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에 사느냐" 연쇄 감염 번진 안디옥교회, 들끓은 분노
'세자릿수 확진' 광주 TCS국제학교와 접점…교회 내 확진 20명 넘어
"공동체 위협한 무책임한 처사. 나도 개신교 신자지만 이해 안 돼"
확진자 부목사 일요일 예배서 5차례 설교…500여명 검사결과 주목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28일 오전 광주 서구 쌍촌동 한 대형교회 주차장에 설치된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교인 대상 코로나19 전수 검사가 펼쳐지고 있다. 최근 지역 내 집단감염원인 IM선교회 관련 미인가 교육 시설과 접점이 있는 이 교회에서는 20여 명의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2021.01.28.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온 나라가 난리통이고 자영업자는 벼랑 끝에 몰렸는데 저래야 쓰겄소."
28일 오전 광주 서구 쌍촌동 안디옥교회 인근 아파트단지 내 상가.
코로나19 집단 감염의 온상으로 떠오른 IM선교회 관련 미인가 교육 시설과 접점이 있는 안디옥교회에서는 지난 25일부터 부목사·교인 등 확진자가 20명 넘게 잇따르고 있다.
더욱이 교인 수가 2000여 명에 이르고 타 지역 교회와 교류가 잦은 교회여서 상인들의 불안은 극에 달했다.
한 소매점 상인은 "주일이면 예배를 보러온 교인들의 차가 몰리면서 교회 주차장이 가득 찬다. 전혀 다른 나라 사는 사람들 같다"며 "코로나19 감염을 피하려 외출·대화를 자제하는데 무슨 소용이 있나 싶다. 왜 우리까지 피해를 봐야 하느냐" 외쳤다.
인근 음식점 업주는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도 방역당국이 만류하는 대면 예배가 잦았다"며 "방역 수칙은 준수했다고 하지만, 공동체 안전을 위협하는 일은 자제하는 것이 기본 소양이다. 나도 개신교 신자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일침했다.
이날 오전 교인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진행할 선별 진료소가 설치되고 방역복을 갖춰 입은 보건소 의료진들이 오가자 교회를 지나치던 주민들도 볼멘 소리를 했다.
산책을 하기 위해 나온 한 중년 여성은 일행에게 "무섭다. 교회 주변은 당분간 돌아다니면 안 되겠다"며 황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광산구에서 식당을 운영한다고 밝힌 한 주민은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장기화와 방역 수칙 강화로 인해 경영난에 시름하고 있다. 하루하루를 겨우 버티고 있는데 모범을 보여야 할 신앙 공동체가 이기적 행태를 일삼으니 분노가 치민다"고 했다.
길을 걷던 한 노인은 "불안해서 못 살겠다. 방역당국 권고를 무시하고 종교 모임을 주최한 무책임한 행태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28일 오전 광주 서구 쌍촌동 한 대형교회 내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교인 대상 코로나19 전수 검사가 펼쳐지는 가운데 검사대상자가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최근 지역 내 집단감염원인 IM선교회 관련 미인가 교육 시설과 접점이 있는 이 교회에서는 20여 명의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2021.01.28. [email protected]
구체적인 감염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안디옥교회 목회자·교인 일부가 광주TCS 국제학교 합숙 교육에 직·간접 참여한 정황이 있다. 해당 합숙 교육을 통해 확진자 115명이 쏟아졌다.
안디옥교회 부목사(광주 1652번째 확진자)의 자녀로 알려진 광주 1639번째 환자는 광주TCS 국제학교 내 합숙 교육에 참여했다. 또 IM선교회 관련 비합숙 교육 시설인 개소를 앞둔 '안디옥 트리니티 CAS'와도 연관이 깊다.
TCS 국제학교 관련 확진자로 분류된 부목사는 지난 24일 5차례로 나눠 진행한 예배 중 설교자로 나섰다. 해당 예배에는 교인 553명이 참여했으며, 100여 명 단위로 시간 간격을 두고 예배를 봤다. 방역 지침 상 대면 예배시 실내 좌석수 20% 인원 제한은 지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역학 조사를 통해 감염 위험성이 높은 지난 24일 예배에 참석한 교인 553명의 명단을 확보, 전수 검사키로 했다.
이날 임시 선별진료소에는 오전 9시부터 2시간동안 교인 52명이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았다. 저조한 검사 실적이다.
당초 선별진료소는 정오까지 운영하기로 했으나, 검사 대상자의 발길이 끊기자 조기 철수했다.
기존 검체 채취 건 수까지 포함해도 목회자·교인 210명 가량이 검사를 받은 것으로 방역당국은 추산하고 있다.
다만 익명 검사가 보장되는 광주시 선별검사소 또는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통해 교인 신분을 숨기고 검사를 받은 시민이 상당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 방역당국은 안디옥교회 교인 관련 검사가 진척이 더딜 경우, '검체 채취 의무화' 행정 명령 발령을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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