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수사, 외압없다" 결론…경찰, 알아서 기었나?
경찰 "이용구 사건, 청탁이나 외압 없어"
외압도 없는데 부실수사…비판 불가피
"이용구 평범 변호사인줄" 경찰 거짓말
'알아서 편의봐주고, 논란후 거짓' 의심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서울경찰청 강일구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장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이용구 전 차관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1.06.09. [email protected]
하지만 당시 수사팀이 이 전 차관이 유력인사라는 사실을 알고도 왜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당시 수사팀이 이 전 차관의 신분을 알고 스스로 편의를 봐줬다가, 논란이 불거지자 이를 감추기 위해 거짓으로 해명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 모양새다.
서울경찰청 진상조사단은 9일 오전 서울경찰청에서 이 전 차관 사건 관련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부정한 청탁이나 외압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일각의 시건처럼 외압 때문에 이 전 차관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결론낸 것인데, 그렇다고 경찰이 반길 만한 결과도 아니다. 오히려 외압도 없는데 부실수사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떠안게 됐다.
▲이 전 차관에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운전자 폭행) 혐의 대신 단순폭행 혐의를 적용한 사실 ▲담당 수사관이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은 사실 ▲수사팀이 일찍이 이 전 차관의 신분을 파악하고도 상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사실 ▲논란이 불거진 뒤에도 신분을 몰랐다고 거짓보고한 사실 등이 모두 경찰 내부 문제가 된 셈이다.
이 중에서도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서울 서초경찰서의 거짓보고 부분이 가장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사에 따르면 당시 서초서장과 형사과장·팀장 및 수사관은 사건 발생 사흘 후인 지난해 11월9일 오전 이 전 차관이 '초대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는 변호사'라는 사실을 인지했다. 하지만 서초서는 이같은 사실을 상급기관인 서울경찰청 수사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과천=뉴시스]이영환 기자 =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사표가 수리되기 전인 지난 1일 오전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출근을 하고 있다. 2021.06.01. [email protected]
이날 서울경찰청 진상조사단 관계자는 서초서가 당초 이 전 차관이 유력인사라는 점을 알고도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이유와 관련해 "(관련자들은) 서초동 쪽 변호사들은 그런 사건이 워낙 많아서 보고 못했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답했다. 상식적으로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 내용이다.
이 관계자는 또 진상조사가 시작된 후에도 평범한 변호사로 알았다는 거짓보고와 관련해서는 "검찰 조사 결과로 대신 말씀드리겠다"며 명확한 내용을 전하지 않았다.
서초서가 경찰의 진상 파악 과정에서도 거짓 보고를 한 것은 무언가 숨기고 싶었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처분 과정이 당당했다면 이 전 차관이 누군지 몰랐었다는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의문은 서초서가 숨기고 싶었던 부분이 무엇인지로 이어진다. 일각에서는 외압을 숨기려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는데, 조사 결과로만 보면 스스로 이 전 차관의 편의를 봐준 사실을 감추고 싶었던 것으로 해석하는게 오히려 무게감을 얻는다.
한편 진상조사단은 블랙박스 등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수사관을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시 서초경찰서장과 형사과장 및 팀장은 감찰 조사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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