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코로나 봉사활동 나서는 의대생들…국시문제 풀릴까?

등록 2020.12.17 18:00:18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의대생 300여명, 선별진료소 의료봉사 나서

의대생 활용해 의료 대란 해소하자 의견 나와

내년 1월 국시 추가 실기시험 가능성도 제기

정부 내 기류도 미묘한 변화…의대생 입장이 관건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서울에서 어제 하루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역대 최다인 423명이 발생한 가운데 17일 오후 서울 동작구 흑석체육센터 주차장에 마련된 동작구청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2020.12.17.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서울에서 어제 하루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역대 최다인 423명이 발생한 가운데 17일 오후 서울 동작구 흑석체육센터 주차장에 마련된 동작구청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2020.12.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의대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의료 인력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 자원봉사에 나섰다. 지난 8~9월 의료계 파업 사태 이후 갈등을 빚던 정부와 의료계도 사태 수습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의대생들의 의사 국가시험(국시) 미응시 사태도 이번 일을 계기로 해법이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의료계 안팎에서 형성되고 있다.

17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사협회 등 의료계 단체들은 선별진료소 등 코로나19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의료 인력을 모집 중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의협, 간협 등과 협력해 개원의 등 550여 명, 간호사 493명, 간호조무사 143명, 임상병리사 180명 등 의료인력을 확보했다"라며 "코로나19 대응과 함께 코로나19 대응에 함께 하겠다고 (의료 봉사를) 신청해주신 의료인들과 의료단체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라고 말했다.

자원 봉사에 나선 의료 인력 중에는 의대생 300여명도 포함돼 있다. 의대생들은 임시선별검사소 검체채취 인력에 자원 형태로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면서 현장에서 인력난이 심화되자 의대생들도 힘을 보태고 나선 것이다. 자원 봉사 인력은 점점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에는 지난 8월 의사 국시 응시를 거부해 올해 실기시험을 보지 못한 본과 4학년생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본과 4학년 국시 응시 대상자 3172명 중 87%인 2749명은 올해 실기시험을 보지 않아 의사 면허를 받으려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의료계에서는 인턴 수급이 급격하게 줄어들 경우 의료 현장에서 큰 혼란이 벌어지게 된다며 구제를 요구했지만 정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가 의대생들의 구제에 부정적이었던 이유는 부정적인 국민 여론과 다른 국가시험 응시자들과의 형평성이다. 하지만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공중보건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의대생들의 구제 문제가 다시 쟁점화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의대생들이 자발적으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봉사에 나선다면 국시 구제에 부정적이었던 국민 여론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탈리아 등 해외에서도 코로나19 대유행 사태가 터지자 의대생들의 의사 면허시험을 면제해주고 의료 현장에 투입한 전례가 있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본과 4학년생들에게 국시를 면제해주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내년 초 재응시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해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안으로는 매년 9월 치러지는 국시 실기시험을 내년에는 두차례 치르는 방안이 거론된다. 현재 내년 1월 초 국시 필기시험이 끝난 뒤 실기시험을 한차례 더 실시해 본과 4학년생들이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의료봉사에 나선다면 정부의 태도와 국민적 정서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며 "내년 초 실기시험 기회를 다시 준다면 의료대란을 해소하고 코로나19 대응에도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의대생 구제는 없다'는 원칙을 고수했던 정부 내에서도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이창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13일 브리핑에서 "의대생 국시 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여러 의견이 제기돼 왔는데 아직 그 부분(재응시 등)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는 부분인 것 같다"며 "의료인력 공백과 시험을 거쳐야 하는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해야 할 사항이고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코로나19 현장 인력 부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레지던트들의 전문의 시험을 면제하고 '차출'하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전공의 단체의 반발로 무산됐다. 전공의 단체는 병원의 핵심 인력인 전공의 대신 의대생들을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라고 반발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지난 14일 성명을 통해 "전공의 차출 방안은 가혹한 환경에서 수련중인 전공의들에게 짐을 더 얹는 것과 같다. 뿐만 아니라 병원의 중요한 인력을 차출해 코로나19 방역에 투입하는 것"이라며 "병원 핵심 인력인 전공의 대신 다른 의료 인력 투입을 고려하라"고 밝혔다.

대전협은 "코로나19 대응 인력 보충을 위해 유럽국가의 선례를 참고해 의대생 국시면제 및 코로나19 방역에 투입을 고려하라"며 "이러한 고려 없이 전공의를 코로나19 방역에 투입한다면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의사들의 협조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대생들의 코로나19 현장 활용 방안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공식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 정부의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고 당사자인 의대생들도 구제를 요청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 서울 지역 의대 본과 4학년생은 "의대생들은 어떤 대가를 기대하고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시 문제에 있어서도 모든 본과 4학년생들이 구제받길 원하는 것도 아니고 공식적으로 의견을 낸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복지부와 의협 간의 협의에서도 의대생 국시 문제는 공식적으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정부와 의협은 16일 의료계 파업 이후 첫 의정협의체 회의를 열었다. 양측은 이 자리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지만 국시 문제는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 관계자는 "첫 회의에서 그 (국시 문제에 대한) 얘기는 안 했다"며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당연히 좋은 일이지만 시험과 연계해서 얘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한데, 학생들도 그것(구제를)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