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완성한 피해자, 아픔서 벗어날까…'왕서개 이야기'
[서울=뉴시스] 연극 '왕서개 이야기' 포스터. 2020.11.02. (사진 =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 제공) [email protected]
이 작품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창작희곡을 투고하는 '초고를 부탁해'(2018)에 선정된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 미완성 희곡을 개발해가는 낭독공연 '서치라이트'(2019)를 거쳐, 올해는 남산예술센터의 시즌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은 작품이다.
1950년대 전쟁이 끝난 후 일본이 배경. 가족을 잃고 이름과 국적을 모두 바꾸고 살았던 '왕서개'가 21년간 묵혀온 진실을 듣기 위해 가해자들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그들을 만나는 여정은 오랜 세월 묵혀온 복수인 동시에 진실을 얻기 위한 과정이다. 이 작품은 '진실을 요구하는 목소리 앞에 가해의 역사는 과연 무엇을 말할 수 있을지, 그리고 복수를 완성한 피해자는 아픔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지'에 관해 질문을 던진다.
대본을 쓴 김도영 작가는 '수정의 밤'(2019), '무순 6년'(2018), '나는 개새끼로소이다'(2017) 등 역사를 통해 인간에 대한 탐구를 담아내는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차세대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왕서개 이야기'는 초고 단계에서부터 '날카로운 필력에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피해를 입은 생존자에 대한 세밀한 관찰이 더해진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김 작가가 지금까지 꾸준히 고민해온 '과거를 통한 인간성 회복에 대한 탐구'를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담아냈다.
김 작가는 "복수를 해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어떤 복수를 할 것인지, 일본은 사과를 할 수 있는 순간이 왔을 때 어떻게 사과할 것인지, 그리고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 극을 통해 '왕서개'에 어떻게 공감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한다"고 말했다.
이준우 연출가는 그동안 김 작가와 다수의 작품을 함께 하며 전쟁범죄자들이 반성하지 않고, 인간의 악함을 보여주는 이유에 대해 고민해왔다.
전쟁범죄자와 피해자의 이야기를 다룬 이번 '왕서개 이야기'에서는 가해의 잔혹함, 비인간성, 비참한 결과를 보여주기보다는 가해자들을 차례로 만나가는 '왕서개'의 복수의 여정을 통해 생존자 개인의 이야기에 집중하고자 한다.
이 연출가는 "타인의 아픔을 같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 돌아보고 생각해볼 수 있는 공연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6일 오후 7시 30분과 7일 오후 3시 공연은 청각 장애인을 위한 문자와 수어(수화)통역,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해설이 제공되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로 진행된다.
한편 공연 개막에 맞춰 희곡집도 발간된다. 남산예술센터와 이음출판사가 협력해 2016년부터 출판하고 있는 이음희곡선 '왕서개 이야기'는 도서판매처에서 구입할 수 있다. 공연기간 중에는 남산예술센터에서도 현장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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