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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옥살이' 윤성여씨, 30여년만에 무죄 선고(종합)

등록 2020.12.17 16: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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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화성 이춘재 8차 연쇄살인건 범인 몰려 '고초'

재판부 " 인권의 마지막 보루 역할 못해 사죄 드린다"

[수원=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화성연쇄살인범 이춘재 8차사건의 범인으로 투옥되어 20년간 복역한 윤성여 씨의 재심이 1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수원지방법원 형사법정에서 열리고 있다. 2020.12.17. photo@newsis.com

[수원=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화성연쇄살인범 이춘재 8차사건의 범인으로 투옥되어 20년간 복역한 윤성여 씨의 재심이 1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수원지방법원 형사법정에서 열리고 있다. 2020.12.17. [email protected]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범인 누명을 쓰고 20년간 옥살이를 한 윤성여(53) 씨에 대한 재심 선고공판에서 법원이 윤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로써 윤 씨는 이 사건이 발생하고 진범으로 몰려 옥고를 치르고 교도소에서 나온 지 30여 년 만에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죄인이라는 낙인을 떨쳐낼 수 있게 됐다.

수원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박정제)는 17일 오후 1시 30분 수원법원종합청사 501호 법정에서 열린 이 사건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경찰에서 작성한 각 진술서와 피고인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및 피의자 신문조서에 기재된 피고인 자백진술은 피고인을 불법 체포·감금한 상태에서 잠을 재우지 않고 쪼그려 뛰기를 시키는 등 가혹행위로 얻어진 것"이라며 "이에 임의성이 없거나 적법절차에 따라 작성된 것이 아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경찰 및 검찰, 재심 전 1심 법정에서의 피고인 자백도 그 진술내용이 피고인 신체상태, 범행현장의 객관적 상황 및 피해자에 대한 부검감정서 등 다른 증거들과 모순·저촉되고 객관적 합리성이 없어 신빙성이 없다"고 부연했다.

반면 재판부는 이 사건의 진범인 이춘재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자신이 이 사건 진범이라는 이춘재의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의 진술은 그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합리성을 띠고 있다"며 "당시 범행현장이나 피해자 사체 상태 등 객관적인 증거들과도 부합해 그 신빙성이 높다"고 판시했다.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 이춘재(56)가 34년 만에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2일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사진은 이춘재가 출석하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501호 법정. 2020.11.02. jtk@newsis.com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 이춘재(56)가 34년 만에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2일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사진은 이춘재가 출석하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501호 법정.  20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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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발생 당시 윤 씨가 진범으로 몰리는 데 결정적 증거로 작용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감정 결과도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재판부는 "범행현장에서 발견된 음모와 피고인의 음모가 동일인의 것이라는 취지의 국과수 감정인이 작성한 방사성 동위원소 감정서는 판단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내용에 오류와 모순점이 있어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국과수 감정인이 작성한 범행현장음모에 대한 혈액형 감정결과도 당시 발견된 음모 전부에 대한 감정결과라고 볼 수 없어 그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경찰 검증조서, 검찰 검증조서, 경찰 진술조서도 다른 증거들과 모순·저촉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고 이밖에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일시에 피해자를 강간하고 목을 졸라 살해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수원=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화성연쇄살인범 이춘재 8차사건의 범인으로 투옥되어 20년간 복역한 윤성여 씨가 1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수원지방법원 형사법정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2020.12.17. photo@newsis.com

[수원=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화성연쇄살인범 이춘재 8차사건의 범인으로 투옥되어 20년간 복역한 윤성여 씨가 1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수원지방법원 형사법정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2020.12.17. [email protected]

이번 재판은 지난 1월 재심 진행이 결정된 이후 앞서 열렸던 공판준비기일 2차례와 공판기일 14차례 등 총 16차례의 재판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윤 씨가 당시 경찰의 가혹행위에 의해 자백이 이뤄졌고, 윤 씨의 유죄 증거로 채택됐던 국과수 감정결과가 조작됐다는 재수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당시 범행을 저질렀던 이춘재가 첫 번째 범행을 저지른 지 33년 만에 경찰에 검거된 뒤 이를 자백하면서 재심으로 이어지게 됐다.

이춘재는 지난 달 2일 열린 이 사건 공판기일에서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제가 저지른 살인사건에 대해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장시간 수용생활 고통을 겪은 윤 씨에게 사죄한다"고 증언했다.

검찰 역시 지난 달 19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윤 씨가) 진범이 아니라는 점이 명백히 확인된 이상 무죄를 선고해주길 바란다"고 재판부에 무죄를 요청했다.
[수원=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화성연쇄살인범 이춘재 8차사건의 범인으로 투옥되어 20년간 복역한 윤성여 씨가 1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수원지방법원 형사법정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기뻐하고 있다. 2020.12.17. photo@newsis.com

[수원=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화성연쇄살인범 이춘재 8차사건의 범인으로 투옥되어 20년간 복역한 윤성여 씨가 1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수원지방법원 형사법정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기뻐하고 있다. 2020.12.17. [email protected]

검찰은 "당시 수사책임자였던 검찰이 면밀히 살피지 못한 결과 피고인이 억울한 수감생활을 하게 만든 점에 머리를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재판부 또한 이날 피고인석에 있던 윤 씨에게 "경찰에서의 가혹행위와 수사기관의 부실수사 및 제출된 증거의 오류를 법원이 재판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해 결국 잘못된 판결이 선고됐다"고 지난 재판부에 과오가 있음을 인정했다.

이어 "이로 인해 20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옥고를 치르면서 정신적·육체적으로 큰 고통을 겪었을 피고인에게 법원이 인권의 마지막 보루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법부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죄의 뜻을 전했다.

재판부는 이번 선고공판 전 과정을 촬영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윤 씨는 이날 선고공판이 열리기 5분 전에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다산의 김칠준, 이주희 변호사와 ‘재심’ 전문인 박준영 변호사와 함께 법정에 들어와 차분히 재판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53)씨가 2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재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11.02. jtk@newsis.com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53)씨가 2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재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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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재판인 만큼 윤 씨가 출소 당시 정착할 때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진 박종덕 교도관 등 가까운 지인을 비롯해 취재진까지 40여 명이 재판을 방청했다.

그는 재판부에서 무죄를 선고하자 함께 자신을 응원해주려고 법정까지 찾아온 지인과 변호인단과 함께 크게 기뻐하며 서로 부둥켜 껴안기도 했다.

윤 씨는 1988년 9월16일 당시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자택에서 박모(당시 13세)양이 잠을 자다가 성폭행당한 뒤 숨진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진범으로 지목됐다.

사건 발생 이듬해 범인으로 검거된 윤 씨는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윤 씨는 사건 당시 1심까지 범행을 인정했다. 이후 2·3심에서 고문을 당해 허위 자백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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