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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아무노래' 같은 장난같은 무대…김설진 '자파리'

등록 2020.07.1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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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19일까지 공연

[서울=뉴시스]김설진의 '자파리' 공연 모습(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2020.07.1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설진의 '자파리' 공연 모습(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2020.07.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왜들 그리 다운돼있어? 뭐가 문제야 say someting…왜들 그리 재미없어?…아무 노래나 일단 틀어 아무거나 신나는 걸로 아무렇게나 춤춰 아무렇지 않아 보이게 아무 생각 하기 싫어."

가수 지코의 '아무노래'를 꼭 닮은 한 편의 공연이 15일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랐다.

현대무용가 겸 안무가 김설진의 '자파리'.

그는 허르스름한 건물의 문을 열고 후줄근한 정장에 백팩, 낡은 캡(모자)를 쓰고 무대에 나타난다.

다리가 불편한 듯 다리를 베베 꼬고, 신발을 벗어 들어 손으로는 날개짓을 하고, 마시던 물로 세수를 하는가 하면 바닥에 마냥 누워있기도 한다.

예상과 다르다. TV 방송 '댄싱9'에서 완벽한 춤을 보였던, 춤꾼 김설진의 모습이 아니다. 화려하고 기술적인 춤사위를 보러 온 관객이라면 `이게 뭥미'하고 실망할만한 몸짓이 이어진다. 그는 한 시간의 무대를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움직임'으로 가득 채운다. 춤이라 하기엔 정말 애매한 '움직임'이다. 그나마 '춤스러운' 움직임은 극 중 설정 속에만 잠시 나올 뿐이다.

그의 움직임은 시종 장난스럽다. 배경으로 깔리는 음악이 순간순간의 분위기를 전환하긴 하지만, 심각한 상황에서도 그는 장난스러움을 잃지 않는다.
[서울=뉴시스]김설진의 '자파리' 공연 모습(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2020.07.1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설진의 '자파리' 공연 모습(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2020.07.17 [email protected]

속으로는 계속 '근데 대체 이 공연, 대체 뭐지? 뭐가 뭔지 전혀 알 수가 없네'라는 생각이 계속 이어진다.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몰입하게 되고, 끝날 때는 '벌써?'라는 아쉬움마저 든다.

김설진은 이 공연에 대해 "공연명 '자파리'는 '장난'을 의미하는 제주도 방언"이라고 설명한바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사소한 장난으로 보이지만 누군가에겐 특별한 의미가 될 수 있을 고유한 움직임들에 주목했다"는 그는 "이번 공연은 수많은 자파리 속에서 새로운 것을 찾는, 예술을 향한 끊임없는 자아투쟁의 이야기"라고 정의했다.

극의 후반에 등장하는 배우 차용학은 무언극으로 진행돼, 대사도 화려한 춤사위도 부재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공연에 활기를 더한다. 이와 더불어 극의 메시지도 넌지시 혹은 노골적으로 전달한다.

김설진과 연출가 민준호는 극의 정체성만큼이나 극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규정지으려 하지 않는다. 규범, 규정, 구분에 치를 떠는 이 아티스트들은 극의 정체성, 극의 해석 모두 관객이 생각하는 그것이 맞다고 말한다.

김설진은 '스트릿 댄서' 출신의 현대무용가다. 과거 코요테, 김원준 등의 백댄서로 활동하기도 했다. 요즘엔 연기자로도 활약 중이다. 그가 이끄는 예술 집단은 '무버'다.  자신을 '댄서 겸 현대무용가 겸 안무가 겸 배우'라는 식으로 소개하지 않는다. 단순히 '움직이는 사람', '움직임을 만드는 사람' 정도라 정의하고자 한다.  

눈과 귀로 즐기고, 아무렇게나 느끼면 된다. 그렇다면 이 공연을 충분히 즐긴 것이다.
[리뷰]'아무노래' 같은 장난같은 무대…김설진 '자파리'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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