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교민 격리수용' 진천군민 격앙…물리적 충돌 우려
충북혁신도시 공무원인재개발원 앞 주민 집회
"모든 책임 정부에" 격렬 항의…경찰, 대책 논의
[진천=뉴시스] 김재광 기자 = 충북 진천군 주민들이 29일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정문 앞에서 중국 우한 체류 한국인의 집단 격리수용을 반발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2020.01.29. [email protected]
[진천=뉴시스] 김재광 임선우 기자 = 29일 중국 우한 교민 720명 중 절반가량의 격리수용이 결정된 충북혁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이 소재한 진천군 덕산읍은 물론, 충북혁신도시를 양분하고 있는 음성군 맹동면 주민들도 집단 행동에 나서고 있다.
경찰은 수백명의 경력을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으나 주민들의 반발이 워낙 거세 물리적 충돌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반대 여론은 이날 오후 4시40분부터 들끓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발원지인 중국 우한 교민 720명을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분산 수용하기로 발표하면서다.
진천주민 300여명은 곧바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으로 몰려들었다. 트랙터와 고철수거용 집게차 등으로 건물 입구를 봉쇄한 뒤 결사반대 구호를 외쳤다.
[진천=뉴시스] 김재광 기자 = 29일 송기섭 충북 진천군수가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우한 교민 격리수용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2020.01.29. [email protected]
해가 진 뒤에는 촛불집회로 바뀌었다. 주민들은 "인재개발원 인근에는 2만6000여명이 밀집 거주하고 있고, 6500명의 학생이 있다"며 "이곳에는 대형 병원이 없어 감염시 응급대처가 어렵다"며 정부 결정을 거부했다.
덕산읍 주민 A(56)씨는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을 제외한 충북혁신도시에 우한 교민을 수용한다는 정부 방침은 충북도민을 만만하게 여겨 내린 결정"이라며 "주민들이 조를 편성해 밤새 입구를 지키며 인재개발원 진입을 막을 것"이라고 별렀다.
입구를 봉쇄한 농기계에는 '천안시민은 자국민이고, 진천군민은 타국민이냐'는 문구의 플래카드가 걸렸다.
어린 자녀를 안고 나온 30, 40대 여성들도 많았다.
한 30대 주부는 "신생아와 어린 아이들은 면역력이 약해 감염병에 매우 취약하다"며 "어린 아이와 젊은 부부가 대거 거주하는 신도시에 수백명의 우한 체류민을 수용하는 조치를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진천=뉴시스] 김재광 기자 = 충북 진천군 주민들이 29일 행정안전부 관계자에게 우한 교민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격리수용 반대의사를 전하고 있다. 2020.01.29. [email protected]
오후 7시 넘어 시작된 주민 대화에선 정부 결정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주민들은 행정안전부 관계자에게 "천안에서 갑자기 진천으로 선회한 이유가 뭐냐"며 "이미 진천으로 결정해놓고 구색을 짜맞춘 것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주민 반대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며 "진천과 음성 톨게이트를 봉쇄해 우한 교민의 진입을 막겠다"고 경고했다.
주민들의 자진 귀가를 독려 중인 경찰은 최악의 경우 공권력을 투입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이 입구를 봉쇄할 땐 우한 교민을 수용하기 위한 구호·의료물품 반입이 어렵기 때문이다.
경찰은 5개 중대, 1개 제대(여경 30명) 등 300명의 경력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주변에 배치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일단 격앙된 주민들을 설득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오후 10시께 지휘부 대책회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진천=뉴시스] 김재광 기자 = 29일 우한 교민의 격리수용이 결정된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정문 앞에 경찰 기동대원들이 대기하고 있다. 2020.01.29. [email protected]
정부가 이날 우한 체류 한국인 격리 수용을 결정한 인사혁신처 산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은 국가·지방 공무원을 교육하는 곳이다. 중앙·지방직 9~5급 신입 공무원과 고위 공무원 승진자를 교육한다.
1949년 설립돼 서울·대전·과천을 거쳐 2016년 9월 덕산읍 충북 진천 혁신도시로 이전했다. 신축 건물에 기숙사 수용 인원만 519명에 달한다.
인재개발원 반경 1㎞에는 아파트 등 6285가구에 1만7237명이 거주하고 있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등학교 등 교육기관 10곳에 3521명이 다닌다.
충북혁신도시로 반경을 넓히면 직선거리 2㎞ 안에 12개 아파트 단지 등 1만1000여 세대, 2만60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어린이집 28곳과 유치원 3곳, 초등학교 3곳, 중학교 2곳, 고등학교 1곳에 6500여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정부는 당초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과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에 우한 교민을 분산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한 뒤 충북 진천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으로 격리 장소를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30일과 31일 4차례 전세기를 띄워 우한 체류 한국인 720명을 김포공항으로 송환할 예정이다. 귀국 희망자는 24일 150명에서 26일 500명, 27일 694명, 29일 720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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