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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넘어북한] 김정은, 민첩한 '위기극복형 리더'로 변화?

등록 2020.09.11 19:50:37수정 2020.09.11 19:5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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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장마,태풍 피해복구에 전력 쏟는 김정은

고난의 행군시기 '은둔 행보' 김정일과 대조

현장 직접 방문, 통치자금 푸는 등 위기 극복 가능성 보여

만에 하나 실패시 북한 지원 나서야

【서울=뉴시스】강영진 박수성 기자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강력한 경제제재와 코로나 19 상황에서 연이은 장마와 태풍 피해를 당해 경제적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위원장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시기 은둔했던 김정일과 달라보입니다. 피해 현장을 직접 챙기며 현 상황을 언론 매체를 통해 적극 공개하는 등 10월10일 당 창건일을 복구 시점으로 삼고 전력을 쏟고 있습니다. <창 넘어 북한>에서는 위기극복형 리더십을 보이는 김위원장의 행보를 살펴봤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뉴시스 북한 에디터 강영진입니다.

요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권력을 물려받은 이래 가장 바쁜 듯합니다. 유엔의 강력한 경제제재가 지속되고, 코로나 19를 막느라 국경을 폐쇄한 탓에 경제가 많이 어려운 형편인데, 전국 곳곳에서 물난리가 나는 통에 말 그대로 엎친 데 덮친 격입니다. 그렇지만 김위원장은 이 위기를 오히려 자신의 리더십을 과시하는 기회로 삼는 모습입니다.

올 상반기 동안 코로나 19에 걸릴까 무서워 장기간 잠적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사망설까지 돌았던 김위원장이 장마와 태풍으로 북한 전국에서 큰 물난리가 이어지자, 직접 전면에 나서서 피해 복구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습니다.

길이 끊기고 진흙탕이 된 물난리 현장에 수시로 나타나서, 국무위원장 전략물자를 이재민들에게 풀고, 중앙당 간부들을 피해현장에 보내 직접 피해복구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 등 북한 언론들은 이런 김위원장을 인민을 위해 모든 걸 바치는 자애로운 어버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송하고 있습니다. 신파조만 아니라면 누구라도 쉽게 감동받을 만한 장면과 글들이 매일매일 등장합니다.

예컨대 말이죠. 지난 5일 김위원장은, 평양에서 수도당원사단을 구성해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은 함경도지역의 피해복구 현장에 파견하겠다면서 평양의 노동당원들이 이에 적극 참여해달라고 호소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습니다. 앞서 발생한 황해도와 강원도의 물난리 복구작업에 인민군대가 대거 동원돼 있는 상황이기에 새롭게 발생한 함경도의 태풍피해를 복구하는데 평양의 당원들이 나서야 한다고 호소하는 내용입니다.

함경남도 수해 현장에서 김위원장이 직접 작성했다는 장문의 공개서한에는 진솔함이 묻어나는 표현들이 가득합니다. 잠시 인용해 보겠습니다.

“수도당원들은 우리 당이 제일 믿는 핵심 역량입니다. 수도당원들이 당의 호소를 받들고, 피해현장에 나가 투쟁하면, 자연이 몰아온 파괴적인 재앙으로 입은, 경제적 손실에 비할 바 없는 거대한 힘을 얻게 됩니다.”

이런 대목도 있네요.

“10월 10일이 눈앞에 박두하였는데 형편이 곤란하고 시간이 촉박하다고 하여 새로 피해를 입은, 함경남북도의 수많은 인민들이 한지에서 명절을 쇠게 할 수는 없습니다. 당의 걱정과 보살핌의 손길로, 수도 평양의 따뜻한 정으로, 피해지역 인민들을 극진히 위로하고 한시바삐 재난을 털어버리도록 정성 다해 지원하고 투쟁할 것을 당중앙은 수도당원동지들에게 호소합니다.”
 
10월 10일은 북한이 중요 명절로 삼는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일입니다. 서한은 파견되는 수도당원들의 건강을 염려하는 내용으로 마무리됩니다. 다시 한번 자애로운 모습을 보인 겁니다.

