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우크라 침공 50일…러 패턴, '민간인 공격'으로 굳어졌다

등록 2022.04.15 15:48:30수정 2022.04.15 16:04:43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러, 동부 등에 공습 계속…키이우서도 폭발음 들려

OSCE "러 국제인도법 위반한 명백한 패턴 찾았다"

우크라 "러, 화학무기 사용"…서방도 가능성 우려

전문가 "러 도심 폭격 희생자 97%가 민간인 추정"

[마리우폴=AP/뉴시스] 지난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전투 중 파괴된 건물. 2022.04.15.

[마리우폴=AP/뉴시스] 지난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전투 중 파괴된 건물. 2022.04.15.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50일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의 공격 패턴이 민간인을 향한 무차별 공격으로 굳어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침공 50일 차인 이날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를 중심으로 공습 공격을 이어갔다.

이날 우크라이나 전역에선 공습경보가 발령됐다. 러시아군이 철수한 수도 키이우 인근 우크라이나 북부에서도 공습경보와 함께 세 차례 연쇄 폭발음이 들렸다.

레시아 바실렌코 우크라이나 의원은 15일 오전 1시30분께 트위터를 통해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우크라이나 모든 지역에서, 특히 동부에서 집중적으로 경보가 울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가 미사일과 전투기 공격을 재개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동부 도네츠크 벨리카 보노실카에선 세 차례 공습이 발생했다. 부흘레다르와 자리츠네에서도 공습으로 민간인이 각 1명 사망했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북동부 하르키우주에선 하루 사이 30차례 넘는 폭격이 있었다.

러시아군이 동부 총공세를 예고한 가운데, 러시아군 공격 양상은 민간인을 포함한 무차별 폭격으로 자리 잡고 있다.
[부차=AP/뉴시스]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 부차에서 한 묘지 근로자가 러시아와 전쟁 중 숨진 민간인의 시신을 매장한 후 잠시 휴식하고 있다. 2022.04.15.

[부차=AP/뉴시스]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 부차에서 한 묘지 근로자가 러시아와 전쟁 중 숨진 민간인의 시신을 매장한 후 잠시 휴식하고 있다. 2022.04.15.


유엔안보협력기구(OSCE)는 지난 13일 110쪽 분량 보고서를 발표해 "러시아군이 국제인도법을 위반한 '명백한 패턴'을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보고서에서 OSCE는 민간인을 표적으로 한 고의적 살해, 의료 시설 및 학교 공격, 고문, 성폭행, 납치, 처형, 약탈 등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군이 도시 지역에서 중포, 다연장 로켓, 공중 투하 폭탄 등 무유도 폭탄을 사용하고 있으며, 집속탄 사용 사례도 134건 보고받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전술을 쓰지 않았다면 민간인 사상자 수는 훨씬 적었을 것이라고 OSCE는 꼬집었다.

도네츠크 크라마토르스크에선 지난 8일 러시아군이 피난민이 모여 있는 기차역을 공격하면서 50명 넘는 주민이 사망하기도 했다. 동부 루한스크 지역 한 양로원에선 지난달 러시아군 공습으로 56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러시아군에 의해 끌려갔다.

지난달 AP통신이 남부 마리우폴에서 포착한 한 영상에선 러시아 탱크가 아파트 단지를 향해 사격을 가하는 모습이 등장했다. 산부인과 병원도 공격 대상이었으며, 주민 수백명이 피신해 있던 극장도 무참히 공습당했다.

이날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OHCHR) 발표에 따르면 지난 2월24일 오전 4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난 13일 자정까지 우크라이나에선 민간인 1964명이 사망하고, 2613명이 부상당했다.

러시아군이 철수한 우크라이나 북부에서 민간인 학살 정황이 계속 드러나고 있는 만큼, 실제 사망자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어린이도 14일 오전 8시 기준 197명 사망, 351명 부상 당했다.
[아무르(러시아)=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아무르 지역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2022.04.15.

[아무르(러시아)=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아무르 지역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2022.04.15.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음달 9일 러시아 전승 기념일 전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 가운데, 러시아가 총공세 일환으로 화학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지난 11일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에 화학 무기로 추정되는 미확인 물질을 살포했다며, 세 명이 호흡부전과 전정 증후군 등 의심 양상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3일 에스토니아 의회 연설에서 러시아군이 인탄(燐彈·인으로 만든 발화용 폭탄)을 사용했다고 경고에 나섰다.

백린탄은 연막이나 야간에 목표물을 비추는 용도로 사용되는 폭탄으로, 사람을 상대로 사용할 경우 극심한 화상과 심각한 내부 손상을 일으켜 매우 위험하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서방에선 진위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지만, 러시아의 화학 무기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며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하르키우=AP/뉴시스] 지난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한 요리 학교에서 소방관들이 러시아군 공격으로 발생한 불을 끄고 있다. 2022.04.15.

[하르키우=AP/뉴시스] 지난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한 요리 학교에서 소방관들이 러시아군 공격으로 발생한 불을 끄고 있다. 2022.04.15.


화학 무기 외에도 러시아가 무차별 무기를 다양화해 민간인 피해를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하르키우 시장은 러시아군이 낙하산을 이용한 새로운 종류의 폭탄을 도시에 투하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국방전략센터는 포탄에 집속탄이 들어있으며, 대부분 주변으로 흩어져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비정부기구 '무장폭력에 대한 행동'(AOAV)의 이언 오버톤 국장은 "수십년간 연구에 따르면 도시에서 사용된 폭발물 무기 희생자 약 90%가 민간인이다"라며 "우크라이나의 경우 포격과 공습 규모를 볼 때 97%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