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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장악 사흘째 카불, '태풍 앞의 고요'

등록 2021.08.17 19:26:51수정 2021.08.17 19:3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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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탈레반의 아프간 수도 카불 장악 이틀째인 16일 도심 대통령궁 앞 도로를 탈레반 전사들이 총을 들고 경계하고 있고 주변에 행인들이 이를 바라보거나 지나가고 있다

[AP/뉴시스] 탈레반의 아프간 수도 카불 장악 이틀째인 16일 도심 대통령궁 앞 도로를 탈레반 전사들이 총을 들고 경계하고 있고 주변에 행인들이 이를 바라보거나 지나가고 있다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무혈 입성해서 장악한 지 사흘째인 17일 낮(현지시간)의 '태풍 앞의 고요'와 같은 분위기를 BBC 카불 주재 특파원이 전했다.

600만 명이 살고 있는 카불 거리는 대부분 오가는 사람이 드물었고 차량 통행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탈레반 전사들이 수도 4대 출입문에 진격한 15일 아침부터 계속되고 있는 조용한 모습이다. 수천 명이 몰려들어 비행기를 타기 위해 아수라장을 이뤘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과는 전연 딴판이다.

국제공항은 요새화된 도심 해외공관 단지에서 그다지 멀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다. 공항에서 떨어진 시내 거주자들은 상황이 금새라도 급변할 수 있어 모두 문을 닫고 집에 박혀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잡화식품점들은 문을 열어 물품을 구할 수 있지만 대형 슈퍼와 쇼핑몰은 문을 닫았다.

열흘 전 6일(금) 남부에서 첫 주도가 탈레반에게 함락당한 후부터 달러 값이 올랐으며 내륙국가인 데다 생필품을 상당히 수입에 의존하는 아프간에서 최근 물가가 전반적으로 올랐다. 그러나 심한 편은 아니다.

20년 전의 무시무시한 인상을 지울 수 없는 탈레반이 15일 밤부터 아프간 정부와 카불 거리를 완전히 장악했다. 그러나 탈레반 전사들이 포진해 있는 집 밖으로 나가거나 기자로서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것에는 하등 금지나 제한이 없었다. 16일 마음대로 사진을 찍을 수도 있었다. 기자로서 지나가는 행인에게 말을 걸거나 사진을 찍으면 탈레반들에게 제지 당할 것을 각오했지만 아직까지는 아무도 막거나 다가와서 무슨 일이냐고 묻지 않았다.

카불에서 탈레반 전사들이 교통경찰 역을 포함해 일상의 경찰 노릇을 하고 있다. 시내 어디서나 볼 수 있는데 자기네들이 카불을 장악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  

[AP/뉴시스] 16일 대통령궁 앞 다른 도로에서 모여있는 탈레반 전사들

[AP/뉴시스] 16일 대통령궁 앞 다른 도로에서 모여있는 탈레반 전사들

탈레반 전사에게 다가가 왜 이런 곳에 서 있으며 하는 일과 임무가 무엇이냐고 물어봤다. 카불 시의 질서 유지가 목적이며 차량을 체크하고 있다는 대답이었다. 특히 동료 전사들이 몰고 있는 차량을 집중 검문한다는 것이다. 왜 그러느냐고 물으니 그런 차량은 이전 정부 관리들이 사용하던 것들인데 약탈자들이 전사로 위장해서 몰고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이런 약탈자들은 사람들이 탈레반들을 '나쁜 놈들'이라고 욕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조용하고 태평해 보이는 탈레반 재집권 사흘째 날이지만 당장 한 시간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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