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속출…중단 없다지만 공포감 확산
16일 첫 사망자 이후 일주일 만에 12명 발생
사망 지역, 접종 백신 종류 다양해 미스터리
당국 "직접적 인과관계 확인 안돼…조사 중"
예년보다 사망 많고 10대 포함된점 불안 요인
"추운 날씨 대규모 접종은 고령층에 악조건"
"상온 노출 백신 여전히 의문…국민 불안 증폭"
"짧은 시간에 많은 사망…빨리 원인 규명해야"
[서울=뉴시스] 2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인플루엔자(계절 독감) 예방접종 후 사망 사례가 9건으로 나타났다. 사망 외에도 올해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은 총 431건이 신고됐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인플루엔자(계절성 독감) 예방 접종 후 사망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독감 백신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6일 첫 사망자가 나온 이후 일주일 만에 1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2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기준으로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는 총 9건이 보고됐다. 지난 16일 인천의 17세 고등학생이 사망한 이후 20일과 21일에 전북(77세 여성), 대전(82세 남성), 대구(78세 남성), 제주(68세 남성), 서울(53세 여성), 경기(89세 남성) 등 8명의 추가 사망자가 나왔다.
또 21일 오후에는 경북 안동과 경남 창원에서, 22일 오전에는 대전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했다.
독감 백신 접종자가 사망하는 것은 매우 드문 사례다. 독감 백신의 부작용은 주사 부위의 통증, 발적 등 국소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발열, 오한, 쇠약감, 근육통 등의 전신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진다. 몸에 마비 증상이 나타나는 길랑바레 증후군이나 특정 약품에 대한 중증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역 당국은 아직 예방접종과 사망 사이의 인과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부검 등을 통해 사인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과거에도 독감 등 예방접종을 받은 뒤 접종자가 사망하는 사례는 있었다. 하지만 백신에 문제가 있어 사망한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과거 19년간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신고는 25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2009년 8건→2010년 1건→2011년 1건→2012년 0건→2013년 1건→2014년 5건→2015년 3건→2016년 0건→2017년 2건→2018년 2건→2019년 2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이상 반응 관련 합병증으로 피해보상이 인정된 사례는 2009년 접종자 1명이다.
해당 사망자는 만 65세 여성으로 지난 2009년 10월19일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받고 길랑바레 증후군의 일종인 밀러-피셔 증후군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다 흡인성 폐렴으로 사망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사망자 중 길랑바레 증후군이 의심되는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급성 과민 반응인 아낙필락시스 쇼크 가능성이 있는 경우는 1건이 보고됐다.
사망자들이 접종받은 백신 종류와 제조번호는 모두 달라 특정 백신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품명과 제조번호는 보령플루VIII테트라(A14720007, 13-18세용), 보령플루VIII테트라(A14720016, 어르신용),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Q60220039), 코박스인플루4가(PT200801, 어르신용), 플루플러스테트라(YFTP20005,어르신용), 지씨플루코드리밸런트(Q60220030, 어르신용), SK바이오스카이셀플루4가(Q022028, 비대상유료), SK바이오스카이셀플루4가(QH22002, 어르신용), 보령플루V테트라(A16820012, 어르신용) 등으로 다양하다.
질병관리청은 "특정 백신에서 중증 이상 반응 사례가 높게 나타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예방접종을 중단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사망자의 대부분이 고령인 점을 감안할 때 기온이 갑자기 떨어진 상황에서 대규모 백신 접종이 진행된 것이 문제였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날씨가 추워지는 상황에서 대규모로 백신을 접종하다보면 백신과 무관하게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이 발생해서 돌아가시는 분이 어느 정도는 있다"며 "독감 백신을 보건소에서 10월에 집중적으로 하다보니 당뇨병 환자들은 혈관에 동맥경화도 생기고, 긴장하면서 수축도 오고, 탈수가 되면 혈전도 생기고 그러면서 이런 일들이 매년 생겨 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연달아서 추운 데서 줄을 서가면서 접종을 받다보니 이런 경우가 늘어난 것 같다"며 "백신을 맞을 때 충분한 숙면을 취하고, 옷을 따뜻하게 입고, 수분 섭취를 충분하게 하고 백신을 접종한 뒤 30분 정도는 의료기관에서 앉아 있으면서 아나필락시스가 있는지 보라고 하는데 그렇기만 했어도 이런 일은 많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고령층이 아닌 17세 고교생이 백신 접종 후 사망했다는 점은 의문으로 남아 있다. 또 예년과 비교해 사망자 수가 많고 첫 사망자를 제외하면 2~3일 사이에 10명이 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도 불안감을 확산시키는 요인이다.
또 올해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독감 백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 백신 상온 노출, 백색 입자 사태와 같은 일도 벌어져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적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너무 짧은 시간에 사망자가 빠르게 늘고 있고 17세 고교생 등은 이유가 없이 사망했다"며 "부검을 하더라도 인과 관계가 확실히 나올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국민들의 불안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상온에 노출됐던 백신이 걱정되는 부분"이라며 "일부 노출이 오래된 것만 폐기했다고 하는데 아이스박스가 아닌 종이 박스에 담겨져 있었기 때문에 바닥에 내려놓은 것 뿐 아니라 실제로 병원에 들어가기까지 상온에 노출됐던 시간까지 고려됐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는 "예년에도 백신 접종 후 사망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트윈데믹 이슈와 백신 상온 노출 이슈가 있었으니 사람들이 안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사망자가 나와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며 "지금은 전문가도 당국도 누구든지 앞질러서 얘기를 할 수 없다. 방역 당국의 조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설 교수는 "예년같으면 당국이 백신이 직접적인 사인이 아니라고 하면 사람들이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사람이 사망했으니 의혹이 증폭될 수 밖에 없다"며 "정부는 최대한 신속하고 정확하고 투명하게 사인이 무엇인지를 규명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교수는 "10대의 사망과 고령자의 사망은 나눠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매년 1400만~1500만명이 독감 백신을 맞지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초유의 일"이라며 "상온에 장시간 노출된 것들은 폐기했다고 했고, 부검이나 조사를 해봐야겠지만 원인에서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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