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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에도 출시한 포켓몬빵, 뒤늦게 인기 터진 비결은?

등록 2022.04.13 14:10:43수정 2022.04.13 16: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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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이 기억하는 제품에 집중, 1세대 포켓몬 재현 노력도

일본 로열티는 낮은 수준, "1500원 짜리 추억여행" 됐으면

5년 전에도 출시한 포켓몬빵, 뒤늦게 인기 터진 비결은?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다른 경쟁사의 포켓몬빵이 큰 이슈를 끌지 못한 것은 소비자가 기억하는 제품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SPC삼립 베이커리 마케팅실 윤민석(35) 과장은 요즘 '몸이 열개라도 모자라다'는 말을 실감한다. 윤 과장이 직접 기획해 지난 2월 첫 선을 보인 포켓몬빵이 40여 일 만에 1000만개 넘게 팔리며 '빅히트'를 쳤기 때문이다. 윤 과장은 뉴시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포켓몬빵 인기 비결은 "고객이 기억하는 제품이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사실 포켓몬빵은 SPC삼립이 처음 만든 게 아니었다. 단적으로 2017년 롯데제과도 띠부씰(띠었다 붙였다 하는 스티커)이 들어있는 포켓몬빵 7종을 선보인 바 있다. 당시 이 빵은 출시 3개월 만에 200만개 이상 팔리며 인기를 끌었지만 그게 끝이었다. 이 빵은 1년 만에 단종됐다.

그렇다면 SPC삼립 포켓몬빵은 무엇이 다를까. 윤 과장은 "소비자들의 어렸을 적 추억을 되살리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그는 "3040 세대들은 어렸을 때 먹었던 제품 이름과 특징을 아주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다"며 "어렸을 적 즐겼던 빵을 그대로 구현해 재출시 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SPC삼립 포켓몬빵은 '1980~1990년대 소비자가 기억하는 제품'이라는 콘셉트에 철저하게 맞췄다. 1세대 포켓몬 띠부씰을 도감 순서대로 빵에 동봉하고 만화 포켓몬스터 세계관을 제품에 반영한 것이 대표적이다. 패키지 디자인도 1998년 첫번째 포켓몬빵과 비슷하게 하되 색깔만 세련되게 바꾸었다.

어릴 적 맛본 제품 구현에 집중…띠부씰도 공들여

윤 과장은 특히 띠부실 기획에 6개월 넘게 매달렸다. 소비자들의 빵과 추억을 고스란히 소환할 수 있도록 띠부씰은 '1세대 포켓몬'으로만 구성해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었다.

윤 과장은 1998년 띠부씰을 처음 선보였을 때처럼 1번부터 151번까지 띠부씰을 제작했다. 이중 인기가 가장 많은 포켓몬인 이상해씨와 피카츄, 파이리 등 인기 포켓몬은 포즈를 추가한 또 다른 띠부씰까지 제작해 총 159종이 되도록 했다. 일부 띠부씰은 양면으로 제작해 수집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움을 줬다.

품질 개선 작업도 병행했다. 재출시 요구가 가장 많았던 '돌아온 고오스 초코케익'과 '돌아온 로켓단 초코롤'은 이전의 맛을 그대로 재현했고, 함께 출시된 다른 제품들은 맛을 더 업그레이드해 출시했다.

윤 과장은 포켓몬 세계관을 충실하게 반영하기 위한 노력도 더했다. 우선 쉽게 잡을 수 있는 포켓몬과 뮤·뮤츠 등 전설 속 포켓몬을 각각 구분했다. 전설 속 포켓몬 띠부씰은 극소량만 만들어 소비자가 쉽게 얻지 못하도록 했다. 

윤 과장은 "포켓몬 세계관에서 뮤와 뮤츠는 전설의 포켓몬으로 구분되는데 이 띠부씰은 공급량을 더 줄여야 이를 얻었을 때 소비자들의 성취감이 극대화 된다"고 전했다.
5년 전에도 출시한 포켓몬빵, 뒤늦게 인기 터진 비결은?



재출시 후 품절대란…40일만에 1000만개 판매 신기록

띠부씰에 각별히 공을 들인 포켓몬빵은 출시되자 마자 화제가 됐다. 편의점마다 포켓몬빵 품절 대란이 일어났고 SNS에는 빵 구매를 인증하는 글들이 잇따랐다.

띠부씰을 얻기 위해 일부 소비자들은 '오픈런(매장 문을 열자마자 달려가 구매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으며 더 관심을 끌었다. 제품 속 띠부씰을 모으는 고객들이 많아지며 편의점마다 '포켓몬 빵 매진'이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급기야 재출시 40일 만에 1000만개 판매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포켓몬빵은 국내 양상빵 시장에서 전무후무한 역사를 쓰고 있다. 윤 과장은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띠부씰이 거래되는 등 예전과 다른 소비자 반응에 놀랐다"며 "이런 현상이 확대 재생산되며 포켓몬빵 인기가 더 크게 커진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 희귀 몬스터 띠부씰을 모두 모은 풀세트는 100만원에 거래될 정도다. 

윤 과장은 "일부러 제품을 적게 만든다"는 루머에 대해 손사래를 쳤다. 그는 "포켓몬빵을 공급하는 SPC삼립은 최근 생산량을 30% 이상 늘렸지만 수요가 너무 많아 품귀 현상이 계속 빚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포켓몬빵을 쉽게 구할 수 있도록 공급을 확대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일본 로열티 지급에 대해서도 국내 다른 일본 캐릭터보다 로열티가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본 기업 '더 포켓몬 컴퍼니'가 지분 100%를 보유한 '포켓몬코리아'와 사용권 계약을 맺었다"며 "이 회사에 지급하는 로열티는 국내 다른 유명 캐릭터들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즐거운 "1500원짜리 추억여행"이 목표

SPC삼립은 포켓몬빵 인기를 이어받을 수 있는 다양한 제품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윤 과장은 "향후 제2, 제3의 포켓몬빵은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원하는 지를 먼저 따져보고  진행할 것"이라며 "고객들이 제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주면 거기에 맞춰 제품을 기획하겠다"고 말했다. 

윤 과장은 "코로나19로 어느 때보다 우울한 뉴스들이 많은데 1500원짜리 빵 하나로 소비자들이 아무 걱정 없었던 시절로 추억 여행을 떠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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