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뉴욕시대'에 한용진·문미애 있었다…현대화랑
[서울=뉴시스]갤러리현대, 김환기 뉴욕시대와 한용진, 문미애 展 1층 전시 전경 (한용진, 문미애)ⓒMoon _ Han (1)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김환기 뉴욕 시대'가 故 한용진·문미애 작가를 부활시켰다.
2일 서울 삼청동 현대화랑은 '김환기 뉴욕시대와 한용진, 문미애'전을 개막했다. 미국에서 꽃핀 3각 관계의 우정과 사랑이 사후에도 빛을 내고 있다. 김환기에 가려져 덜 알려졌지만, 한국 추상 조각 1세대인 조각가 한용진과 추상화가 문미애는 형태를 재현하고자 하는 유혹을 철저히 멀리하고 '추상 미술'로 일관한 작업을 했다. 한용진은 김환기의 묘비, 이상의 문학비, 서울 올림픽 선수촌 한국전 추모비 등을 제작했다.
김환기와 가족 같았던 한용진·문미애 부부
조각가 故 한용진(1934-2019)과 문미애(1937-2004) 작가다. 한용진, 문미애는 서울대 미대 선후배로 만나 1962년 부부의 연을 맺은 작가 부부다. 이들은 1964년 처음 뉴욕을 경험하고 돌아간 뒤, 한국에서의 보장된 미래를 뒤로하고 67년 본격적으로 뉴욕에 정착해 작품 활동에 매진했다.
김환기와 한용진의 인연은 한용진이 경기고 3학년 때에 시작됐다. 홍익대학교가 주최한 '국제학생미술대회'에서 입상하면서다. 당시 홍익대 교수로 재직중이던 김환기가 한용진에게 상을 수여했다. 이후 1963년 '제7회 상파울루비엔날레'에 김환기와 한용진이 함께 참여하게 되면서 그 인연을 이어가게 된다. 김환기는 '제7회 상파울루비엔날레'에 대표 작가로 '섬의 달밤'(1959)등 3점의 회화를 출품했고, 한용진은 당시 주철조각 '무제'(1963)를 선보였다.
이 비엔날레는 국내 미술인들이 해외로 눈을 뜨게 했다. 김환기는 1963년 10월 20일, 현대미술의 요람 뉴욕에 정착한다. 한용진은 1964년 국제교육재단(IIE) 초청으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후 김환기, 김향안 부부의 예술 여정에 한용진, 문미애 부부가 함께 동행한다. 각별한 사이로 뉴욕에서 동고동락하며 작품활동을 이어갔고, 서로 힘이 들 때 위로가 되고 지원하는 사이가 됐다.
[서울=뉴시스]한용진·문미애 작가. ⓒMoon
갤러리현대, 김환기 뉴욕시대, 한용진-문미애 전시
전시장의 1층에는 문미애와 한용진의 작품이 함께 전시된다. 문미애의 작품들은 1970년대부터 1990년대에 제작된 것들이다. 문미애는 깊은 색감과 터치로 앵포르멜 운동에 동참하던 자유 정신에 입각하여 평생 일관된 작업을 했다. 화면을 나눈 면에 과감한 붓 터치로 색면을 채워 넣은 '무제'(1980년대), 수직, 수평의 화면 분할을 중첩시켜 마치 사각형을 반복한 바탕에 물감의 중첩으로 탁하고 깊어진 색채를 채워 나간 <무제>(1980년대) 등 자유로움과 절제가 동시에 나타나 전체적으로 균형 있는 화면을 이루는 작업들이 전시되었다.
한용진의 작업은 돌을 깎아 일정한 형태를 만들기보다 돌 자체의 재질과 형태를 존중하여 최소한의 손길로 다듬어낸 작품들이다. 다소 거칠고 투박하며, 인위적으로 조각하기보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느낌을 준다. 우직한 돌 조각에서 올곧은 작가의 삶이 드러난다. 그는 2011년부터 제주도를 오가며 제주의 현무암으로 작품을 제작하여 재료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정신을 보이기도 했다. 단순한 형태의 간결한 미감이 돋보이는 한용진의 조각은 과감한 생략과 강조로 오히려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단순함에 깃든 삶의 지혜를 전하고 있다.
[서울=뉴시스]갤러리현대, 김환기 뉴욕시대와 한용진, 문미애 展 1층 전시 전경 (한용진, 문미애)ⓒMoon _ Han
[서울=뉴시스]김환기 뉴욕시대와 한용진, 문미애 展_ 2층 전시 전경 (김환기) ⓒWhanki Foundation · Whanki Museum (1)
전시장 2층에는 김환기의 뉴욕시대 작품들을 선보인다. '뉴욕시대'라고 일컬어지는 1963년부터 1974년의 시기에 김환기는 순수 추상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김환기 말년 화풍을 대표하는 전면점화가 이 시기에 탄생했다. 김환기는 종이가 머금은 맑고 투명한 액체가 화면에서 서서히 새나오거나 뿜어 나오는 듯한 느낌을 즐겼다. 그는 이후 캔버스 작업에서도 그 느낌을 유지했다.
현대화랑은 "이번 전시는 60~70년대 뉴욕이라는 머나먼 이국에서 예술가로서의 고독과 외로움을 이겨내고, 그 힘을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서로 큰 힘이 되어 준 김환기, 한용진, 문미애 작가의 우의(友誼)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되었다"고 밝혔다. 서로를 응원하며 각자의 예술을 발현한 김환기, 한용진, 문미애 작가의 각각 15점씩 총 45점이 소개된다. 전시는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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