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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확률형 아이템' 논란, 게임사들이 답 내놓아야

등록 2021.03.10 13: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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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형 아이템' 사행성 논란

'사행성' 아이템 획득 확률 공개한다고 해결 안돼

확률형 아이템 빼면 재밌는 게임 못만드나

[기자수첩]'확률형 아이템' 논란, 게임사들이 답 내놓아야

[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른다. 최근 국내 게임업계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그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확률형 아이템'으로 부를 축적해온 국내 게임업계가 '사행성' 논란으로 비난에 직면했다.

유저들은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규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이 대표발의한 게임법 개정안에 따르면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와 확률을 공개하지 않은 사업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게임사들이 주요 수익모델인 확률형 아이템을 포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확률형 아이템의 사행성 논란이 10여 년간 지속하는 동안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은 1년에 조(兆) 단위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했다. 3사의 작년 연매출만 합쳐도 8조원이 넘는다.

확률형 아이템을 도입한 대표적인 게임으로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엔씨의 '리니지', 넷마블의 '모두의마블' 등이 있다.

확률형 아이템은 2000년대 초반 일본에서 처음 등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국내 온라인 게임 대다수는 정액제를 모델로 한 유료화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고, 201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확률형 아이템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사행성 논란이 거세졌고, 국내 게임업계는 자율규제라는 명목으로 유료 아이템의 획득 확률 정보를 공개했다. 자율규제는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시행하고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가 감독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게임에서 확률형 아이템 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자율규제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제는 게임업계 자율이 아닌 법에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넥슨, 엔씨, 넷마블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을 회원사로 둔 한국게임산업협회가 반대 입장을 내놨다. 협회는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의 재미요소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고사양 아이템을 일정 비율 미만으로 제한하는 등 밸런스는 게임의 재미를 위한 가장 본질적인 부분"이라며 게임업계를 두둔했다.

표면적으론 국회가 게임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게임업계가 반대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법적으로 유료아이템의 획득 확률 공개를 의무화한다고 해서 사행성 논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법적으로 사행성 게임을 하나의 콘텐츠로 인정해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실제 게임산업협회의 반대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사행성 요소 없이도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은 게임들은 적지 않다. 2010년대 들어 모바일게임 대중화를 이끈 선데이토즈의 '애니팡'이나 게임빌의 코스닥 상장을 이끈 '게임빌 프로야구'는 확률형 아이템 없이도 게임성과 재미를 인정받은 게임으로 평가받는다.

그런데도 업계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은 게이머들에게 아이템을 공정하게 나눠주는 기술적 장치'라 주장한다. 로또 당첨보다 어렵고 획득 확률조차 제대로 알 수 없는 시스템이 과연 공정한 것인지 의문이다. 이 때문에 차라리 아이템에 가격을 매겨 돈 받고 판매하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같은 잡음에 대해 이젠 확률형 아이템으로 성장한 국내 게임업계가 답할 차례다. 기존의 과금 체계를 정비해 올바른 게임 문화를 정착시켜야 하는 책임이 오롯이 업계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포기하거나 철폐하라는 말이 아니다.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또는 게임을 단순히 중독을 부르는 질병으로 비판하는 이들이 납득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제시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모두가 즐기는 건전한 여가문화로 거듭나는 길이 바로 여기에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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