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스토킹 아니라 연인" 주장한 박진성 시인, 패소

후배 문학인 "박진성 상습스토킹" 폭로

박진성 "연인관계였다" SNS 글 게시해

[서울=뉴시스]박진성 시인. 2018.03.05.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상습 스토킹 의혹을 폭로한 후배 시인이 '자신과 연인관계였다'는 글을 온라인에 게시한 시인 박진성씨에 관해 법원이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결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28부(부장판사 윤도근)는 지난 19일 A씨 등이 박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모두 1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A씨 등은 지난해 3월 박씨가 명예를 훼손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박씨는 지난 2016년 문학계 지망생을 상대로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A씨는 지난 2016년께 시인으로 등단했으며 박씨와 대학 문학동아리에 함께 소속돼 있었다. 그런데 A씨는 산문을 기고해 박씨에 의해 상습적으로 스토킹당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박씨는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45차례에 걸쳐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신과 A씨는 연인이었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와 그의 배우자는 "박씨가 마치 연인관계에 있었던 것처럼 허위사실을 적시했다"라며 "A씨가 해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으면 통화 녹음파일을 공개하겠다고 경고하는 등의 글을 게시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소송을 냈다.

박씨는 사실을 반박하기 위해 글을 게시한 것이고 법을 위반한 게 아니라며 자신에게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맞소송을 냈다.

법원은 박씨가 A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박씨는 A씨와 주고받은 메일을 토대로 서로가 연인관계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당시 A씨는 대학에 갓 입학한 신입생으로 같은 동아리에 소속된 박씨에 대해 직설적으로 거절 의사표시를 하는 게 쉽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박씨가 거절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성격이었다면 더욱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박씨가 A씨와 연인사이였다는 점을 언급하는 맥락에서 사진이 있다고 언급하나 이들을 전혀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연인관계에 관해 일련의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을 구성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박씨는 (A씨가 기고한) 산문이 게재되기 전 스스로 과거 여성을 대상화, 비하하는 성행이 있었음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라며 "연인관계에 있지 않았음에도 그런 내용의 허위사실은 A씨의 개인 혹은 문학인으로서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사실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A씨의) 산문 중 스토킹한 적이 있다는 부분이 박씨에 대한 명예훼손이 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면서 "'당신'(이라는 표현)이 여성의 삶을 공포 속에 빠뜨렸다는 등으로 표현한 부분이 허쉬사실을 적시해 박씨에 대한 명예훼손이 된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A씨와 그의 배우자에게 각각 800만원과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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