김위원장의 호소에 평양 시민 전체가 뜨겁게 호응하면서 단 4일 만에 사단이 구성돼 현지에 파견됐습니다. 이처럼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는 걸 보면 이미 사전준비가 끝나 있는 상태에서 공개서한을 발표한 것이 분명합니다.

함경도에 타고 간 기차 안에서 노동당 간부들을 불러모아 대책회의를 갖고 피해복구 방향을 시시콜콜 제시하고, 심지어 함경남도 당위원장을 현장에서 전격 교체하고, 공개서한을 발표하는 등 김위원장의 행보는 흠잡을 데 없는 지도자의 모습입니다.
 
조금 있으면 함경도 주민들이 김위원장을 향해 눈물을 흘리며 감격하는 장면을 북한 중앙TV에서 매일같이 내보내지 않을까 싶네요.

잠시 물 좀 마시겠습니다.

김위원장의 행보를 살펴보면서 상징조작 측면만 너무 강조한 것 같습니다. 더 두고 봐야겠지만 북한은 올해 연거푸 이어지는 재난에 비교적 잘 대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경제제재와 코로나 19, 계속되는 물난리 등 3중의 재난으로 1990년대 ‘고난의 행군’과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들이 없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겠다는 쪽으로 판단이 기울어져 있습니다. 특히 고난의 행군이 일어난 1990년대 후반 김정일의 행보를 돌이켜 볼 때 김정은의 재난 대응 노력을 보고 있으면 한결 마음이 놓입니다.
 
고난의 행군 시기 김정일은 북한이 처한 겹치기 자연재해 상황에서 국가 지도자라면 마땅히 해야 하는 최소한의 대응도 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을 직접 겪었던 탈북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당시 김정일과 노동당, 나아가 국가가 굶어 죽는 주민들을 구제하기 위해 한 일이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물론 김정일도 나름 노력을 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은둔형 지도자인 김정일이 실제로는 배후에서 많은 노력을 했지만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겁니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는 참상이 빚어진 걸 보면, 김정일의 대응은 결국 실패작이었습니다.

지금은 작고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김정일 정권이 ‘금수산기념궁전을 성역으로 꾸미는데 쓴 엄청난 돈을 3분의 1만 절약해도 200만톤의 옥수수를 살 수 있었고, 그 정도면 1990년대 말 300만 명의 주민들이 굶어 죽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북한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에 근무했다는 탈북자 김일국씨가, 3년 전 KBS에서 밝힌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KBS 보도는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금수산기념궁전 공사가 한창이던 1990년대 후반은 북한이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는 최악의 경제난을 맞고 있던 시기. 김정일은 식량난을 해결하는 대신 최소 수천억원으로 추산되는 비용을 쏟아부어 기념궁전을 건설한 것이다”라고요.

김정일은 결국 수많은 주민들이 굶어 죽는 걸 나몰라라 하면서 죽은 아버지 김일성을 위해 수억 달러를 쏟아 붓는 터무니없는 일을 벌인 셈입니다.

39호실은 통치자금을 벌어들이고 관리하는 기관입니다. 우리 돈 수십조원에 달하는 금과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는 설이 있지요.

그에 비하면 김정은은 피해 현장을 여러 차례 직접 방문하고, 현장에서 회의를 열고, 국무위원장 몫의 전략물자를 수재민들에게 나눠 주고, 평양의 노동당원들을 함경도로 파견하는 등 실질적인 재해복구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입니다.

국무위원장 전략물자라는 게 아마도 39호실이 보유한 자금으로 마련한 식량과 건설자재가 아닐까 싶네요.

김정은은 지금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자력갱생으로 모든 난관을 이겨내려 하고 있습니다.그런 노력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를 기원합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습니다. 북한이 모든 노력을 다했는데도 정말 힘들어진다면 그땐 우리라도 도울 수 있게 마음의 준비를 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우리라고 힘들지 않은 건 아닙니다만 저들보다는 그래도 형편이 월등히 나은 건 사실이니까요.

창넘어 북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창넘어북한] 김정은, 민첩한 '위기극복형 리더'로 변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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