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이주열 총재 "4차 재난지원금, 선별적 지원 적절"
"주가상승 속도 대단히 빨라...빚투 우려"
"금리인상 언급은 시기상조"
[서울=뉴시스]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2021.01.1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5일 "주가 상승세 속도가 대단히 빠른 것은 사실"이라며 "빚투'(빚내서 투자)로 투자할 경우 가격 조정에 따라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른바 '빚투'에 대해 경고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1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최근의 증시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주요국 통화정책에 대한 완화적 기조가 상당히 오래갈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가 있는데,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의 변화, 예측하지 못한 지정학적 리스크 발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 심화, 코로나 백신 공급의 차질 등이 발생하면 시장참가자들의 기대가 바뀌면서 얼마든지 주가가 조정받을 수 있다"며 과도한 레버리지(지렛대)에 기반한 투자 확대를 우려했다.
그러면서 "감내할 수 있는 능력 내에서 투자는 투자자의 선택 문제이겠지만, 레버리지를 크게 일으키는 투자는 늘 주의깊게 보고 있다. 투자자들도 이에 대한 가능성은 늘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0.5%로 동결했다.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째 동결이다. 이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 회복 지원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대내외 경제여건이 불확실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대응에도 실물경기 회복이 느린 점이 동결의 배경이 됐다.
이 총재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상당히 크다"며 "앞으로의 경기흐름에도 불확실성이 크므로 이들 계층의 어려움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통화정책 기조 전환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그는 "실물경제 여건을 감안해보면 여러가지 조치를 정상화한다거나, 금리정책 기조를 바꾼다거나 하는 것을 고려할 사안은 아니다"며 "기조전환 관련 언급을 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총재는 "현시점에서 가계부채 부실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가계부채 문제는 단시간 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속적으로 관리가 필요하고, 중앙은행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다"며 "거시건전성 감독 당국, 정부와 같이 노력해야 한다. 가계부채는 관계부처와 늘 점검하고 어떻게 가계부채를 관리할지 협의하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서울=뉴시스]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2021.01.15. [email protected]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코로나 19 3차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한 충격이 지난해 4분기 및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에 미칠 타격을 얼마 정도 되는지.
"금번 겨울철들어 코로나19 국내 확산세가 심화됨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 조정됐다. 그 영향으로 인해 소비가 지난 11월 전망 당시보다 더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확산을 세 번째 확산으로 본다면 충격 정도는 이전 두 차례 확산기에 비해서는 훨씬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비가 예상보다 부진하지만, IT 부문 중심으로 수출과 설비투자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금년 성장률 전망치는 11월에 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이 구체화되고 있다. 올해 경제를 전망할 때 가정했던 백신 도입 시나리오와 어떻게 차이가 있는지, 앞으로 경제전망에는 어떻게 반영할지 궁금하다.
"국내외의 백신 진행상황을 보면 지난해 11월 경제 전망할 때 예상했던 것보다 백신 접종 시기가 앞당겨진 상황이다. 그때보다 1분기 정도 접종 시점이 앞당겨졌다. 주요 선진국은 백신 접종이 올해 시행될 것으로 봤지만, 영국·미국에서는 이미 접종이 시작됐다. 국내에서는 올해 중반 들어 백신 접종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정부가 다음 달부터 접종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가 조만간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경제 흐름을 내다볼 때 정부 계획을 감안해서 살펴볼 예정이다."
-최근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하면서 '버블(거품)'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이를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가 해소되는 과정이고, 우리나라 국민들의 자산 포트폴리오가 바뀌는 과정이라고도 한다. 버블 논란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코스피는 기간을 나눠보면 지난해 11월 이후 상승세가 높아져서 그 이후 추세가 지속됐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했다. 주가가 상승세를 지속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대외적으로 미국 신정부가 들어서면서 경기부양책이 타결이 됐고, 백신도 앞장서 공급됐다. 그러다 보니 투자자들의 위험선호 성향이 높아졌다. 국내에서도 수출 호조를 보이며 기업실적 개선 전망과 기대에 따라 주가가 높은 상승세를 지속했다. 그런데 이것이 버블이냐 아니냐의 이런 문제는 사실상 투자자들의 위험추구 성향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타당한 것인지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쉽지 않다.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가 많이 작용했는데, 경기 개선 기대가 예상에 들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이 전제돼야 적정한지 않은지를 판단할 수 있다. 사실상 이를 사전적으로 파악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자산 가격의 버블은 아주 오래전부터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됐던 이슈다. 그런 이유로 인해 사전적으로 이것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것이 일반적인 결론이다. 단지 버블이냐 아니냐 판단은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주가 동향이나 판단하는 지표를 보면 최근의 속도가 과거 이전에 비해 대단히 빠른 것은 사실이다. 저희들이 우려하는것은, 너무 과속하게 되면 조그만 충격에도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면 주요국 통화정책에 대한 완화적 기조가 상당히 오래갈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가 있는데, 주요국 정책이 바뀐다거나 사전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한다거나, 코로나19 확산세가 일반 예상보다 더 가팔라지고 백신 공급에 차질이 생긴다거나 하는 충격이 발생한다면 얼마든지 시장참가자들의 기대가 바뀌면서 주가가 조정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저희들은 주가가 조정받을 경우 그것이 미치는 영향을 항상 유의하고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최근 '범금융권 신년사'에서 부채 수준이 높고 금융과 실물 간 괴리가 확대된 상황에서는 '자그마한 충격'에도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자그마한 충격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 이번 한국은행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 '위험추구 성향 강화'라는 표현이 있다. 단시일 내 한국의 금융 안정성을 해칠 정도로 과열이라고 보는지.
