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도로 위 철제빔 봉변' 보상 책임이 도둑? 음주운전자?

등록 2022.04.07 09:12:32수정 2022.04.07 09:31:26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대리기사, 광주도시철도 공사장 옆 도로서 'H빔' 충돌

도둑이 빼낸 자재, 음주차량 지나며 도로 한복판으로

차량 수리비·치료비 '막막'…광주시·건설사 뒷짐 '분통'

"도난이 사고 발단, 현장 책임 없다"…시, 先보상 제의

[광주=뉴시스] 지난달 28일 밤 광주 동구 계림동 도시철도 2호선 공사 현장 주변 도로에 떨어진 '철제 H빔' 자재(빨간 원 안)에 파손된 승용차 모습. (사진=독자 제공) 2022.04.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 지난달 28일 밤 광주 동구 계림동 도시철도 2호선 공사 현장 주변 도로에 떨어진 '철제 H빔' 자재(빨간 원 안)에 파손된 승용차 모습. (사진=독자 제공) 2022.04.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이렇게 황당한 사고는 누가 책임져야 하나요?"

대리운전 기사 김모(50)씨는 차량 조수석에 탄 차주와 함께 지난달 28일 오후 11시 30분께 광주 북구 중흥동에서 동구 계림동 방면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도시철도 2호선 6공구 공사로 1개 차선이 줄어든 편도 2차선 도로를 지날 무렵, 갑자기 '덜컹' 소리가 났다. 동시에 차체 바닥에 무언가가 걸려 끌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급히 차를 세우고 살폈더니 운전석 측 앞 범퍼 하단에 철제 H빔(20㎏ 상당)이 걸려 있었다.

이내 인근 2차로에 비상등을 켠 채 서 있는 차량과 20대 남성 운전자도 눈에 띄었다. '몇 분 전 똑같은 사고를 당했다'는 그의 차량 운전석 앞바퀴는 H빔을 밟고 지나간 듯 보였다.

출동 경찰관의 음주 측정 결과, '판박이 사고'를 당한 20대 남성은 만취 운전자였다.

다행히 이렇다 할 인명 피해는 없어 음주운전 적발 건만 관할 경찰서에 접수됐다.

보험사 사고 처리 과정에서 김씨는 차주에게 차량 수리비를 보상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보장 한도가 크지 않은 대리기사 보험으로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됐다. 사고 후유증으로 병원 치료도 받게 됐다.

사고 다음날부터 김씨는 공사 발주처인 광주시에 보상 절차를 문의했다. 그러나 시는 '시공업체인 A건설사가 책임질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A건설사에 보상을 요청하자,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A업체는 '누군가 자재를 도롯가로 옮기려 한 흔적이 있어, 도난이 의심된다. 건설사고 보험 보장 내역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보상에 난색을 표했다. 이미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며 자재 도둑에게 직접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후 시 관계자로부터 절도 미수 용의자 검거 소식을 전해 들었지만, 김씨는 책임을 피하려 한다는 생각에 화만 치밀었다.

그 사이 보험사는 김씨에게 '사고 후속 조치를 소홀히 한 20대 음주 운전자에게도 과실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음주운전 차량이 밟으며 지나간 H빔이 도롯가에서 1차선 한복판까지 굴러간 것 같다'는 추론을 근거로 들었다.

음주 운전자가 사고 직후 도로 위 'H빔'의 존재를 알리거나 치우려 하지 않았다는 논리였다.

김씨는 7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인과 관계가 어찌 됐든, 억울한 사고였다. 건설사 논리대로 도둑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 음주 운전자가 보상을 해줄지 막막하기만 하다"며 "애꿎은 운전자가 피해를 떠안아야 하느냐"고 토로했다.
 
또 "공사 발주·책임 주체인 시가 적극 나서야 한다. 보상 근거가 없다며 뒷짐 질 일은 아닌 것 같다"고 주장했다.

법적 책임 소재를 떠나, 시와 건설사의 무성의한 듯한 태도에 분통이 터진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A건설사는 "사고 피해자 사정은 안타깝지만 우리 측 보상 책임은 없다"며 "당일 공사가 끝난 시점이었고, 도로변에 놓인 사고 자재가 현장 작업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건설사고 보험 보장 내역에 해당되지 않으며 건설사에 무작정 보상을 강제할 수는 없다"며 "다만 치료비를 먼저 보상한 뒤 과실 책임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안을 A건설사에 제의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