이란은 사거리와 유효성 향상을 위해 북한 노동 MRBM에 기반한 샤하브 3을 개조해왔다"고 했다.
아울러 이란은 지난 2015년 액체연료 추진형에 최대 사거리 2000㎞, 기동식 재돌입체(MARV)를 탑재한 '에마드 1'이라는 이름의 샤하브 3 변종 모델을 공개했다. 또 이듬해엔 새 기종인 코람샤르 MRBM 생산을 예고했는데, 이 기종에 적용된 기술은 북한 무수단미사일로부터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란은 경제 제재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지역 적성국에 비해 무기 수입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실제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09∼2018년 이란의 국방 분야 수입은 같은 기간 사우디의 수입액의 3.5%에 불과하다.
장거리 미사일의 경우 지난 2015년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체결 이후 대외적으로 개발이 중단됐다. 다만 JCPOA는 우주 개발을 위한 연구를 금지하지 않아 언제든지 해당 연구를 장거리 또는 대륙간 미사일 개발에 전용할 수 있다.
◇비대칭전력 육성 집중…드론·사이버전 능력 등 보유
한편 이란은 역내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무인기(드론), 사이버 공격 등 비대칭 전력 개발에도 매진해온 것으로 보인다. 특히 드론의 경우 지난 2016년부터 이라크 내 IS 격퇴전에 이란산 드론이 사용돼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란이 시리아 내 기지에서 운용 중인 드론이 이스라엘 영공에 진입하기도 했다. 이란은 예멘 후티반군에게 무인기를 공급하는 등 지역 내 동맹국 및 대리세력에 대한 기술 이전에도 적극적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 지난해 9월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국영 아람코 석유시설이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받는 사건도 벌어졌다. 당시 예멘 후티반군이 배후를 자처했지만, 미국과 사우디는 이란을 배후로 지목했었다.
이 밖에도 이란은 지난 2010년 자국 핵시설에 대한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받은 이후 상당한 수준의 사이버전 능력을 확보한 상태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상업과 군사 분야에서 스파이 활동을 하는 독자 사이버 부대를 운영하고 있는 것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지난해 이란이 전세계 우주항공기업, 방위업체, 에너지·천연자원 기업, 통신사 등을 상대로 스파이 활동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같은해 이란과 연계된 해커집단이 미국 대통령 선거 캠페인 개입을 시도하고 미국 관리들의 이메일을 해킹하려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란의 전력은 미국에 비해 객관적으로 열세인 것은 사실이다. 영국 메트로는 지난 3일 미국 군사력 평가기관인 글로벌 파이어파워를 인용, 군사력 비교 결과 미국은 1위, 이란은 14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란이 객관적인 군사력 이상의 작전 수행 능력을 보여줄 가능성은 충분하다.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꾸준히 공을 들여온 광범위한 네트워크와 비대칭 전력을 통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 이라크내 미군 기습, 호르무즈 해협 해상 교통 방해, 사이버 공격 등으로 이스라엘과 사우디 등 미국의 중동내 동맹국에 대한 작전을 감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