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2020]정의선의 전화, 안산 버팀목 되다…"신경쓰지 마라"

도쿄올림픽 양궁 3관왕 안산, 페미 논란 휘말려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 고심 끝에 전화로 격려 "신경쓰지 마라"

[도쿄(일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이 26일 오후(현지시간)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양궁 단체전 결승전과 시상식을 관람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2021.07.26. [email protected]

[도쿄=뉴시스]박지혁 기자 = 정의선(51) 대한양궁협회장의 전화 한 통이 흔들릴 수 있었던 양궁 여자대표팀 막내 안산(20·광주여대)의 마음을 다잡게 했다.

안산은 30일 일본 도쿄의 유메노시마 양궁장에서 벌어진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전에서 엘레나 오시포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를 세트 점수 6-5(28-28 30-29 27-28 27-29 29-27 10-8)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앞서 여자 단체전과 혼성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안산은 올림픽 양궁사 최초 3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올림픽 양궁에서 3관왕은 없었다. 그동안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남녀 각 2종목)만 열렸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부터 혼성단체전이 추가되면서 3관왕이 가능해졌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외풍이 강하게 불었다.

[도쿄(일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이 25일 오후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단체전 결승전을 관람하고 있다. 2021.07.25. [email protected]

안산의 짧은 머리와 과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사용했던 일부 표현을 두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안산을 비판하는 이들은 남성 혐오 표현으로 통용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페미니스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커뮤니티에서 촉발된 것인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정치권과 연예계는 일방적인 온라인 폭력, 여성 혐오라며 안산을 응원했다. 짧은 머리 인증샷을 올리는 이들도 나왔다.

CNN,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관심 있게 보도했다. 특히 로이터는 "한국 양궁선수 안산의 짧은 머리 모양이 국내에 반 페미니스트 정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하며 '온라인 학대'로 규정했다.

[도쿄(일본)=뉴시스] 최진석 기자 =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 안산이 30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 결승 러시아올림픽위원회 옐레나 오시포바와의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류수정 감독과 기뻐하고 있다. 2021.07.30. [email protected]

개인전 일정이 남은 상황에서 이런 논란은 선수 본인에게 큰 부담이 됐을 것이지만 안산은 드러내지 않았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의선 협회장이 고민 끝에 전화기를 들었다고 한다.

장영술 협회 부회장은 "회장님이 감독에게 '혹시 전화통화로 안산 선수를 격려해도 될지' 물으셨다. 회장님이 안산에게 '신경 쓰지 마라'고 말씀하셨다"며 "우리 선수들은 굉장히 담담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선수들은 회장님이 뒤에 계시다는 믿음이 엄청 크다"고도 했다.

[도쿄(일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정의선 대한양궁협회 회장이 30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 결승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 안산 대 러시아올림픽위원회 옐레나 오시포바와의 경기에 앞서 물을 마시고 있다. 2021.07.30. [email protected]

현대차그룹 회장인 정 협회장은 미국 출장을 마치고, 선수들을 직접 격려하기 위해 도쿄로 와 연일 양궁장을 찾았다.

정 협회장은 2005년부터 한국 양궁 살림을 책임지고 있다. 올해 1월 협회장 선거에서 만장일치로 재선출됐다.

현대차그룹은 정 협회장의 아버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할 때부터 37년간 한국 양궁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며 우수 인재 발굴, 첨단 장비 개발, 양궁 인구의 저변 확대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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