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오딧세이]디지털 화폐전쟁 서막…中 이어 EU ·日도 속속
[서울=뉴시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아 발행한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이른바 ‘디지털 위안화(E-CNY)’의 모습. 인민은행은 지난 12일 광둥성 선전시 정부와 협력해 이날 선전 시민 5만명에게 각각 200위안(약 3만4000원)씩, 총 1000만 위안(약 17억원)의 디지털 위안화를 뿌렸다.
1일 국제결제은행(BIS) 등에 따르면 전 세계 66개국 중앙은행 가운데 80% 이상이 디지털 화폐·연구 개발에 돌입했다.
CBDC란 블록체인(분산저장) 기술을 기반으로 중앙은행이 발행 및 보증하는 전자화폐이다. 국가가 책임지기 때문에 안정적이며 수요 변화에 따라 공급을 조절할 수 있다. 지폐나 동전처럼 액면가격이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발행 주체가 민간이고, 시장가격 변동성이 높은 비트코인 등 민간 가상화폐(PIDC: Privately Issued Digital Currency)와는 차이가 있다.
미국은 달러 패권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디지털 화폐에 신중한 입장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 19일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미국은)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기로 결정하지 않았다"며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에 대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디지털 달러'를 발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소극적인 미국과 달리 주요국들의 CBDC 개발 행보는 빨라지고 있다. 가장 앞서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2014년부터 CBDC를 연구하기 시작해 현재 베이징, 상하이, 톈진 등 대도시에서 '디지털 위안'을 시범 운영 중이다.
특히 이달 초에는 중국 광둥성 선전시와 함께 시민 5만명에게 총 1000만 위안(약 17억원)의 CDBC를 추첨을 통해 200위안(약 3만4000원)씩 지급, 슈퍼마켓, 음식점 등 상업시설 3389곳에서 쓰도록 하는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에 따라 공식적인 디지털 위안화 발행 시점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은 오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까지 디지털 화폐를 실제로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최초로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는 중앙은행이 되겠다는 목표다.
제2 기축통화국인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달 초 디지털 유로 발행에 대한 공개 논의를 시작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늦어도 내년 중반께 디지털 유로를 발행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게 ECB의 생각이다. 지난 9월에는 디지털 유로의 상표 등록도 출원한 바 있다.
(출처: 자본시장연구원)
일본은행(BOJ)이 지난 1월부터 국제결제은행(BIS) 및 5개국 중앙은행과 CBDC를 공동으로 연구했지만 '발행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온 것보다 진일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도 내년에 디지털 화폐 테스트를 목표로 연구 개발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 7월까지 1단계로 CBDC 설계와 기술검토를 마쳤다. 이어 2단계 업무 프로세스 분석 및 외부 컨설팅을 거쳐, 내년 중 3단계로 발행은 한은이 맡고 유통은 민간이 하는 현금유통 방식의 시험체계를 가동할 예정이다.
이렇듯 각국이 디지털 화폐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은 디지털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이에 걸맞은 지불결제 수단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더군다나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는 것도 디지털 화폐 개발에 기름을 부었다. 또 민간에서 가상화폐 개발에 속속 뛰어들자 통화당국으로서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목적도 있다.
아울러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 G2 중국이 미국의 달러 패권에 도전하기 위해 디지털 위안화 개발을 서두르는 것도 각국 중앙은행이 CBDC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유럽과 일본은 디지털 경제 시대 기축통화국 지위를 중국에 빼앗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더 나아가 CBDC 시장을 선점해 향후 국제금융시장을 선도하거나 유의미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국가로 성장하기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셈법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