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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대상 고르려 넓은 장터 3바퀴 돌았다' 이게 우발적 범죄?(종합)

등록 2020.09.10 13:5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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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제주 오일장 30대여성 살해 사건 범인 검찰송치

"왜 범죄 저질렀냐" 거듭된 질문에 "죄송하다" 답변뿐

생활고 때문아니라 흉기들고 계획한 범죄 흔적 곳곳에

"알바하며 돈아끼려 1시간반 거리 걸어…엄벌해야" 청원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귀갓길이던 편의점 알바 30대 여성을 강도살인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A씨가 10일 오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2020.09.10.  woo1223@newsis.com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귀갓길이던 편의점 알바 30대 여성을 강도살인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A씨가 10일 오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2020.09.10. [email protected]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경찰이 돈을 빼앗기 위해 귀갓길이던 30대 여성을 끌고가 잔혹하게 살해한 20대 남성 A씨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

추가 수사를 벌인 경찰은 돈이 떨어진 A씨가 금품을 뺏기 위해 계획적으로 강도 행각을 벌인 정황을 다수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 서부경찰서는 10일 금품을 얻기 위해 여성을 상대로 강도범죄를 저지르고 목숨까지 빼앗은 혐의(강도살인 및 사체은닉 미수, 신용카드 부정사용 등)로 A(28)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A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6시50분께 제주시 민속오일장 인근 밭에서 피해자 B씨를 상대로 강도 행각을 벌이다 미리 소지한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송치되기 전 카메라 앞에서 선 A씨는 "왜 범죄를 저질렀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하다"고 짧게 대답했다.  "유족에게 할 말 있느냐"는 말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모자를 눌러 쓰고, 반바지 차림으로 나타난 그는 "왜 피해자를 범행 상대로 선택했는지" 묻자 역시 "죄송하다"라는 짤막한 말을 남기고 호송차에 올랐다.

경찰은 생활고에 시달리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A씨의 진술과 달리 처음부터 돈을 노린 계획범죄로 보고 있다.

조사 결과 A씨는 금전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었고, 범행 당일 대상자를 찾기 위해 오일장 부근을 배회한 정황이 나왔다.
 
경찰은 A씨가 궁핍한 상황에 놓이게 된 점에 주목했다.

A씨는 평소 인터넷 방송에 돈을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31일 제주시 도두1동 제주시민속오일시장 뒷편 이면도로 인근 밭에서 30대 여성 변사체가 발견됐다. 출동한 경찰이 현장을 보존하고 있다. 2020.08.31. woo1223@newsis.com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31일 제주시 도두1동 제주시민속오일시장 뒷편 이면도로 인근 밭에서 30대 여성 변사체가 발견됐다. 출동한 경찰이 현장을 보존하고 있다. 2020.08.31. [email protected]


인터넷방송 BJ에게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이른바 '선물'까지 보냈다는 것이다.

당초 알려진 것처럼 단순한 생활고가 아닌 자신의 방탕한 생활이 범죄의 단초가 됐으리란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결국 돈이 떨어진 A씨는 강도라는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자는 편의점 일을 마치고 걸어서 귀가하던 중이었다.

A씨의 범행 대상이 된 피해자는 결국 극렬히 저항한 흔적을 남긴 채 숨졌다.

매일 쉬지 않고 5시간씩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던 피해자는 교통비를 아끼려 1시간30분 거리의 집까지 매일 걸어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우발적 범행 주장 사실이 알려지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피해자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청원인의 애끓는 글이 올라와 관심을 받았다.

청원인은 지난 7일 '8월30일 제주도 민속오일장 인근 30대여성 살인 사건의 피해자 아버지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을 통해 "교통비를 아끼며 출퇴근하는 여성을 뒤따라가 가지고 있던 흉기로 가해해 살인했다는 건 계획적인 살해임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CCTV 화면상 자기 차로 그 넓은 오일장을 3바퀴 정도 돌며 지나가던 제 딸을 보고 주차하고 범행을 한 것을 보면, 성폭행도 범하려다가 제 딸이 심한 반항을 하니까 흉기로"(찌른 것 같다)며 "가해자는 힘 없는 여성을 무참히 살해하고, 휴대폰은 사체가 있던 곳에서 반대쪽인 약 5㎞ 떨어진 곳에 버리고 도주했다"고 썼다.

청원인은 "피의자 진술에 따르면 (피의자는) 생활고 때문에' 귀가하던 일면식도 없는 30대 여성을 뒤쫓아 수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며 "생활비 때문이라는 건 감형을 위한 핑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의자는 자신의 탑차를 몰고 제주시내 일대를 돌아다니며 범행을 물색했다"며 "내가, 내 가족이, 내 주변 사람이 충분히 피해자가 될 수 있었기 피의자의 신상공개와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촉구했다.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귀갓길이던 편의점 알바 30대 여성을 강도살인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A씨가 10일 오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2020.09.10. woo1223@newsis.com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귀갓길이던 편의점 알바 30대 여성을 강도살인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A씨가 10일 오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2020.09.10. [email protected]


앞서 지난 3일에는 피의자에 대한 신상공개와 엄정 수사를 촉구하는 청원글도 올라왔다. '귀가하던 여성을 뒤따라가 살해한 제주 20대 남성의 신상공개와 엄정한 수사를 촉구합니다'는 청원글에는 10일 오전 9시 기준 12만3000여명이 동의했다. 청원마감일은 다음달 3일이다.

피해자에게 현금 1만원과 신용카드를 빼앗아 달아난 A씨는 생필품 등을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범행 후 6시간이 지난 같은 날 자정께 현장에 다시 찾아가 사체 은닉을 시도한 정황도 나왔다.

경찰은 A씨가 시신을 감추기 위해 5m 가량을 끌고 가다가 무거워 옮기지 못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경찰의 신속한 범인 검거도 빛났다. 경찰은 피해자 시신이 발견되자 인근 CCTV를 분석해 A씨가 범행에 사용한 차량을 특정, 같은 날 오후 10시48분께 서귀포시 표선면 표선민속촌 공용주차장에 숨어있던 A씨를 긴급체포했다.

차량에서는 A씨가 범행 당시 착용했던 혈흔이 묻어있던 신발과 의류, 흉기 등이 발견됐다.

경찰은 A씨 범행의 잔혹성이 드러나자 신상공개위원회 개최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법에 따르면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의 경우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A씨가 받는 강도살인 혐의는 무기징역 또는 최고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는 중범죄 가운데 하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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