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 등 가수들, 코로나에도 콘서트 여는 이유
"산업 전체가 망하지 않기 위해"
"사전 모의시험 기회 없어…자체 방역 강화로 몸부림"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코로나19 확진자 폭증 상황 속에서 10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리는 '나훈아 어게인(AGAIN) 테스형' 콘서트에 입장하기 위해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선 채 방역절차를 거치고 있다. 이번 부산 콘서트는 12일까지 사흘 동안 총 6차례에 걸쳐 진행되며, 1회당 4000여 명이 입장한다. 2021.12.10. [email protected]
그런 가운데 이날도 서울에서 여러 콘서트가 예정대로 열린다. 전날부터 나훈아(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를 비롯해 NCT 127(고척스카이돔), 김준수(코엑스), 에픽하이(올림픽공원 올림픽홀) 등이 공연을 시작했다. 이날 포레스텔라(장충체육관)가 새로 가세한다.
확진자 수가 좀처럼 줄지 않는 상황에서 많은 인원이 모이는 콘서트에 대한 우려가 크다.
모든 콘서트 주최 측이 공연 내내 구호, 함성, 합창 같은 침방울이 튈 수 있는 행위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많은 인원이 움직이다보면, 아무래도 방역이 취약한 구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아직 콘서트장 내 전파 감염이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규제하는 건 어렵지 않겠댜는 반응도 나온다.
일부 콘서트장은 세 번째 걸쳐 신분과 백신 접종 여부 등을 확인하는 등 자체적으로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관객들의 백신 패스를 일일이 확인하느나 입장이 지연돼 지난 11일 '쇼미더머니' 콘서트는 1시간 늦게 시작하기도 했다.
아울러 스태프는 물론 가수들, 댄서들까지 나서 관객들에게 환호와 함성을 내지 말아달라고 호소하는 중이다.
나훈아는 지난 주말 부산 공연 때부터 관객들을 향해 "함성 대신 '음'으로 응답해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 콘서트 역시 댄서들이 함성을 자제해달라고 수차례 부탁한다. 환호 대신 손목을 앞뒤로 흔드는 동작을 제안해 파도타기 이상의 진풍경을 연출해내고 있다.
김준수도 안전한 관람을 위해 아이디어를 냈다. 함성, 구호 등을 방지하기 위해 객석 자리마다 스케치북·사인펜을 뒀다. 하고 싶은 말을 스케치북에 대신 적어달라는 것이다.
음악 산업을 지키기 위해
업계의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것이 크다. 나훈아는 지난 부산 콘서트에서 "'돈 떨어졌나' 등 좋지 반응이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콘서트 관계자들이 (생계가 어려워) 힘들어 한다. 제가 이걸 조심히 잘 해내면 다른 사람들도 조심해서 잘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음레협)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최근 연 '2021 대중음악 산업 발전을 위한 세미나'에서 음레협 윤동환 부회장은 "나훈아 씨 콘서트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들을 접했다. 지난 2년간 진행된 콘서트에서 단 한 차례의 전파 사례가 없었음에도, 대중음악만 엄격한 잣대를 적용받고 있다. 한 가수의 콘서트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그 가수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산업 전체가 망하라는 이야기"라고 토로했다.
[서울=뉴시스] 음공협 기자회견. 2021.09.08. (사진 =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제공) [email protected]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음공협) 이종현 회장도 최근 세미나에서 "한국의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월드투어를 진행하는데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공연을 개최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대중음악공연 업계는 정부의 지침이 발표되기 전부터 가장 높은 수위의 방역을 자체적으로 진행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 장르와의 차별 대우를 받으면서, 정부에서 대중음악공연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갖고 있다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성공적인 온라인 공연, 코로나19 기간 막대한 음반 판매량에도 불구하고 아이돌에게도 오프라인 콘서트는 중요하다.
이번 주 NCT 127 콘서트, 다음 주 트와이스 콘서트의 경우 내년 월드투어를 위한 출정식과도 같다. 해외의 경우는 현재 오프라인 콘서트가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도 지난달 말과 이달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총 4회에 걸려 20만명이 운집하는 콘서트를 성료했다. 이런 흐름에서 NCT 127과 트와이스가 서울 오프라인 콘서트를 안전하게 끝낸 뒤 해외 투어를 이어가는 게 의미가 있다. 내년 3월 방탄소년단이 서울에서 콘서트를 열 예정인데 LA에서 안전하게 콘서트를 성료한 방탄소년단과 소속사 하이브가 어떤 방안을 들고 나올 지도 업계의 관심이 크다.
무엇보다 정부에 대한 대중음악계의 불만 중 하나는 안전하게 콘서트를 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는 모의실험의 기회와 기간조차 정부가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영국 리버풀의 세프턴 공원에 연구 목적으로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판정을 받은 5000명의 참석자가 콘서트 후 재검을 받는 등 유럽과 북미에서는 거리두기 또는 마스크 착용 여부 등을 놓고 수차례 콘서트 실험을 해왔다. 이를 기반으로 현재 오프라인 콘서트가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업계가 실질적인 지원이나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데 있다. 실제 콘서트업계는 고사 직전이다. 음공협 등에 따르면 예년보다 코로나19 기간에 대중음악업계 매출이 90% 감소했다.
대중음악공연은 '핀셋 규제' 대상이었으나, 정작 손실을 계산하는 과정에선 타 장르와 함께 묶이면서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 지침에 따라 영업 활동을 하지 못한 집합금지, 영업제한 업종임에도 경영위기업종으로 분류됐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이에 따라 공연 취소에 따른 손실 보상 등 코로나19 위기 속 실질적 지원 방안을 위한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코로나19와 대중음악공연업의 손실보상' 세미나에서 발제자로 나선 법무법인 도담의 김남주 변호사는 "대중음악공연업에 대한 집합제한은 손실보상이 필요한 공용수용 등에 해당하며, 혹여 그렇지 않더라도 과도한 재산권 제한에 해당한다"면서 "대중음악공연업에 대한 손실보상 시행 없이는 위헌성을 없애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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