"자산가격 조정 등 외부 충격이 어떤 영향을 줄지 상시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어느정도 자산가격의 조정이 있더라도 현재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에 전반적인 안전성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서울=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2021.01.15. [email protected]
"가계부채가 지난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가계부채 수준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이미 높은 수준에 있었고, 지난해 주택가격 상승과 함께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가팔라졌기 때문에 가계의 부실위험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되면 거시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가계부채 문제는 늘 우려하면서 관심있게 지켜보는 사안이다. 현 시점에서는 가계 부채가 추가적으로 더 큰 폭으로 늘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가계부채는 단시일내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중앙은행 혼자 힘으로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거시건전성 감독당국, 정부와 같이 노력해야 한다. 관계부처와 함께 늘 회의를 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관리방안을 모색 중이다."
-부동산에 이어 주식시장에도 자산쏠림이 이어지고 있다.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거듭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신용을 동원해 진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하다.
"코로나19 이후 급격한 충격을 완화하고,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했고, 그 과정에서 이례적 조치도 취했다. 그런 완화적인 금융정책이 불가피했지만 그것이 자산시장으로 자금이 쏠리지 않을까, 그러면 금융불균형 위험이 어느정도 쌓일지에 대해 항상 유의하고 지켜보고 있었다. 언론에서는 소위 '빚투'라는 표현을 쓰던데, 과도한 레버리지에 기반한 투자 확대는 예상하지 못한 쇼크로 가격조정이 있을 경우 투자자가 상당히 감내하기 어려운 손실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이를 우려하고 있다. 감내할 수 있는 능력 내에서 투자는 투자자의 선택 문제이겠지만, 레버리지를 크게 일으키는 투자는 늘 좀 주의깊게 보고있다. 투자자들도 이에 대한 가능성은 늘 염두에 둬야한다."
-최근 미국에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한국에서 연내 출구전략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는지 궁금하다. 일각에서는 경기회복 속도가 빠른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금리 정상화 시점이 빠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총재의 생각은.
"현재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상당히 크다. 앞으로의 경기흐름에도 불확실성이 크므로 이들 계층의 어려움은 단기간 내에 해소되기 어렵다. 실물경제 여건을 감안해보면 여러가지 조치를 정상화한다거나, 금리정책 기조를 바꾼다거나 하는 것을 고려할 사안은 아니다. 기조전환 관련 언급을 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결정이 주 고려 요인은 맞지만, 늘 일대 일로 매치되는 것은 아니다. 정상화 속도는 나라별 처한 여건이나 상황에 따라 다른 것이 당연하다. 미국의 완화기조 장기화가 우리에게 운신의 폭을 높여주는 것은 있지만, 이를 그대로 따르는 것은 아니다. 완화 정도 유지나 축소는 우리 뿐 아니라 나라별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의 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으로 한계기업의 연명과 퇴출 지연은 거시경제 차원에서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은의 기업 유동성 직간접 지원이 어느 시점에서 마무리되어야 한다고 보는지.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기구(SPV)의 한시적 가동 등 유동성 관련된 각종 정책은 한계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다. 일시적 유동성 위험에 처한 기업에 자금조달 어려움을 완화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통해 경기불안을 방지하려는 것이고, 이는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지원 조치가 만기 도래할 경우 지속성에 따른 효과, 부작용을 함께 살피며 종료 여부를 결정하겠다. 다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대면 서비스가 부진하고 주로 소상공인, 자영업자, 임시 일용직 등의 어려움이 지속하는 만큼 지원을 성급하게 거둬들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서울=뉴시스]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2021.01.15. [email protected]
"재난지원금은 항상 핫한 이슈인데, 말씀드리기 조심스럽다.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은 정부와 국회가 여러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을 고려해 합리적인 결론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인적 의견을 말하자면 현 상황에서는 선별적 지원이 더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가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쓸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피해가 집중된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에 지원하는 것이 경기회복 속도를 높이고, 자원의 효율적 분배 측면에서 부합되는 '선별 지원'이 타당하다고 본다."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 도입과 관련한 준비 상황,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급결제 서비스 시장이 잘 발달해 있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내 CBDC 발행 필요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지급결제환경이 워낙 빨리 바뀌고 그에 따라 CBDC의 발행 필요성이 높아질 가능성을 대비해서 CBDC 연구를 본격화한 것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들도 저희들과 입장이 다르지 않다. 당장 활용할 가능성이 크지 않으나 관련 연구를 하고 있는 것이 주요국들의 입장이다. 도입에 앞서 제도적으로 작년에 보완할 문제는 무엇이 있는지, 또 업무 프로세스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외부 컨설팅을 진행했다. 올해에는 가상환경 하에서 파일럿 시스템을 구축해 성능, 안전성 문제 등을 테스트할 예정이다. CBDC 관련 연구는 주요국과 비교해보면 늦지 않고, 속도를 빨리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CBDC 발행연구는 주요국들과 공유하기로 해서 다른 나라 연구 결과를 받았다. 앞으로도 공동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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